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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차세대 온라인게임"…빅테크, '게임역량' 확보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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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차세대 온라인게임"…빅테크, '게임역량' 확보 집중

콘솔게임계 라이벌 MS·소니, 온라인 게임 주목
연이어 게임계 투자…또 다른 '빅딜' 나오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내에 구현한 미국의 모습. 사진=마이크로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내에 구현한 미국의 모습.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위해 온라인 게임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 상반기 게임업계 '빅딜'이 연달아 터지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IT업계를 강타한 유행어로 꼽힌다.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소설 '스노우 크래시'서 처음 사용한 이 단어는 2020년 말,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던 로블록스 사가 자신들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메타버스로 정의했던 시점부터 IT업계의 화두로 거듭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열풍에 동참한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메타버스'를 핵심 비전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그해 10월 사명을 아예 '메타 플랫폼스'로 변경했다. 두 기업은 올 6월 소니, 엔비디아, 화웨이 등과 힘을 합쳐 '메타버스 표준 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는 오래 전부터 게임 사업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해부터 "MS가 서비스해온 마인크래프트나 헤일로 등 온라인 게임은 어떤 면에선 메타버스라 볼 수 있다", "게임 사업은 MS의 메타버스 핵심 축"이라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MS는 올 초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9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인수가 마무리되면 MS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오버워치' 등 글로벌 유명 온라인 게임의 판권을 확보한다. 특히 'WOW'는 방대한 세계관의 오픈 월드와 경제 구조를 갖춰 '메타버스'의 원류로 꼽힌다.

'메타버스 표준 포럼(MSF)' 회원사들의 목록. 사진=MSF 공식 사이트이미지 확대보기
'메타버스 표준 포럼(MSF)' 회원사들의 목록. 사진=MSF 공식 사이트

콘솔 게임계에서 MS와 더불어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소니 역시 메타버스를 위한 핵심 축을 온라인 게임으로 보고 있다. 올 초 '데스티니' 시리즈 등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미국의 번지 소프트웨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연달아 2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선 "향후 5년 안에 라이브 서비스 온라인 게임 10종을 론칭하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했다.

소니는 메타버스 분야 핵심 파트너로 에픽 게임즈를 점찍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에 걸쳐 14억5000만달러(약 1조9016억원)을 투자, 지분 약 5%를 확보했다. 에픽 게임즈는 메타버스 표준 포럼의 주요 회원사로, 3D 그래픽 콘텐츠 개발 엔진 '언리얼 엔진',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와 더불어 3대 메타버스 콘텐츠로 꼽히는 '포트나이트' 등을 서비스 중이다.

MS와 소니가 연달아 대형 게임사에 거액을 투자함에 따라 빅테크들이 게임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핵심 사업으로 운영 중인 텐센트는 물론, 넷플릭스·메타·아마존 등도 지난 몇 해 동안 여러 게임사들을 인수해왔으며 알파벳(구글)·애플·월트 디즈니 컴퍼니 등도 꾸준히 대형 게임사를 인수할 후보로 지목됐다.

한국의 IT기업들도 저마다 게임사와 협력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현재 코스피 상장 게임사 크래프톤과 메타버스 개발에 관해 협력 중이다. '이프랜드'를 운영 중인 SK텔레콤은 일찍이 MS와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카카오는 자체 게임 사업부 카카오게임즈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구축에 나선 가운데 넷마블 등과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 대표 게임사 넥슨은 지난달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와 핵심 IP '메이플스토리'를 결합,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건담 메타버스(가칭)' 이미지. 사진=반다이 남코이미지 확대보기
'건담 메타버스(가칭)' 이미지. 사진=반다이 남코

메타버스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지 2년이 흘렀으나, 그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이 메타버스의 핵심이라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과 다른 경제구조를 꾸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에반 슈피겔 스냅 대표,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 치 핑 라우 텐센트 사장 등 글로벌 IT업계 대표인들은 입을 모아 "메타버스는 모호한 개념이며, 아직 가치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영국 매체 PC 게이머는 "메타버스는 완전한 헛소리(Bullshit)이며, 기존의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메타버스에 있어 게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는 메타버스의 가치가 가시적이지 않다거나, 온라인 게임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론'에 동의하지 않는 인물로 분류된다.

나델라 대표는 지난 5월 25일 'MS 빌드 2022' 기조 연설에서 "디지털 트윈, AI 자동화, 빅데이터, 실감 콘텐츠 등의 메타버스 기술은 게임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사람과 사물, 나아가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상세계로 넘어가는 '디지털 전환'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반다이 남코는 현재 자사 대표 애니메이션 IP '건담'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를 개발 중이다. 반다이 남코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온 개발자 하라다 카츠히로는 "메타버스를 두고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고 일정 부분 맞는 말"이라면서도 "게임업계가 다양한 스폰서나 이해 관계자들이 주목 받을 수 있도록 한 키워드라는 점에서 분명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IT 전문 투자사 더 스판베타 그룹(TSG)는 "수십년 안에 메타버스가 될 조각들은 점점 제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게임 분야가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게임 산업의 미래는 곧 메타버스로 연결될 것이며 이는 인류 역사상 손 꼽힐 정도로 다양한 사업·투자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