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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금 조달 거품 주의보…아세안 스타트업 "성장보다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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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금 조달 거품 주의보…아세안 스타트업 "성장보다 생존"

VC 투자 전년 대비 21% 감소 5.2억→4.1억불…싱가포르 중심 680개 AI 기업 생존 경쟁
블루엔테 "투자 없어도 산다" 수익성 최우선…메타 마누스 인수 등 대형 거래는 여전
싱가포르는 기업 수와 자금 조달 양면에서 아세안의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계속 지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는 기업 수와 자금 조달 양면에서 아세안의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계속 지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동남아시아(ASEAN) AI 스타트업 업계에 '실용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급성장'을 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투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캐피털 자금 조달이 2024년 5억2020만 달러에서 2025년 4억1050만 달러로 약 21% 감소하면서, 창업자들은 'AI 버블' 붕괴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현금 흐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금 없어도 산다"…싱가포르 블루엔테의 '플랜 B'


싱가포르 기반 AI 번역 스타트업 블루엔테(Bluente)의 다프네 테이(Daphne Tay) CEO는 올해 말까지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드 펀딩으로 260만 달러를 확보했지만, 후속 투자 유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용 구독 모델(B2B)을 강화해 긍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테이 CEO는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지 못하면 자금은 더 이상 순환하지 않는다"며, 추가 지원 없이도 비즈니스가 살아남아야 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벤처 및 사모 자본 협회(SVCA)의 샤론 림 CEO는 "현금 소비(Cash Burn)는 이제 대다수 스타트업에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창업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싱가포르 지배력 속 '틈새 시장' 노리는 아세안 AI 지형도


구글과 테마섹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에는 현재 680개 이상의 AI 기술 기업이 존재하며, 그중 70% 이상인 약 500개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60개)와 인도네시아(45개)가 뒤를 잇고 있다.

자금 조달은 줄었지만 대형 거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메타(Meta)가 싱가포르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QAI 벤처스 등 일부 투자사들은 생명과학과 금융 등 특정 분야를 타겟팅한 '양자 AI' 부문에 주목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아세안 스타트업을 포함한 7개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버블(Bubble)인가 실재(Reality)인가…갈리는 전망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거품'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포레스터의 프레데릭 지롱 이사는 "데이터 센터로 유입되는 수천억 달러와 수익보다 컴퓨팅 비용을 더 많이 쓰는 재단 모델 기업들의 가치 평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의 레브 AI(Revve AI) 공동 창립자 쭝 부(Trung Vu)는 "실제 수요는 실제 고통(현장의 문제)에 의해 발생한다"며 영업 자동화 등 실용적인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 파이프라인이 견고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빅테크의 AI 투자 가속화


아세안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감소와 대조적으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숏폼 비디오 플랫폼 기업인 콰이쇼우는 1월 17일 사상 처음으로 해외 부채 시장에 진출해 35억 위안(약 5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딤섬 채권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에 이어 콰이쇼우 역시 조달한 자금을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와 데이터 센터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홍콩의 채권 시장은 역외 위안화(딤섬 채권)와 홍콩 달러(HKD) 채권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2026년에도 강력한 모멘텀을 이어갈 전망이다. 2025년 홍콩의 딤섬 채권 발행액은 7690억 위안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체 배터리 경쟁과의 비교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감소는 고체 배터리 분야와 대조적이다. 글로벌 고체 배터리 시장은 약 30여 개 기업이 참여하며 '공학-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SDI는 연간 1만5000개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SK온은 2029년 양산을 목표로 대전과 테네시 등지에 파일럿 공장을 운영 중이다. 도요타는 2027년 렉서스 플래그십 모델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체 배터리 분야는 막대한 자본 투입이 계속되는 반면, 아세안 AI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 감소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생존 전략: '린 운영'과 '실제 고객'


결국 다가올 시장 조정을 견뎌낼 스타트업은 '린(Lean) 운영'과 '지속 가능한 가격을 지불하는 실제 고객'을 확보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방콕의 슈퍼에이전트(SuperAgent)와 같은 스타트업들 역시 6개월 내 수익성 달성을 위한 '플랜 B'를 가동하며 기술 침체기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트렌드


미국 핵융합 에너지 업계는 정부에 연간 10억 달러 이상 지원을 촉구하며 중국과의 경쟁을 강조했다. 2022년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순에너지 이득을 달성한 이후 상업화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AI 기반 로봇 개발 지원에 나섰다. 국토교통성은 숙련된 기술자의 노하우를 AI 로봇에 학습시켜 실제 현장에 투입하는 프로젝트를 1월부터 본격 가동한다.

2026년은 AI 산업이 '성장'에서 '생존'으로, '버블'에서 '실재'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아세안 AI 스타트업들은 VC 투자 21% 감소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수익성 확보와 현금 흐름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메타의 마누스 인수 같은 대형 거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실용적인 AI 서비스에 대한 실제 수요가 있는 한 건강한 성장은 가능하지만, 컴퓨팅 비용보다 수익이 적은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