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충전부터 완료까지 '척척'...전기차 이용 편의 새 시대 열다
인천공항서 첫선, 유럽 안전 인증도 획득…글로벌 시장 공략 '청신호'
인천공항서 첫선, 유럽 안전 인증도 획득…글로벌 시장 공략 '청신호'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로봇은 현대차가 미래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동 충전 분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테슬라의 구상, 현대차의 구현
지난 2015년 테슬라는 뱀 모양의 로봇 팔이 스스로 전기차 모델S의 충전구를 찾아 연결하는 시제품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구상은 기술 시연에 그쳤을 뿐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테슬라가 멈춘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자동 충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자동 충전 로봇(ACR)은 첨단 인공지능(AI)으로 사람의 조작 없이 케이블 파지, 충전구 개방, DC 급속 충전 케이블 연결 등 모든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며, 충전 완료 후 로봇이 충전기를 분리하는 과정까지 완전 자동이다. 현대차의 이번 성과는 혁신을 향한 지속적인 투자와 아이디어를 실제 기술로 구현해내는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 AI와 3D 카메라의 만남...오차 1cm 이내 '정밀 충전'
현대차가 개발한 이 자동 충전 로봇은 높은 작동 안정성은 물론, 뛰어난 정밀도를 확보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로봇 팔 움직임을 제어해 오차 범위를 0.39인치(약 1cm) 안으로 줄였다.
또한, 로봇 팔은 섭씨 영하 15도에서 영상 60도의 온도 범위를 견디도록 설계했으며, 혹한과 혹서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실내외 일반 주차장은 물론 지하주차장 등 다양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다. 2023년 첫선을 보인 이 기술은 인천국제공항 시범 운영으로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충전 케이블 연결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 굳이 자동화 기술까지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사용자 경험과 접근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특히 ▲공간이 비좁은 지하 주차장 ▲최신 현대·기아 전기차에 탑재된 자동 주차 기능과의 연동 ▲무거운 충전 케이블 취급이 어려운 교통 약자를 비롯해 고령자 등 모든 이용자의 편의를 높여 ESG 경영 확대와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출력 무선 충전 기술이 대중화하기 전까지 자동 충전 로봇이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 인천공항 '리빙랩' 가동...세계 시장 향한 첫발
현대차는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로봇을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리빙랩(Living Lab)'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학재 사장은 "이번 협력으로 인천공항의 서비스 수준이 한층 높아지고 운영 효율성도 최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천공항은 앞으로 우수한 기반시설(인프라)과 기술력을 활용해 세계적인 디지털 선도 공항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동 충전 로봇 개발은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 과제인 충전 기반시설 개선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으로, 이미 유럽 안전 인증을 획득해 중기적인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앞으로 세계 주요 공항, 대형 쇼핑몰, 도심 핵심 지역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전망이다.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는 먼 미래의 이론 해법보다는 당장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미래 이동 수단(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는 실용 기술 개발 전략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자동 충전 기술이 보편화하면 충전의 불편함이라는 전기차의 대표 단점을 해소해 전기차 이용 편의성이 크게 향상하고 전기차 대중화를 한층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가 전기차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이용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혁신 기술들을 추가로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이 테슬라가 한때 꿈꿨던 자동 충전 로봇 기술을 성공적으로 현실화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