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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탄소세 강화·우크라 전쟁·중국 문제…EU, 2023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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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탄소세 강화·우크라 전쟁·중국 문제…EU, 2023년 쉽지 않다

유럽연합과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과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2022년에 EU는 미국과 힘을 모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발에 강력하게 대항했다. 직접 전쟁에 참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고 침략자에게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수차례에 걸쳐 강행했다. 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처음부터 단일 노선을 걸은 것은 아니다. 회원국들이 처한 지정학적 입장에 따라, 경제안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수위를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틀 속에서 1, 2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희생자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들은 토론을 통해 입장 차이를 줄이고 가치에 기반한 질서를 복원하고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견을 좁히고 힘을 모았다.

러시아에 대한 저항 전선을 구축하는 과정에 엄청난 장애도 나타났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에너지였다.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강한 국가인 독일은 천연가스의 절대량을 러시아에 의존했다. 독일이 제조강국이 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상대적으로 싼 러시아산 천연가스 혜택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전쟁으로 독일은 러시아에서 오는 싼 천연가스 공급을 잃었다. 에너지 가격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회원국 정부는 물론 가계와 기업 모두 더 비싼 에너지 가격을 부담해야만 했다.

EU 27개 회원국들은 천연가스 에너지를 대체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았다. 우선 LNG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고 핵발전, 수력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심지어 일부 국가들은 석탄 화력발전 일부를 재개했다.

노력 끝에 EU는 2022년 겨울을 넘길 가스를 수요 대비 90% 이상 확보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로 인해 가스 대란을 적절하게 넘길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풍부한 EU의 축적된 부가 작용했고 여전히 글로벌 패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지원도 작용했다. 하지만 지구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가스의 총량은 일정했고 EU의 추가 확보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혹은 교섭력이 없는, 미국의 영향권 내에 있는 국가들의 희생과 양보 속에 이뤄졌다. 다시 말해서 EU의 러시아 대항에 타 대륙의 국가들이 공감하고 대신 짐을 진 것이 EU 에너지 수요 부족 극복에 도움을 준 것이었다.
이는 민주주의 질서, 가치에 기반한 혹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가 아직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천연가스 소비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가 제재 때문에 공개 시장에서 판매가 어려운 러시아의 잉여 가스를 어느 정도 구매한 것과 중국의 경제봉쇄가 지속된 것도 수급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EU는 2022년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성장했다. 2022년 GDP가 지난해 대비 3.2% 성장했다. 코로나의 확장 재정에 이어 물가가 올랐음에도 EU는 금리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고 이는 경제 성장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전쟁이라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큰 동요를 그나마 잘 극복한 것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새로운 도전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에너지 수급이 가격은 비싸지더라도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인지 더 두고 봐야 한다.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에 가스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아시아나 다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스 대신에 값싼 석탄 발전을 더 늘릴 수 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EU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와 EU 회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탄소세를 더 강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다소 이율배반적 측면이라는 비난을 야기할 수 있다.

EU는 ‘교역을 통한 변화’라는 세계화의 흐름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가치에 기반한 변화’로 전환했다. 이는 자유무역 기조에 보호주의 무역을 촉발하는 하나의 흐름을 야기한다.

전쟁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진 가스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값싼 화력 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데 EU에 수출하려면 탄소세를 추가 부담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사정을 더 고려해야 하는 아시아 국가들이나 빈곤국들에게는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다.

EU가 미국에 대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지적하듯이 EU의 탄소세 강화는 다른 지역 국가들로부터 EU의 탄소세 강화를 비판하는 이슈가 될 수 있다.

또한, EU는 러시아의 지루한 전쟁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 질서를 사수하기 위한 전쟁에 대한 대가가 올해에도 지속될 경우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나중에 세금으로 부과된다.

여전히 EU 시민들은 러시아의 전쟁 행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고 있지만 마냥 이를 감내하려고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1950년에 발생한 한국전쟁이 1953년 휴전할 때까지 만 3년 가까이 전쟁이 지속되었다. 과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진다면 어떤 양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전쟁과 함께 몇 년을 더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고통을 야기한다. 민주주의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당장 삶의 고통을 더 감내할 수 있을지, 곧 선거라는 과정을 앞둔 민주 진영의 지도자들이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EU 27개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미국 등 민주 진영의 국가 지도자들이 2023년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러시아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진 중국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할 이슈다.

중국은 대만을 반드시 휘하에 넣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역사에 대한 의무이고 약속이라고 말한다.

민주 진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야기하는 각종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어떻게 해법을 마련하는지는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의 향후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행사할 것이다. 또한 민주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양쪽을 두고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를 고민하는 국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