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PU보다 전기가 더 귀하다"...2026년 AI 승자는 엑손모빌·구리

글로벌이코노믹

"GPU보다 전기가 더 귀하다"...2026년 AI 승자는 엑손모빌·구리

전력망 인프라 한계 봉착, 하이퍼스케일러 성장 제동
고효율 칩이 되레 전력 소비 부추겨... '에너지 병목' 10년 간다
인프라·원자재가 2026년 주도주... 22V리서치 "퍼펙트 스톰 온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 반도체 공급난에서 '전력 부족'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 반도체 공급난에서 '전력 부족'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 반도체 공급난에서 '전력 부족'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배런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22V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해 2026년은 AI 전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원년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보다는 에너지 기업과 구리 등 원자재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기 먹는 하마' AI, 인프라가 못 따라간다


AI 산업의 제약 조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지난 2년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이 칩을 돌릴 전기를 어디서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다.

조디 비서 22V리서치 AI 매크로 리서치 책임자는 이날 보고서에서 "AI 성장의 구속 조건이 GPU에서 전력, 가스 터빈, 변압기, 전력망 용량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이 모든 병목현상이 투자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틸리티(전력·수도 등 공익사업) 섹터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AI가 유발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틸리티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발전 용량 확대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본다. 물리적인 전력망 인프라와 이를 유지·보수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전력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증설이 늦어지고, 이는 곧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실적 둔화로 이어진다.

효율의 역설…"엔비디아 칩이 전력난 심화시켜"


흥미로운 대목은 기술 발전이 오히려 병목현상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조디 비서 책임자는 엔비디아가 내놓는 고효율 최신 칩이 전력난을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칩 성능이 좋아질수록 기업들은 더 많은 AI 모델을 돌리려 하고, 결과적으로 전력 소비 총량은 늘어난다.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자원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다. 보고서는 이런 병목현상이 향후 10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서 책임자는 "전력망은 모두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며 "GE버노바 같은 데이터센터 전력 장비 기업이 돈을 벌겠지만, 이미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급 제약이 기업의 성장 속도마저 제한하기 때문이다.

2026년의 승자는 엑손모빌, 셰브론 그리고 구리


전력 부족이 상수(常數)가 된 상황에서 투자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배런스는 빅테크가 겪는 '전력 기근'을 해결해줄 전통 에너지 기업과 원자재를 지목했다.

비서 책임자는 "엑손모빌·셰브론 같은 거대 에너지 기업과 천연가스 업체, 원자재 관련주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구리·은·희토류 같은 원자재는 AI 인프라 구축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이들 자원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가격 비탄력성'을 가진다. 각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가격을 불문하고 자원 확보에 나설 태세다. 자금이 풍부한 빅테크 기업들 역시 전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칩을 가지고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비서 책임자는 AI의 폭발적 성장과 전력 가용성의 충돌을 "2026년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에너지와 기초 소재가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두 섹터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파도에 올라탈 것을 주문했다.

국내 증시 파급효과, 'K-전력망'·구리주에 쏠리는 눈


배런스의 이번 분석은 국내 투자자들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내 전력망 공급 부족 사태가 한국 기업들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력 슈퍼사이클'이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권가는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3사를 최대 수혜주로 꼽는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에 AI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까지 겹치면서 변압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변압기 주문 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은 평균 3~4년에 이른다. 현지 생산 능력만으로는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품질과 납기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으로 주문이 쇄도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이 웃돈을 줘서라도 변압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하다"면서 "한국 업체들의 수주 잔고가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구리' 관련주인 풍산과 LS도 주목받는다. 구리는 전력 케이블의 핵심 소재이자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통상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물보다 5배 이상 많은 구리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풍산은 구리 가격 상승분이 판가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에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LS 역시 자회사인 LS MnM(구 제련소)과 LS전선을 통해 구리 제련부터 전선 제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AI발 전력 인프라 확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