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봉쇄' 뚫을 이란 정권교체 시나리오…국제유가 10달러 하락 '게임 체인저' 되나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봉쇄' 뚫을 이란 정권교체 시나리오…국제유가 10달러 하락 '게임 체인저' 되나

WSJ 등 외신 분석과 국내 전문가 진단을 종합한 2026년 에너지 시장 대전망
현실화 시 배럴당 100달러 돌파한 고유가 시대 '종식' 앞당길 듯
이란의 정권 향방이 국제 유가를 배럴당 최대 10달러(약 1만4700원)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의 정권 향방이 국제 유가를 배럴당 최대 10달러(약 1만4700원)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란 정권 교체에 따른 석유 시장의 빗장 해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고착된 고유가 정국을 타개하고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재편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이란의 정권 향방이 국제 유가를 배럴당 최대 10달러(약 1만4700원)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있어 이란의 제재 해제와 증산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덜어줄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석유 패권'에 던지는 충격파


글로벌 석유 업계는 이란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단순한 정치적 사건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지형을 뒤흔들 ‘슈퍼 변수’로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이란은 세계 생산량의 4%를 담당하고 있으나, 1979년 혁명 이전 수준인 하루 600만 배럴까지 생산 능력을 회복할 잠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의 원유 생산 원가가 배럴당 10~30달러(약 1만4700원~4만4100원)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인 60~7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만약 제재가 풀려 현대적 시추 기술과 자본이 유입된다면, 이란은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다.

맥쿼리 그룹의 비카스 드위베디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는 해당 보도에서 "제재 해제 후 18개월 내에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5~10달러가량 즉각적으로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네수엘라식 회복'과 '러시아식 쇠퇴' 사이의 기로

이란 석유 산업의 미래는 최근 정권 교체기를 겪은 베네수엘라와 서방의 집중포화를 맞는 러시아라는 상반된 두 사례의 길목에 서 있다.

카렌 영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선임 연구원은 베네수엘라가 기술 고립 탓에 생산 전망이 암울했으나, 최근 미국과의 관계 개선 및 제재 완화 조짐만으로도 생산 지표가 반등한 점을 근거로 이란의 빠른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역시 제재라는 빗장만 풀린다면 풍부한 전통적 시추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복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재의 강경 체제가 유지되어 서방과의 대립이 계속될 경우, 이란은 러시아의 전철을 밟으며 석유 패권에서 서서히 도태될 위험이 크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첨단 기술과 자본 부족으로 노후 유전 유지에 실패하며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에너지 조사기관 리스타드 에너지는 분쟁 장기화와 제재 지속 시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중반 하루 260만 배럴 수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 취약국인 한국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정유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20달러 상승할 때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0.45%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6%포인트 급등하는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는 "이란산 원유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최상의 카드"라며 "정권교체 이후 실질적인 제재 해제가 이뤄진다면 국내 물가 안정과 제조업 원가 절감에 강력한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란의 정권 교체 시나리오는 고유가에 시달리는 글로벌 경제에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심한 지정학적 충돌은 단기적으로 유가를 배럴당 120달러(약 17만6000원) 이상으로 치솟게 할 '공포 프리미엄'을 수반한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이란의 에너지가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포스트 제재' 시대를 대비해 전략적 수입선 재배치와 비축 물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