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C 공식 평가, 美 전력망 60%가 2030년까지 전력 부족 위험 직면
AI 데이터센터가 수요 증가분의 50% 차지… 연 2% 전력 수요 급증세
송전망 프로젝트 900개 중 390개 지연… 극한 기후 겹치며 대정전·인명 피해 우려
AI 데이터센터가 수요 증가분의 50% 차지… 연 2% 전력 수요 급증세
송전망 프로젝트 900개 중 390개 지연… 극한 기후 겹치며 대정전·인명 피해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기차·히트펌프 보급 등 급속한 전기화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전력망 지역의 60%가 2030년까지 심각한 전력 공급 부족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공식 경고가 나왔다.
전력 수요는 지난 10년 평균치의 두 배 속도로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실어 나를 송전망 인프라 확충은 인허가 지연과 공급망 병목으로 심각한 정체를 겪고 있어 폭염·한파 등 극한 기후 발생 시 대규모 정전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월 30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 보도에 따르면, 북미전력신뢰성공사(NERC)는 최신 장기 신뢰성 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15개 평가 권역 중 60%에 달하는 9개 지역이 2030년까지 높은(High) 자원 적정성 위험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평상시에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거나, 극한 기상 현상 발생 시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가 불가피한 지역이다. 특히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내 인구 밀집 지역이 다수 포함돼 있어 국가 에너지 안보의 중대 위협으로 떠올랐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증가분의 절반 견인… 수요 성장률 10년 만에 '2배'
미국 전력망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1차 원인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 10년간의 전력 수요 증가율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속도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소비 증가분의 약 50%는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수송 및 난방 부문의 탈탄소 전기화 정책이 맞물리며 전력 수요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연구기관 아트모스(Atmos)는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수요·공급 불균형이 정격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을 송전선으로 밀어 넣어 설비 고장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최대 부하 시간대에 치명적인 광역 정전(블랙아웃)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순 불편 아닌 생사 문제"… 폭염·한파 시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전력망 붕괴가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생사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전력 수요 피크는 통상 냉·난방 수요가 폭증하는 극한 기후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만 명이 폭염으로 사망하며, 에어컨 등 냉방 인프라가 매년 약 19만 명의 사망을 예방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극한 폭염과 한파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전력망의 신뢰성 훼손은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간헐성' 문제도 전력망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 기상 의존형 전원이 급증하고 있으나,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 및 장기 저장(LDES) 솔루션의 구축 속도는 신규 발전원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송전 프로젝트 900개 중 390개 '공사 지연'… 인허가·상호연결 병목
가장 심각한 구조적 병목은 전력을 운송하는 '송전망(Transmission Grid) 인프라의 극심한 확충 지연'이다.
NERC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에서 계획되거나 건설 중인 약 900개의 송전선로 프로젝트 중 최소 390개(약 43%)가 당초 예정된 가동 목표일을 넘겨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재 및 전력 기자재 공급망 차질, 복잡한 환경 인허가 규제, 토지 수용 분쟁, 천문학적인 자본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새로운 발전 설비가 완공되더라도 이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한 '계통 연계(Interconnection) 대기열'이 수년씩 밀리면서, 청정 전력과 빅테크 전력 수요가 전력망에 제때 편입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아트모스는 "전력망 운영자들의 상호연결 심사 절차 간소화, 미래 예측 수요에 맞춘 선제적 송전망 투자, 분산된 광역 전력망 간 연계(Interregional Transmission) 강화를 통한 잉여 전력 공유 등 전방위적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급격한 전력 수요 팽창과 전력망 병목 사태는, 향후 ‘빅테크의 AI 인프라 확장 속도를 제어하는 최대 물리적 제약 요인’이자 ‘노후 송전망 현대화 및 연방 차원의 에너지 인프라 허가 개혁 입법의 성패를 가를 핵심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