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국산 전기차가 낮은 브랜드 인지도, 다소 부족한 주행거리 등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기 위축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었고, 각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는 보조금의 규모도 갈수록 줄고 있다. 그만큼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산 전기차의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라선 중국 기업 비야디(BYD)다. 지난 4월 비야디가 출시한 해치백 ‘시걸’의 가격은 불과 1만1000달러(약 1450만 원)다. 4만 달러(약 5280만 원)에 달하는 테슬라 ‘모델3’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CATL(39%), LG에너지솔루션(14.9%)의 뒤를 이어 12.2%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비야디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가성비가 좋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이다. 고급형 전기차에 채택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무겁고 주행거리도 짧지만, 대당 수백만 원에서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 수많은 단점을 상쇄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의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조달하고, 비싼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성비가 좋은 LFP 배터리를 채택함으로써 미국이나 유럽 브랜드의 절반 값에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었다.
또한, 비야디의 본진인 중국은 배터리는 물론, 차량용 강판, 모터, 등 필수 부품과 소재를 모두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공급받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의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원가 경쟁 측면에서 중국 외 국가의 전기차 브랜드와 출발점부터 다른 셈이다.
비야디 아토3는 스웨덴 외에도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독일 등 북유럽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럽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비야디는 이제 또 다른 자동차 강국 일본을 노린다. 내년 1월 ‘아토3’를 시작으로 소형 해치백 ‘돌핀’과 세단 모델 ‘씰’을 일본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상하이 자동차 그룹(SAIC)의 ‘MG 시리즈’, 지리(Geely)의 ‘링크앤코(Lynk & Co)’ 등의 브랜드도 높은 가격 경쟁력과 준수한 품질로 유럽 시장을 착실히 공략 중이다.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중국산 전기차의 해외 판매 수량이 5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의 수직계열화가 전기차 경쟁력의 열쇠라는 판단은 다른 선두권 업체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글로벌 점유율 2위로 밀려난 테슬라도 자체 배터리 확보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올해 초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엘엔에프와 약 3조8000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호주 마그니스 에너지 테크놀로지와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에는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정제 공장을 세우고, 오스틴 기가팩토리에는 양극재 전구체 공정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빠르면 2024년부터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사 전기차의 30%에 자체 생산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글로벌 점유율 4위 폭스바겐도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와 손잡고 오는 2030년까지 총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유럽에 세울 예정이다. 이를 통해 비야디처럼 배터리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