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60만 원 준다" 해도 지원 '뚝'… 돈보다 '내 삶' 중시
베트남전 평화주의와 달라… "국가가 해준 게 뭔가" 경제적 실리 저항
올해 2만 명 충원 '비상'… 2035년 전력 목표 달성 사실상 '불가능'
베트남전 평화주의와 달라… "국가가 해준 게 뭔가" 경제적 실리 저항
올해 2만 명 충원 '비상'… 2035년 전력 목표 달성 사실상 '불가능'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연방군이 막대한 국방 예산 증액과 홍보 노력에도 신병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인 연금 주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니"… 달라진 저항
독일 국방부는 최근 2008년생 남녀 70만 명을 대상으로 병역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발송하며 신규 병역 서비스의 첫발을 뗐다. 올해 목표 충원 인원은 2만 명이다. 남성은 의무적으로 응답해야 하며, 희망 여부와 관계없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하다. 베를린 거리에는 수만 명의 학생이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주된 구호는 "연방 예산의 4분의 1을 노인 연금으로 쓰는 국가를 위해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가"였다.
WSJ는 이 같은 현상이 1970~80년대 반전 운동과는 결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당시 청년들이 베트남전과 핵전쟁 공포에 맞선 정치적 이상주의자였다면, 지금의 Z세대는 팍팍한 경제 현실에 좌절한 실용주의자에 가깝다. 팬데믹 봉쇄로 인한 희생을 강요당한 직후, 또다시 기성세대를 위해 총을 들라는 요구에 반발심을 느끼는 것이다.
베를린 시내 연방군 홍보관 '커리어 라운지' 앞에서 만난 대학생 베네딕트 자허(25) 씨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가에 기여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월 440만 원·운전면허 지원 등 '당근책'에도 시큰둥
독일 정부도 청년들의 경제적 불만을 의식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신규 병역 자원자는 기존보다 932달러(약 137만 원) 오른 월 최대 3144달러(약 463만 원)를 받는다. 독일에서 4500달러(약 663만 원)가 넘게 드는 운전면허 취득 비용도 국가가 대부분 부담한다.
일부 10대 신병의 급여가 교관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빚어지며 군 내부의 불만까지 야기했지만, 정작 청년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독일 연방군 군사역사·사회과학센터(ZMSBw)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방군과 재무장 정책에 대한 지지는 전 연령층에서 높았지만, 정작 군 입대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2020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전형이다.
2035년 병력 목표 달성 '요원'… 징병제 카드 만지작
독일은 2035년까지 상비군을 현재 18만4000명에서 26만 명으로 늘리고, 예비군을 20만 명까지 3배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6만~7만 명의 신병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밝힌 올해 신규 병역 목표는 2만 명, 일반 모병 목표는 1만3500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은퇴자와 전역자를 메우기에 급급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독일군은 2011년 징병제 유예 이후 전역자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았다. 현재 동원 가능한 병역 경험자가 93만 명에 달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탓에 이들에게 연락할 방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위협이 가시화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티모 그라프 ZMSBw 연구원은 "러시아와 미국의 위협 속에서 10년 뒤에도 자유로운 삶이 가능할지 고민한다면 입대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원입대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죈케 나이젤 포츠담대 군사사(史) 교수는 "머릿수는 채울 수 있을지 몰라도 전투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며 "장군들조차 자원제만으로는 병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2011년 사실상 폐지됐던 의무 징병제가 다시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러시아는 132만 명인데"… 獨, 유럽 방어 '구멍' 우려
독일만 청년층 병역 기피 현상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 전역에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독일 병력 열세는 치명적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 대국임에도 병력 규모가 프랑스, 영국 등 주변국 수준에 머물러 있어 '유럽 방어의 중추'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파이어파워(GFP)와 각국 국방부의 2025년 예산안을 종합해 분석한 주요국 현역 병력 규모를 보면, 러시아는 약 132만 명(푸틴 대통령, 150만 명 증원 행정명령 서명), 독일은 약 18만2000 명(목표 20.3만 명 대비 미달), 프랑스는 약 20만5000명 (준군사조직 제외, 순수 군 병력 기준), 폴란드는 약 20만2000명(최근 공격적 증원 중), 영국은 약 18만4000 명(정규군 및 훈련병 포함)이고 미국은 약 132만 명(전 세계 미군 전력 포함)이다.
전문가들은 "폴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GDP의 4% 이상을 국방비에 쏟아부으며 병력을 20만 명대로 급격히 늘린 반면, 독일은 여전히 냉전 종식 이후의 '군축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