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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도청 차폐부터 아이폰 탐지까지"… 中, '비밀 보호 장비' 산업 급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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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도청 차폐부터 아이폰 탐지까지"… 中, '비밀 보호 장비' 산업 급팽창

국가안전부 "유리창 진동 분석하는 레이저 도청 경계"… 특수 흡수 필름·차폐 커튼 수요 폭증
인가받지 않은 블루투스·와이파이 및 애플 기기 전파 추적… 방첩 장비 시장 '호황'
2024년 보밀법 개정으로 현급 지자체까지 예산 배정… 중앙아·아프리카로 장비 수출 확대
중국 국가보안부는 첩보와 정보 도난의 전형적인 사례에 대해 매주 업데이트를 발표하여 국민과 관리들에게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가보안부는 첩보와 정보 도난의 전형적인 사례에 대해 매주 업데이트를 발표하여 국민과 관리들에게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과의 첩보전이 AI와 첨단 원격 감시 기술의 결합으로 고도화되자, 중국에서 국가 기밀 유출을 물리적·전자적으로 차단하는 '비밀 보호(보밀·방첩) 장비 산업'이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리창의 미세 진동을 읽어내는 레이저 도청 차단 필름부터 공공기관 내 미승인 전자기기와 애플 아이폰의 무선 신호를 색출하는 탐지기까지, 전례 없는 수준의 방첩 장비들이 중국 관료 조직 전반에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10월 13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지도부의 '총체적 국가안보관' 기조와 대대적인 법 개정 속에서 중국 내 보안·방첩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관공서와 국유기업의 급증하는 수요에 힘입어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창문 진동 읽는 레이저 도청 차단하라"… 이색 방첩 카탈로그 등장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최근 정부 부처와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외국 스파이 조직이 자행하는 최신 레이저 기반 도청 기술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다.

건물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레이저를 창문에 쏜 뒤 내부 대화로 인해 발생하는 유리의 미세한 음파 진동을 반사 신호로 수신·분석해 회의 내용을 도청하는 비접촉 감시 전술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 보안 장비 업체들은 들어오는 레이저 빔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발원지 위치까지 추적하는 경보 시스템과 가시광선 투명도는 유지하면서 도청용 특정 파장 레이저만을 100% 흡수하는 '특수 보호 필름'을 출시해 공급을 늘리고 있다.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와 전자기 신호를 원천 차단하는 특수 차폐 원단 커튼도 핵심 방호 수단으로 배치되고 있다.

가장 수요가 몰리는 품목은 공식 인가 화이트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무선 신호 차단기다.

10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원격 제어되는 은밀한 초소형 도청 장치를 탐지하는 장비뿐만 아니라, 정부 청사 내에서 애플(Apple) 기기나 승인되지 않은 외국산 전자기기가 내뿜는 고유 전파를 핀포인트로 식별해 적발하는 시스템이 보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군사 시설과 정부 구역에 테슬라 차량 출입을 금지한 데 이어, 2023년부터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업무 공간 내 아이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 오고 있다.

반간첩법·보밀법 개정 맞물려 2023년부터 주문 폭증… 지자체 예산 의무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여 년간 명맥만 유지하던 비밀 보호 장비 산업은 2023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 방첩 장비 제조사 직원은 "2023년 이후 주문 금액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으며 고객사 발굴이 매우 수월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수요 폭증은 법·제도적 안보 드라이브와 맞물려 있다.

중국은 2023년 7월 간첩 행위의 정의와 수사 권한을 대폭 확대한 '신(新)반간첩법'을 발효했으며, 2024년에는 14년 만에 '국가기밀수호법(보밀법)'을 개정했다.

개정 법안은 비밀 보호를 위한 과학기술 연구와 관련 산업 육성을 국가적 책무로 명시하고, 기존의 중앙·성(省)급 정부뿐만 아니라 최하위 '현(縣)급' 지방정부까지 비밀 보호 인프라 구축과 보안 예산 편성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 전 미국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원격 정보 수집과 공격·방어 첩보 기술이 비약적으로 정교해졌다"며 "방대한 국가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는 중국이 새로운 첨단 방첩 도구로 무장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화분 속 돌·조명 장식' 찾는 실전 훈련… 중앙아·아프리카로 기술 수출


장비 판매뿐만 아니라 공무원 대상 실전 방첩 교육도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다.

보안 업체들은 모의 도청 장치가 숨겨진 특수 훈련장을 마련해 해외 출장을 앞둔 관료들에게 장비 탐지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소식통은 "화분 속 자갈로 위장된 도청기나 천장 돔 조명 장식에 내장된 마이크로 송신기 등 육안으로 식별하기 불가능한 장치들을 휴대용 탐지기로 찾아내는 교육이 1~2주간 집중적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약 10개 대형 보안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연선국인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정부 기관들이 주 고객이다.

시스템 1세트당 가격이 10만~20만 위안(약 1만 5,000~3만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데다, 러시아어 등 현지화 인터페이스와 기술 교육까지 패키지로 제공되면서 개발도상국 안보 당국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미·중 간 정보전이 첨단 기술과 디지털 인프라 전반으로 확전되는 가운데, 중국 특유의 관료제적 안보 수요가 물리적 보안 기술의 고도화와 산업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