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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소프트웨어 경쟁력 갈림길… 완성차 업계, 전환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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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소프트웨어 경쟁력 갈림길… 완성차 업계, 전환기 직면

EU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속도 조절 논의 속,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 판도 재편
SDV와 전장 기술 격차 해소 실패 시, 글로벌 시장 주도권 약화와 수익성 압박 심화 우려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개.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의 속도 조절을 논의하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통 완성차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전장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 약화와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매체 FOCUS온라인은 7월 28일(현지시각), 자동차산업 분석가이자 전직 메르세데스-벤츠 엔지니어인 필립 라슈(Philipp Raasch)의 진단을 인용해 유럽 자동차산업이 마주한 구조적 위기의 본질은 2035년 내연기관 퇴출 시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AI 역량에서의 격차에 있다고 보도했다.

라슈 애널리스트는 전통 완성차 기업들이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80%로 확대되는 전장 가치와 배터리·소프트웨어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


과거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하던 기계 장치와 차체 등의 비중은 점차 축소되는 반면, 차량 원가와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업계 전문 기관과 시장조사 분석에 따르면, 배터리가 이미 차량 원가의 큰 비중을 점유한 가운데 주행 제어와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와 AI의 비중은 향후 수년 내에 전체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전통적 기계 공학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완성차의 개념 자체를 바퀴 달린 컴퓨터인 스마트 카로 진화시키고 있다. 중국 시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배터리 핵심 소재와 셀 제조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우위를 점유해 왔다.

국제 에너지와 공급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배터리 정제와 소재 가공 등 특정 공정에서 80퍼센트에서 90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과 차량용 AI 분야에서도 대규모 데이터와 빠른 실증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넓히며 글로벌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폭스바겐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효율화를 위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의 합작법인 설립과 투자, 혹은 중국 샤오펑과의 전자·전기 아키텍처 공동 개발 등 지역별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흐름도 이 같은 기술 격차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한국 자동차와 부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글로벌 완성차 생태계의 급격한 지형 변화는 한국 자동차와 부품 산업에도 중대한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한국의 완성차 기업들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로드맵을 가동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소프트웨어 역량 내재화와 AI 분야에서의 기술 추격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앞선 소프트웨어 성능을 무기로 신흥 시장을 넘어 유럽 등 선진 시장까지 공략 반경을 넓히면서, 한국의 1차 협력사와 중소 전장·소프트웨어 부품사들의 수익성 방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전통 내연기관 엔진과 변속기 부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들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부담과 판가 인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국의 완성차와 부품 공급망이 소프트웨어와 AI 부문의 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과 수익성이 동반 약화할 수 있다는 신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유럽의 규제 완화 딜레마와 시사점

유럽연합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의 수정이나 규제 완화를 저울질하는 배경에는 전통 제조 산업의 수익성 유지를 통해 신기술 개발 재원을 마련하려는 고육지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전략적 집중 없이 규제 속도를 조절하는 미온적 태도는 자칫 혁신의 시기를 지연시키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AI의 완성도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명확한 비전과 선택적 집중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규제 유예는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늦추는 한계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