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와 총 20척 계약... 韓 조선업계, 탈중국·친환경 기조 속 '수주 랠리'
컨테이너선 수주잔고, 활성 선대의 28%로 증가… 네오파나막스급 시장 주도
컨테이너선 수주잔고, 활성 선대의 28%로 증가… 네오파나막스급 시장 주도

캐피털 마리타임(회장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이 30일(현지시각) HD한국조선해양(HD현대 조선 부문 지주회사)이 발표한 2억8000만 달러(약 3868억 원) 규모의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2척을 신규 발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당 선박 건조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하고 계약 금액은 3868억 원이라고 밝혔다. 척당 가격은 약 1억4020만 달러(약 1940억 원) 수준이다. 이 선박들에는 친환경 수요에 맞춰 최신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선박들은 2028년 1분기 말까지 인도될 예정이며, 이번 계약에는 8400TEU급 선박 옵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계약 상대방을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컨테이너선들은 HD현대삼호에서 건조해 2028년 1분기 말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 캐피털 마리타임, HD현대와 협력 강화...탈중국·친환경 투자 확대
조선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계약이 지난 4월 캐피털 마리타임이 확보한 8800 TEU(20피트 규격 컨테이너)급 LNG 이중 연료 추진 선박 2척에 대한 옵션 계약을 확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피털 마리타임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조선업 제재 움직임(중국산 선박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제안 등)에 따라, 기존 중국 조선소 중심의 발주 전략에서 한국 조선소로 발주처를 다변화하는 추세다.
캐피털 마리타임은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HD현대 계열 조선소들과 이미 총 18척, 12억6000만 달러(약 1조7438억 만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신규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2척 추가 계약으로 한국 조선소와 협력 관계를 더욱 다지고 있다. 이로써 캐피털 마리타임은 HD현대에 총 20척을 발주한 셈이다.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캐피털 마리타임은 현대미포조선의 정기 고객으로, 이미 이 조선소에서 건조한 1800TEU급 선박 9척과 2800TEU급 선박 4척을 운영 중이다.
캐피털 마리타임은 최근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HD현대삼호중공업에 88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 HD현대미포조선에 2800TEU급 8척 및 1800TEU급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 장착 선박 6척 등 총 20척(이번 2척 포함), 약 15억5000만 달러(약 2조1452억 원) 규모의 발주를 추진했다. 이 중 HD현대삼호와 논의한 8800TEU급 선박은 운항 가능 거리를 늘리고자 LNG 연료 탱크 용량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HD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2800TEU급과 1800TEU급 선박은 앞으로 선상 이산화탄소 포집 체계를 탑재할 가능성을 고려해 보조 동력을 강화한 설계를 채택했고, 가격은 각각 5500만 달러(약 761억 원)와 4500만 달러(약 622억 원) 수준이다. 캐피털 마리타임 측은 이전부터 중소형 컨테이너선 공급 부족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57척, 69억8000만 달러(약 9조6589억 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 실적은 연간 수주 목표액 180억5000만 달러(약 24조9775억 원)의 38.7%에 해당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LNG 운반선 1척, LNG 연료 공급선 6척, LPG/암모니아 운반선 6척, 에탄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36척, 유조선 6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발주량 증가세 '뚜렷'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선박중개업체 Xclusiv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선 수주잔고는 전체 운항 선대(TEU 기준)의 28%를 차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21%에서 증가한 수치다. 올해 첫 4개월 동안만 해도 103척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뤄졌다. 그리스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수주잔고는 현재 50척으로, 전 세계 건조 물량의 약 6%에 해당한다. 이 중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이 6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피더선(소형 컨테이너선)이 약 18%로 뒤를 잇고 있다.
선박중개업체 MB쉽브로커스는 최근 주간 보고서에서 "신규 수주 수요가 완만한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들은 주로 피더선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한국 조선소들이 8000~1만 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프로젝트 수주에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계약은 캐피털 마리타임의 친환경 선박 투자 확대와 한국 조선소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선박 규제 강화, 세계 여러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그리고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 경쟁력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유사한 대형 신규 건조 계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