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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준 곳"…환아 가족의 두번째 집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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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준 곳"…환아 가족의 두번째 집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투병 중인 환아 위해 건립…병원 내 집 역할 톡톡
후원사 맥도날드…매년 기부금 마련해 운영 지원

경상남도 양산시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위치한 한국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의 전경이다. 사진=RMHC이미지 확대보기
경상남도 양산시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위치한 한국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의 전경이다. 사진=RMHC

“환아 부모에게 꼭 필요해요.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이나 수도권에도 제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RMHC)에서 만난 이나영씨(35)는 전국 환아 부모가 몰리는 서울에 꼭 이 시설 건립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일 찾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RMHC은 ‘울림 백일장’ 준비로 분주했다. RMHC는 지난 2019년 개관한 국내 1호 하우스로, 중증질환으로 오랜 기간 입원이 필요한 환아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건립됐다.

500평 규모로 총 10개 객실을 운영 중이다. 올 10월까지 총 226가족이 하우스를 거쳐갔으며 중증질환 환아를 둔 가족들에게 쉼터 혹은 두번째 집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RMHC 1층은 공동거실(좌)과 키즈룸(우) 등으로 꾸며졌다. 사진=RMHC이미지 확대보기
RMHC 1층은 공동거실(좌)과 키즈룸(우) 등으로 꾸며졌다. 사진=RMHC

하우스 1층의 중앙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큰 잔치인 ‘울림 백일장’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 중이었다. 울림 백일장은 중증 환아들이 시로써 마음을 달래고 그 작품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진행되는 행사다. 행사장으로 쓰이는 이 공간은 본래 공동거실로 환아 부모들의 쉼터이지 만남의 장소지만 이날은 환아 가족 및 관계자들을 위한 객석과 환아들이 시상하고 시낭송을 할 수 있는 무대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1층은 공동거실뿐 아니라 서로 다른 환아 가족들을 ‘식구’로 만들어 줄 작은 부엌과 키즈룸이 있다. 한층 더 올라가면, 환아 가족들이 지낼 수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가 나온다. 복층구조로 탁 트인 층고가 인상적이다. 한쪽 벽면은 통창으로 내외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족들이 이 공간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침대, 리클라이너도 배치돼 있었다.

RMHC 2층은 환아 가족을 위한 침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라운지, 공용부엌 및 세탁실로 구성돼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RMHC 2층은 환아 가족을 위한 침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라운지, 공용부엌 및 세탁실로 구성돼 있다.
또 2층에는 1층보다 큰 공동부엌과 세탁실도 마련돼 있다. 부엌은 이곳에 지내는 가족들이 부족함 없이 쓸 수 있도록 세탁기와 조리대 등이 넉넉하게 준비돼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춘 도서관과 라운지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책, 보드게임 등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양쪽 벽면의 책장과 수납장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니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중책을 맡은 모습이 역력했다.

3층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옥상정원이 나온다. 옥상정원 양쪽으로는 큰 산이 호위하고 있었다. 오랜 병원치료로 지친 환아가족들의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곳 공간이라는 게 RMHC 측의 설명이다.

RMHC 측 관계자는 “중증 환아들이 오는 시설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병원에 머무르는 가족들이 편안히 쉬고, 답답한 병원 생활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각각의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옥상정원은 아픈 환아들이 자주 이용은 못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종종 올라와 바깥 구경도 한다”고 전했다.
RMHC에서 만난 이나영씨는 이곳에서 약 2개월간 생활하며 아이 간호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RMHC에서 만난 이나영씨는 이곳에서 약 2개월간 생활하며 아이 간호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눈에 띄는 점은 환아과 그 가족들을 배려한 세심함이다. 어느 공간으로 이동하더라도 문턱이 없었고 곳곳에 점자 표시와 이동 편의를 위한 손잡이가 있었다. 환아 가족들이 감동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4월 11살 된 아들의 갑작스러운 뇌경색 발병으로 이곳에 약 두달간 머물렀다는 이나영씨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씨는 “거주는 울산에서 하지만 어린이 뇌경색 치료를 받기 위해 도를 넘어 이곳 양산에 있는 병원까지 오게 됐다”라며 “우연치 않게 병원 엘리베이터를 통해 알게 된 RMHC에 입주 신청을 하니 소장님, 관장님이 적극적으로 이곳에 정착하도록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RMHC가 아니었다면 병원 근처에 있는 숙박업소를 잡아두고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물리적·물질적 부담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이란 설명도 뒤따랐다. 그는 “입소하지 않았다면 주중 일하는 아빠가 주말 면회를 위해 찾아올 때마다 인근 모텔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이가 걷게 됐을 때는 가끔 RMHC에서 같이 식사도 하면서 마치 집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또 오며 가며 만나는 다른 환아 가족들과의 교류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주말이면 같이 식사도 하고 경험담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했다. 이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에 2호 하우스가 꼭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이씨는 “의료 시설이 집중된 서울이야 말로 전국의 부모님이 아이들 치료를 위해 달려가는 곳”이라며 “더 큰 규모로 만들어진다면 환아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입주자들도 “아픈 가족의 곁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금전적 부분이 부담돼 집과 병원을 왔다 갔다하며 병원생활을 하기 힘들었는데 병원 인근에 무료로 지낼 수 있는 시설이 있어 좋았다”, “아빠의 쉼터가 되주고 음식과 침실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했다”, “희귀병 진단을 받고 무작정 달려왔는데 친절한 직원과 봉사자들과 RMHC 덕분에 큰 힘이 됐다”는 후기를 전달했다.

한편, RMHC는 현재 6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총 37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RMHC의 가장 큰 후원사는 한국맥도날드로 RMHC 건립을 지속 지원해왔다. 연례 자선 바자회 ‘맥해피데이’와 매장 내 모금함 금액, 해피밀과 행운버거 수익금 일부를 더해 기부금을 마련 중이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