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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국립무용단의 춤기교로 쌓아올린 무한 상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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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국립무용단의 춤기교로 쌓아올린 무한 상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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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의 신작, 조세 몽탈보(Jose Montalvo) 안무의 '시간의 나이'(3월 23일~27 국립극장 해오름)는 2015~2016년 한국과 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여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과 샤요국립극장(상임안무가 조세 몽탈보)이 공동 제작한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이다. 프랑스적 상상력과 한국의 춤 기교가 어울린 무대는 혁명적 판타지를 창출하였다.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우리 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온 국립무용단'이 조세 몽탈보에게 안무, 무대를 의뢰하고, 조안무, 안무지도, 기술감독, 조명디자인, 영상자문,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영상촬영/컴퓨터그래픽에 이르는 핵심적 역할을 프랑스가 맡고, 한국은 윤성철, 장현수, 김미애의 안무지도와 한진국의 의상디자인,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협업의 큰 틀에서 우리 춤 연기자들의 춤 기교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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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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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는 생성과 소멸 속 시간, 그 역사적 궤적을 명랑과 우울, 생의 찬가로 엮어낸다. 인간들은 짧은 시간의 조각보 속에서 뛰고, 사랑하고, 자신들의 작은 시간들을 사용한다. 조세 몽탈보의 안무는 영상 속에서 아이의 존재를 보여주면서 미래의 우리, 그 생명의 성장과 움틀거림을 표현한다. 그는 미술사와 시각예술을 전공한 안무가답게 우리 춤에 다양한 색을 입혀 역동적 화사를 연출해 내었다.

조세 몽탈보의 눈에 포착된 우리 춤은 악가무를 해내는 춤꾼들의 예술정신이 도도한 역사적 전통에 침전되고 숙성된 치즈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끊임없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춤을 모색하는 국립무용단의 태도는 모험과 상상을 즐기는 안무가가 장르간 경계를 허물고 한국무용의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의 '시간의 나이'를 창작하게 되는 동인(動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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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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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호기심을 촉발하는 깜찍한 포스터, 이 자체부터 춤은 시작된다. 서로를 보듬는 전 방위적 춤은 '시간의 나이'를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남과 여, 어린이와 어른, 나라와 나라, 인종과 인종, 꿈꾸는 자들의 지구촌을 화려한 원색과 오방색을 구사하며 하나로 묶는다. 안무가의 무한상상, 영상을 통한 강한 이미지 구축과 우리춤에 대한 오마주는 영상 속 무용수와 실제 무용수가 함께 춤추게 만든다.

몽탈보의 상상은 화려한 봄날의 꽃놀이패이거나 뜨거운 여름날의 호두나무 아래의 개울가 풍경이다. 그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써 내려간다. 그는 천변풍경의 서정을 금세 수영장의 열기로 환치는 대범을 보인다. 처절한 몸부림 속에 이글거리는 욕망의 현장에서 인간들은 시간의 나이를 쌓아간다. 그는 과거에서 현대로 빠져드는 블랙홀에서 우리 춤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암시를 던진다.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Carlos Fuentes)가 명명한 '시간의 나이'는 우리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 해당된다.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던 프랑스의 대표 현대무용가이며 춤 중심 샤요국립극장의 상임안무가 조세 몽탈보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시간의 나이'를 유쾌한 놀이로 만들었다. 춤의 이미지 구조에 자연스레 안무가의 사상과 주장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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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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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이 작품은 1장 '시간의 나이', 2장 '세계여행의 추억', 3장 '포옹'으로 구성된다. 역사의 퇴적층 위에서 펼쳐지는 놀이, 꿈, 욕망에 관한 몽탈보의 사유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신의 시선'에서 부감으로 잡힌 바닷가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들과 바닷가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위의 아이를 보여주면서 인류의 미래를 한 편으로는 불안하게, 한 편으로는 낭만적으로 묘사, 인간들이 '자기중심'과 '인류애'에 대해 눈 뜨기를 기대한다.
1장: ‘시간의 나이’, 울림이 큰 타악, 장구와 북 사이에 삼고무가 연주되며 공연이 시작된다. 무리들 사이의 남성(조재혁), 무리들 사이의 여성(김미애)의 움직임, 전통의 상징들을 곁에 두고 일상의 분주한 사람들, 아이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된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합성 영상, 서울의 일상적 풍경이 피사체로 담긴다. 관객들은 변모한 상상의 공간에서 이질을 경험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 사이 부지런한 오리떼 영상은 충격적 발상이다. 한국적 리듬은 시간의 놀이를 주도한다. 타악(북) 속 사내(조재혁)의 ‘Look at Me’ 대사가 반복되고, 심지어 누워서도 춤을 칠 수 있는 자존의 한국 예인들의 모습이 연출된다. 정지상태의 여인들, 소리치다가 퇴장하고, 전통춤이 날개를 편다. 사내와 여인의 부채춤 2인무(정길만, 김미애)에서 여인의 독무로 바뀐다.

