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차의 변화 SDV-上] 하드웨어가 정한 車 기능…소프트웨어가 새로 정의

글로벌이코노믹

[차의 변화 SDV-上] 하드웨어가 정한 車 기능…소프트웨어가 새로 정의

부품마다 붙이던 제어기·프로그램…공통 기반으로 개발방식 전환
OTA는 업데이트 전달 수단…차량 기능 설계·확장 구조가 핵심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 테스트베드 차량이 혼잡한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강남 출근 시간대와 대형 차량이 많은 도로, 우천 상황 등 다양한 실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 테스트베드 차량이 혼잡한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강남 출근 시간대와 대형 차량이 많은 도로, 우천 상황 등 다양한 실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의 성격을 결정하던 설계도가 바뀌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 섀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더해 같은 부품을 소프트웨어로 어떻게 움직이고 연결하느냐가 완성차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떠올랐다.

25일 현대차그룹·보쉬·앱티브의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의 핵심은 차량에 프로그램을 더 많이 넣는 데 있지 않다. 부품별로 묶여 있던 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개발하고 여러 기능을 연계할 수 있도록 자동차의 설계·개발방식을 바꾸는 것이 골자다.

자동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프트웨어로 움직였다. 엔진에 연료를 얼마나 공급할지, 변속기는 언제 기어를 바꿀지 전자제어장치(ECU)가 판단했다. 하지만 기능별로 전용 제어기와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은 차가 복잡해질수록 부담이 커졌다. 앱티브에 따르면 고급 차량에는 100개가 넘는 ECU가 들어가기도 한다. 여러 장치를 연결하고 각각의 소프트웨어가 충돌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그만큼 늘어났다.

SDV는 이 복잡한 구조를 풀어내려는 변화다. 특정 부품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따로 만드는 대신 공통된 기반 위에서 기능을 개발하고 여러 차종에 적용하는 방향이다. 부품 변경에 따른 프로그램 수정 부담을 줄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각자의 주기로 개발하는 것이다.

흔히 SDV의 상징으로 꼽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도 이 지점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SDV가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이라면 OTA는 새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에 보내는 방법이다.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지만으로 차량의 설계 구조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설계 관점에서는 정비소에서 유선으로 업데이트하는 차량도 하드웨어에 대한 소프트웨어의 의존성을 낮추고 기능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면 SDV의 특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내비게이션 지도를 무선으로 바꿀 수 있어도 차량의 나머지 기능이 개별 부품에 종속돼 있다면 그것만으로 SDV 전환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업데이트의 전달 경로보다 소프트웨어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의 범위와 개발 구조다.

차량 내부의 전자제어 체계가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가 여러 기능의 연산을 맡고 구역별 조널 컨트롤러가 가까운 센서와 구동장치를 연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기능마다 뻗어 있던 배선을 정리하고 흩어진 기능을 통합하기 쉬워진다. 다만 중앙 컴퓨터를 넣고 제어기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유연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차세대 전기·전자(E/E) 아키텍처와 차량 운영체제(OS)인 ‘플레오스 차량 OS’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보쉬 역시 중앙 컴퓨터와 구역별 제어기를 결합해 차량 구조의 복잡도를 낮추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협업도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과 검증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운전자가 느끼는 차이는 같은 하드웨어를 얼마나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 가속페달 반응을 조절하거나 회생제동과 배터리 열관리 전략을 개선하는 식이다. 이런 제어는 기존 차량에도 있었지만 SDV는 여러 기능을 연계하고 개선 내용을 다른 차종으로 확장하기 쉬운 구조를 지향한다. 물론 모터와 배터리, 센서가 갖추지 못한 물리적 능력까지 소프트웨어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OTA가 결합되면 이러한 변화는 출고 이후에도 이어진다. 검증된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배포해 기능을 추가하거나 사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자동차의 토대라는 사실은 그대로지만 그 위에 담기는 기능과 이를 개선하는 방식은 달라지는 것이다.

완성차업계가 확보해야 할 경쟁력도 넓어지고 있다. 좋은 엔진과 차체를 만드는 기술에 더해 여러 부품을 하나의 체계로 움직이고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SDV 전환은 자동차에 무엇을 장착하느냐에서 장착한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키느냐로 경쟁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