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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WSJ “유가 급등에도 미 경기침체 가능성 낮아…더 큰 위험은 끈질긴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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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WSJ “유가 급등에도 미 경기침체 가능성 낮아…더 큰 위험은 끈질긴 인플레이션”

지난해 8월 5일(현지시각) 이라크 바스라 해안 인근 영해에 있는 바스라 원유 터미널에서 유조선들이 원유를 선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8월 5일(현지시각) 이라크 바스라 해안 인근 영해에 있는 바스라 원유 터미널에서 유조선들이 원유를 선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이번 충격이 곧바로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은 높지만 미국 경제 구조가 과거보다 에너지 충격에 훨씬 강해졌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 유가 급등에도 경제 충격 제한적


WSJ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이란 공격 이후 일주일 사이 약 39% 급등했다. 유가는 지난주 배럴당 66달러(약 9만5000원) 수준에서 90.90달러(약 13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과거에는 이런 유가 급등이 경기 침체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1973년과 1980년, 1990년, 2008년 경기침체 때도 유가 상승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과거보다 석유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은 2007년보다 4% 줄었지만 국내총생산(GDP)은 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42%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계 소비에서 에너지 비중도 2007년 5.7%에서 지난해 3.7%로 낮아졌다.

셰일혁명 이후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는 점도 또 다른 근거다.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동시에 에너지 기업에는 수익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체 충격을 일부 상쇄하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약 6만5000원) 급등했던 2022년에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13%포인트만 낮아졌고 물가는 약 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연준 보고서는 분석했다.

◇ 고용 약화 신호에도 경기침체 가능성 낮아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일부 약화 신호도 나타났다. 2월 비농업 고용은 전달보다 9만2000명 감소했고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그러나 WSJ는 이런 흐름이 곧바로 경기침체의 전조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 고용 증가 둔화는 노동 수요 감소보다 이민 감소로 인한 노동 공급 축소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간당 생산성은 2.8% 증가해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를 보였다.

신문은 인공지능(AI)이 아직 생산성 증가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기술 확산이 지속되면 고용 증가가 둔화되더라도 경제 성장률을 2% 이상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최대 위험


다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해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유가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로버트 맥널리 전 조지 W 부시 행정부 에너지 자문은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는 데 최소 4주가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약 14만4000원)를 훨씬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약 21만70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경우 유럽 같은 에너지 수입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역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미국도 휘발유 같은 일부 정제 제품을 수입하며 국제시장 가격 영향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 인플레이션 고착이 더 큰 위험


WSJ는 이번 유가 상승이 경제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분석에 따르면 금융 파생상품 시장은 향후 12개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2.9%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였다.

다만 시장은 그 이후 물가 상승률이 다시 2.44% 수준으로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조너선 힐은 “시장은 이번 인플레이션 충격이 빠르게 나타나지만 장기적인 물가 재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대 스테판 나겔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의 울리케 말멘디에르 교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물가 기대는 평생 경험한 인플레이션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 5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웃돌면서 젊은 세대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 압력에 굴복할 경우 일시적 유가 충격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통화정책 독립성을 시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