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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JP모건 등 美 대기업, '백인 역차별' 소송 위협에 소수자 배려 정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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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JP모건 등 美 대기업, '백인 역차별' 소송 위협에 소수자 배려 정책 수정

블랙록·피자헛·아메리칸 에어라인스·로우스 등 최소 6개 기업 DEI 규정 고쳐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 등 최소 6개 대기업이 백인 역차별 소송 위협으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 수정에 나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 등 최소 6개 대기업이 백인 역차별 소송 위협으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 수정에 나섰다. 사진=로이터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백인 역차별’ 소송 위협에 소수자를 배려하는 DEI 규정 수정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의 약자다. 다양한 인종·성별·민족의 사람을 고용하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기업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DEI의 취지다. 구글·메타·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서 최소 200개 이상의 기업이 DEI를 주요 가치로 내세웠다.

로이터는 지난 2021년부터 미국의 25개 기업이 DEI 프로그램이 불법적인 차별과 투자자에 대한 의무를 등한시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주주 공개서한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중 JP모건체이스, 블랙록, 피자헛 모기업 염브랜드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로우스(Lowe’s)를 비롯한 최소 6개 기업이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일부 기업은 DEI 공약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DEI 문제는 내년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 예비 주자들은 DEI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입시 등에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지난 6월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채용·승진 등에서 ‘소수자 배려’ 제도를 운용해온 기업들이 궁지에 몰렸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미국 내 13개 주의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미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을 상대로 채용이나 승진 때 인종에 따른 할당을 두거나 특정 인종을 우대하는 조치를 즉각 폐기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둔 13개 주 법무장관들은 기업들에 보낸 서한에서 “최근 연방대법원 판결은 모든 고용주에게 인종 할당제나 인종에 기반해 특정 기준을 두는 것을 불법화한 것이고, 기업의 고용 및 계약 관행에서도 ‘인종 중립’ 원칙을 지킬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에어비앤비,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골드만삭스 등 대기업들이 채용과 승진 평가 때 인종별로 할당량을 두는 등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직원의 30%를 흑인·원주민 또는 유색인종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임원에게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다 2022년 8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국립공공정책연구센터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7월 흑인·라틴계·원주민 출신의 배달 노동자에게 창업비용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미국의 케이블·통신 기업인 컴캐스트는 소규모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유색인종과 여성이 구성원의 절반을 넘거나 이들 소수계가 회사를 소유하면 보조금을 지급했다가 소송을 당했고, 끝내 이 정책을 폐기했다.

3년 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이후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인사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켄지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기업에서 흑인 직원의 관리직 승진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매켄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에서 전체 남성 직원에 대한 흑인 남성의 첫 관리직 승진 비율은 66%로 나타났다. 인종과 관련 없이 100명의 직원이 입사 후 처음으로 관리직으로 승진할 때 흑인 남성 직원은 66명만 승진한다는 것이다. 전년도에 이 비율이 72%였기에 흑인 남성의 승진 문이 더 좁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기업에서 전체 남성 직원에 대한 흑인 여성의 첫 관리직 승진 비율은 54%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들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후 DEI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2021년에는 흑인 여성의 승진 비율이 96%에 달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