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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가 OPEC에 증산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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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가 OPEC에 증산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원유생산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미 OPEC가 지난달 증산을 결정한 바 있는데다 미국 정부가 OPEC에 증산을 촉구하는 공식 발표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

백악관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OPEC에 증산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로 내세운 것은 OPEC가 최근 발표한 증산 계획은 산유국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실시한 감산 조치를 완전히 상쇄하는데는 미흡하다는 점.

즉 글로벌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 시기에 그 정도 증산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백악관이 밝힌 이유를 액면그대로 이해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생산국이 된 미국이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놔두고 OPEC에 증산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상치 않은 미국 휘발유 가격

알자지라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과 함께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은 설리번이 인용한 미국의 휘발유 가격 추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전달보다 2.4%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2.4% 오른 결과가 갤런당 3.19달러였다.

미 노동부가 이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관련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1년 사이에 41.8%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값처럼 민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물가 동향은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항상 예의주시하는 경제 지표에 속한다.

◇원유 생산과 미국의 딜레마

휘발유 가격 급등이 부담스럽다면 미국이 자체 원유생산량을 늘리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세계 원유생산량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미국이기 때문.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런 선택을 놔두고 OPEC에 증산을 압박하는 선택을 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 문제는 원유 생산 문제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딜레마와 직결돼 있다.

이 딜레마는 미국이 세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20%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21%도 소비하는 국가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보다 특별히 비싸지 않으면 미국 스스로 원유 생산을 늘리면 될 일이지만 미국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비용은 비싸고 수입해오는 가격은 비싸지 않은 것이 문제. 미국의 원유 생산원가는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것이 미국 정부에게 딜레마를 안겨주는 이유는 석유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문제를 낳고 석유 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가면 미국 석유기업들의 채산성,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기 때문.

소비자와 기업을 모두 놀라지 않게 하는 수준에서 적정한 가격을 유지시켜야 하는게 미국 정부가 지고 있는 숙명적인 짐인 셈이다.

특히 최근 미국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이 요동치는 것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온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고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내면서 바이든 정부가 OPEC에 증산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