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굴기 가속화에도 부동산 침체·소비 11% 급감으로 성장률 3~4%로 추락
이미지 확대보기특허 출원 7만 건으로 미국 1.3배…산업용 로봇 설치 10배
중국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홍콩 상장 바이오기술 기업 엑스탈파이홀딩스(XtalPi Holdings)는 중국 전역에 수백 개 완전 자동화 연구실을 운영하며 AI 모델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물리학자 3명이 보스턴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 서구 제약 대기업과 협력 중이다.
중국은 과거 다른 나라가 개발한 의약품 제조에 만족했지만, 이제 암·당뇨병·비만 치료제를 직접 개발한다. 항공, 로봇공학, 반도체, AI 분야에서도 획기적 성과를 추구한다. 올해 초 글로벌 시장을 흔든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일리언트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필립 울 최고연구책임자는 "중국 투자자들이 자국산 AI가 챗GPT에 필적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혁신에서 미국 유일 경쟁자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서구 기업들에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연구개발(R&D) 지출은 연간 9% 가까이 증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신 자료를 보면 미국은 1.7% 증가에 그쳐 중국이 5배 이상 빠르다. 중국은 2024년 국제 특허 7만 160건을 출원해 미국 5만 4087건을 크게 웃돌았다. 2024년 산업용 로봇 30만 대를 설치했는데, 미국의 거의 10배다. 전기차 판매는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새로운 역동성 덕분에 중국 증시가 급등했다. 장기 하락세를 보이던 MSCI 차이나 지수는 올해 43% 상승해 S&P500 지수 상승률의 2배를 넘었다.
부동산 GDP 비중 25%→10%로 급감…가계 소비 11% 감소
하지만 중국 경제 전반은 장기 침체에 빠졌다. 고정자산 투자가 위축되고 소매판매 증가율이 둔화한다. 인구는 3년째 줄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4년 넘게 침체를 겪으며 가계 자산을 갉아먹었다. 막대한 부채도 경제를 짓누른다. 연간 경제 성장률은 과거 68%에서 향후 수년간 34%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최대 은행 차이나머천트은행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고객 소비가 11% 줄었고, 소매 대출 압박이 있으며, 중국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25곳이 가격 전쟁에 휘말렸다고 밝혔다.
부동산 침체가 끝나도 부동산 부문은 과거 규모의 40%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로디엄그룹의 로건 라이트 파트너는 내다봤다. 과거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던 부동산 부문이 남길 공백은 엄청나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이 AI, 제약, 첨단기술에 쏟는 투자는 GDP의 10%도 안 돼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고 라이트는 지적했다. 중국 기술 수출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골드만삭스 아시아 팀은 최근 내년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올려 4.8%로 제시했다.
반도체·희토류 무기화…AI 투자 절반 이상 정부 지원
중국 지도부는 비용이 많이 드는 소비 진작 조치를 우회하고 기술과 산업 발전에 집중 투자해 생산성을 높여 경제 문제를 완화하려 한다.
중국 최신 5개년 계획은 정책 당국에 반도체와 고급 장비 같은 핵심 분야에서 획기적 성과를 내려고 "특별 조치"를 채택하고, 미국 등 의존도를 끊으면서 희토류 광물 같은 자국 영향력을 활용하라고 촉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중국 AI 자본 지출이 6000억~7000억 위안(약 120조~140조원)에 이를 수 있고, 절반 이상이 정부에서 나온다고 추산한다.