우리 춤들은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들과 어울린다. '도미부인'에 나오는 ‘태평무’, 양장의 여성, 하이힐에 수영복 차림의 여성과 우산, ‘살풀이춤’, ‘처용무’로 춤은 확장되고, 영상도 ‘한량무동래학춤’, ‘강강술래’, ‘진쇠춤’, ‘장고춤’, ‘진도북춤’, ‘바라춤’등을 보여준다. 일상복을 입은 현대의 무용수들은 전통 복장을 한 자신들의 영상과 조우하며 함성을 지른다. 영상 속 춤을 재해석한 동작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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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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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음악이 낭만을 훑어가면 북 위에 앉아있던 무용수들 앉아서 타고(打鼓)한다. 뀅가리, 장고 등을 연주하며 동시에 그들이 춤꾼이자 뮤지션임을 밝힌다. 다시 ‘부채춤’, ‘한량무’, ‘살풀이춤’등 전통 춤 영상이 등장한다. 영상과 무대의 춤이 동시에 진행되며 우리 춤을 놀이의 도구로 삼은 거대 춤판이 형성된다. 박(拍)이 분위기를 정리하면 여인은 소고를 들고 춤추고, 무용수들은 입춤을 춘다. ‘처용무’가 이어지며, 등장한 모든 춤들이 등장한다. 화면가득 1장 시작의 화면이 투사된다. 영상과 춤의 오버랩, 전통과 현대로 이어지는 춤,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춤 역사가 쓰여 지고 있음을 유쾌하게 밝힌다.

2장: ‘세계여행의 추억’, 항공촬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다큐멘터리 ‘휴먼’의 미공개 영상이 사용된다. 부감으로 잡힌 바닷가 풍경, 삽을 실은 느린 자전거들이 지나간다. 신비감과 깊이를 실은 아르망 아마르(Armand Amar)의 곡 중심의 음악이 태초의 바다를 연상시킨다. 색깔 있는 쓰레기봉투가 오대양의 바다가 오염되고 쓰레기로 덥혀있음을 암시한다.

무대 좌우의 여행자들(남녀 무용수들)의 느린 걸음, 분주함을 상징하는 자전거 바퀴의 클로우즈 업, 오염의 떼인 포말, 밀려온 쓰레기 영상에 경악의 원시음은 신음하는 바다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연기해내는 여인(장현수)의 심도연기가 시작된다. 수평이동으로 잡히는 피사체들, 그 사이에 슬픔이 스며든다.
쓰레기 봉투위에 앉았다가 봉투를 드는 사람들, 영상의 자전거는 발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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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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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사진=국립무용단
거대한 도시의 빌딩 숲의 영상, 그 아픔에 무지한 현대인들, 여인들은 머리에 꽃을 꽂은 채 빌딩 앞에 선다. 현에서 드럼으로 넘어가며 빌딩과 바다 자전거가 오버랩 된다. 그 영상 옆으로 일직선으로 서는 사람들, 바다의 영혼을 달래는 종(縱)에서 ‘살풀이춤’이 시작된다. 소금산이 다가오며, 천으로 눈을 감는 사람들, 빙하의 해빙에 불안해하는 펭귄떼, 화면 가득히 잡히는 수영장의 인파, 들어갈 틈이 없는 튜브를 찬 사내(김병조)의 방황하는 수영장 모습이 포착된다.

다시 자전거 행렬, 쓰레기봉투에 대한 깊은 생각(조재혁), 여인의 춤(김미애), 꽃을 쓴 여인, 눈 가린 여인 등은 모두 환경 문제를 떠올린다. 열기구가 내려다 본 풍경, 구름이 끼어있다. 노래가 지속되는 가운데 모두가 흩어지고 여인(김미애)만 남는다. 열기구와 자전거 행렬의 영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인의 독무가 추어진다. 그녀는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안무가의 의도대로 영상은 지구의 상상의 공간을 만들면서 하늘에서 바라본 여러 나라의 모습을 통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춤의 철학적 성찰이다.

3장: ‘포옹’, 동서양을 떠나 크고 작은 볼레로가 장르를 달리하면서 춤 추워져 왔다. 역광효과를 받으면서 남녀 무용수들 수평으로 군무를 이루고, 서서히 조명이 들어오면서 그 중심에 여인(장현수)의 독무에 이어 사내(조재혁) 무대 앞으로 나선다. 여인을 두고 좌(조재혁), 우(정길만) 사내들이 춤추고, 여인은 추임새와 기합을 불러 넣는다. 모두가 포옹하는 씬 이다. 한 사내(정길만)는 짝이 없다.

내면의 깊이에서 올라오는 희열, 영상에서도 포옹하는 남녀를 보여준다. 계속 이어져 가는 원시음, 우주의 언어이다. 사내(김병조)와 여인(장현수)의 어울림이 있은 뒤, 모두가 누워 있는 가운데, 사내(조재혁)와 여인(장현수)이 남는다. 고조된 조명, 영상은 다시 바다를 비춘다. 국립무용단의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하’, ‘흐’ 등 한음절 의성어가 그들 모두가 하나가 되었음을 알린다.

영상은 다시 뛰는 장면을 보여준다. 모두가 포옹을 하는 가운데 3장은 종료된다.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라벨의 ‘볼레로’가 혼합이 된다. 아프리카 춤, 힙합이 가세한다. 우리의 삶에서 찾은 태고의 역동성과 기쁨, 우리 춤에 내재된 원시적 제의에 담긴 욕망, 인간의 숙명을 표현한다. ‘춤과 인간은 결국 하나의 뿌리이다.’ ‘춤’이라는 말 아래 세계의 지구인들은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그린다.

조세 몽탈보, 무용수들이 몸으로 전통을 기억해내게 하고, 움직임의 확장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체험케 한 안무가이다. 각자의 관점에서 우리 춤을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전 장르를 조율하며, 조화로운 어울림을 추구하였다. 기발한 상상의 인서트, 우리 춤에 대한 존중은 우리가 우리 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시사하였다. 자유분방의 춤에서 찾은 해방감의 축적이 새로운 춤의 문화원형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