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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 인간형 로봇 상용화 발목...중국 업체 공급망 63%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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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 인간형 로봇 상용화 발목...중국 업체 공급망 63% 차지

미국 과도한 관세 매김·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양국 모두 '진퇴양난'
방문객들이 2024년 8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콘퍼런스(World Robot Conference)에서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과 로봇 개가 등장하는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방문객들이 2024년 8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콘퍼런스(World Robot Conference)에서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과 로봇 개가 등장하는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인간형 로봇 상용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무역 갈등이 두 나라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레스트 오브 월드가 최근 보도한 내용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과도한 관세를 매기고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하면서 양국 인간형 로봇 개발 업체들의 상용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과학자들과 분석가들은 미국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이 하드웨어와 제조 효율성 면에서 각각 우위를 점하며 서로 보완해 왔으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이러한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컴퓨터 과학 조교수 이윤주는 "반도체 역량과 AI 생태계가 강한 나라나 기업이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지금은 미국 기업들이 기반 모델과 하드웨어 설계에서 앞서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구글 등 미국 기술 기업들이 반도체와 AI 모델 등 대부분 로봇의 '두뇌' 부분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최근 수출 제한으로 중국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팔 수 있었던 가장 고급한 AI 반도체인 H20에 대한 접근이 막힐 전망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부품, 구동장치, 감지기, 리튬이온 배터리 등 로봇의 '체' 부분을 주로 공급하며 전 세계 인간형 로봇 공급망의 63%를 차지하고 있다고 같은 보고서는 밝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중국 기반 AI 수석 분석가 웨이 선은 "중국과 미국 기업들이 수요·공급 면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결국은 두 나라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국 업체들 생산목표 고수, 현실 장벽 마주해

지금 중국과 미국의 주요 인간형 로봇 제조사들은 올해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기반 신생 기업 아지봇은 올해 말까지 최다 5000대의 인간형 로봇을 만들 계획이며, 이는 지난 1월 기준 731대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홍콩 상장 로봇기업 유비테크는 올해 1000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더 높은 목표를 세웠다. 피겨 AI는 해마다 1만2000대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으며, 테슬라는 올해 5000대의 옵티머스 인간형 로봇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베이징의 희토류 금속 수출 제한이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생산을 늦출 수 있다고 지난달 경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국 기업 모두 현실 장벽에 부닥쳤다고 지적한다. 조지아공대 인터랙티브 컴퓨팅 스쿨 조교수 단페이 쉬는 "인간형 로봇은 스마트폰 제조와 비슷하게 많은 부품을 조립해야 한다"면서 "중국산 부품에 대한 높은 관세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모든 부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들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성 부족이라는 다른 장애물을 만났다. 유니트리의 창업자 왕싱싱은 지난 1월 중국 투자 플랫폼 스노볼 파이낸스가 연 회의에서 "앞으로 병목현상이 생긴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은 반도체가 될 것"이라면서 "로봇에 쓰이는 반도체가 아니라 로봇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힘을 주는 반도체"라고 말했다.

조지아공대의 쉬 교수는 지금 인간형 로봇이 "원시적" 개발 단계에 있으며, 연구자들은 여전히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움직이거나 물건을 집어 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고수준 기능이 로봇공학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오늘날의 기술로는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인간형 로봇이 주로 홍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장터 시안유에는 하루 최저 100달러(약 14만원)에 인간형 로봇을 빌릴 수 있는 수천 개의 글이 올라와 있으며, 미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전시회용으로 로봇을 빌려주고 있다.

상하이 기반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자오빈란은 최근 유니트리 인간형 로봇 8대를 각 19만9000위안(약 3916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전시회와 제품 출시 행사에서 하루 2만 위안(약 393만원)에 이 로봇들을 빌려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