폴라캐피털 이머징마켓스타스펀드의 요리 뇌데케르 펀드매니저는 "중국은 기술과 생산성 전략에 '올인'해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 방식이 중국을 서구 기술에서 독립시키고 경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관세를 흡수하고 희토류 지배력을 활용해 미중 긴장을 헤쳐나가는 능력은 관계자들에게 첨단 기술 전략 실행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최근 중국을 방문한 지정학 컨설턴트들은 전했다. 실제로 무역 전쟁 탓에 대미 수출이 27% 급감했는데도 중국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서구 제재가 중급 칩·AI 부품 자체 개발 촉진
적대국이 부과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 혁신을 가속화한다. 중국은 엔비디아, 네덜란드 ASML 같은 기업 기술이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앞지를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중급 칩과 광섬유 배선, 부품 등 AI 생태계 일부에서 진전을 보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화홍반도체는 다양한 소비자 기술용 칩을 공급한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혁신을 추적하려고 긴 목록을 갖고 있다.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DJI는 드론 분야 선도 기업이다. 의료 모니터링과 영상 기업 마인드레이는 과거 미국 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에 파고든다.
연구자문사 브리지웍스글로벌의 잭 다이치트발트 창립자는 "중국 기업을 차별화하는 것은 극도로 효율성 높은 운영 비용 구조, 까다로운 고객을 위한 빠듯한 가치 제안, 글로벌 경쟁사보다 훨씬 짧은 제품 반복 주기"라며 "중국 시장의 치열한 가격과 비용 압박이 여기서 나온 승자를 다른 어느 나라 환경보다 글로벌 경쟁력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서구 기업 3중고…스타벅스 중국 지분 매각
서구 기업은 중국과 경쟁하며 삼중고를 겪는다. 중국 기업이 브라질과 호주 같은 2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갉아먹고 본국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다. 게다가 관세 인상, 보복 위험, 성장 둔화, 선호도 변화로 중국 내 사업이 더욱 어려워진다. 스타벅스는 이번 주 중국 사업 지배 지분을 아시아 사모펀드에 팔겠다고 밝혔다. 1999년 중국에 진출한 이 커피 대기업은 최근 루이싱커피 같은 국내 경쟁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로이터는 지난 7일 베이징이 정부 지원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엔비디아, AMD, 인텔 외국 AI 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업체 BYD 같은 기업이 선진국으로 진출하자, 현지 정책 당국은 관세로 밀어내고 중국 산업 정책을 본떠 대응한다.
TS롬바드의 그린은 비슷한 조치가 중국에 효과가 있었고 미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스템이 하향식 대규모 목표에 맞춰져 있고, 인센티브가 일치하며, 선거가 없고, 정책이 일관된 중국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은행 예금 165조 위안…증시로 유입 가능성
중국 증시는 올해 활기를 되찾았다. 많은 외국 투자자가 베이징의 가혹한 코로나 봉쇄, 교육·인터넷 기업 단속, 지정학 긴장 때문에 투자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 경제 안정 노력을 강화하고 딥시크 같은 혁신 성과가 나오자 지난 가을 강력한 반등이 시작됐다.
MSCI 차이나는 현재 내년 이익 기준 14배에 거래되지만, S&P500의 22.5배보다 여전히 훨씬 낮다. 가브칼의 토마스 개틀리 애널리스트는 거래량이 2024년 말 랠리 시작 때보다 지금 더 많다고 지적한다. 이번 랠리는 이전과 달리 정부 정책 지원이 아니라 AI 관련 같은 부문 실적 개선에 기반한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 은행 예금은 165조 위안(약 3경3795조 원)인데, 증시 시가총액은 약 100조 위안(약 2경460조 원)이다. 많은 돈이 저수익 예금에 있다가 결국 주식으로 흘러들 수 있다고 가브칼은 본다. 개틀리는 최근 노트에서 고객에게 중국 IT 부문과 텐센트·알리바바 같은 기업을 광범위한 지수보다 비중 확대하라고 제안했다.
TS롬바드의 그린은 전설 투자자 짐 로저스 조언을 따른다. 중국인이 사는 것을 사라는 것이다. 지금 그들은 주로 서비스를 산다. 명상 휴양과 틈새 명품 브랜드, 여행이 여전히 인기다. 베이징이 경제를 강화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성공하면, 국내 투자자가 주식을 현금 보관처로 보며 중국 증시 랠리는 미국보다 더 탄력적일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