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적 자연재해에 손해율 악화 우려…인과관계 규명도 난관
정부, 객관적 지표 충족 시 보험료 지급 ‘지수형 기후보험’ 추진
정부, 객관적 지표 충족 시 보험료 지급 ‘지수형 기후보험’ 추진

보험사들은 손해율 악화를 우려해 재해를 ‘천재지변’으로 분류하고 보험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개발해 오는 2026년 시범사업 운영을 목표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환경부와 손해보험협회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개발해 오는 2026년 시범사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두 기관이 기후보험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기후보험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에서 국정과제 채택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보험 범주에 속하는 지수형 기후보험이 정부와 당국의 추진 동력을 동시에 받으면서 업계 도입이 본격 가시화됐다.
경기 기후보험은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비, 감염병 진단비 등 특정 기후 질환 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에 보험료가 지급된다. 예컨대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발령되는 ‘폭염 경보’가 일정 일수를 초과하면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이 지급되는 지수형 기후보험과는 소폭 차이가 있다.
국내 손보사들은 아직 지수형 기후보험을 비롯해 자체 기후보장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특약 중심의 면책조항을 유지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가 산발적일수록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증가해 손해율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보험은 표준약관에 “지진·해일·태풍·홍수·분화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명시해 차량 피해 건수 대비 보험금 지급이 소극적인 편이다.
일례로 비 피해가 컸던 지난 16일부터 21일 오전 9시까지 삼성화재·한화손보·메리츠화재 등 자동차 보험 판매 12개사에 접수된 집중호우에 따른 차량 피해는 3131건, 추정 손해액은 296억여 원에 이르지만, 이 중 면책조항이 적용된 차량은 보험금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소비자시민모임과 기후 솔루션은 지난 5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KB손보 등 5대 손보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천재지변에 대한 보험사 보상금을 면제한다는 내용이 실질적인 보장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근거에서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기준 개선과 지수형 상품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 권순일·한진현 보험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국내 사망자가 가장 많은 재해인 폭염의 경우, 이로 인한 간접손해는 폭염 발생과 손해 간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다는 한계로 관련 보험상품이 부재하나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 등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직접적인 인과관계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지수형 보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