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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판매량 목표 10% 미달·8차례 리콜… 머스크, 사이버트럭 어두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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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판매량 목표 10% 미달·8차례 리콜… 머스크, 사이버트럭 어두운 기록

초기 약속 뒤집은 가격·성능에 잦은 결함, 1조 원 재고만 쌓여
BYD에 1위 내줄 위기에도... 월가는 여전히 '머스크 유토피아'에 베팅
테슬라의 야심작 사이버트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의 야심작 사이버트럭.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의 대담한 예측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던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공식 실패작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의도적으로 모델마다 판매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지만, 최근 발표된 데이터를 통해 부진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고 CNN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슬라가 이번 주 발표한 2분기(4~6월) 전 세계 차량 인도량은 총 38만 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라는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테슬라는 판매량을 공개할 때 모델 3와 Y를 한 그룹으로, 나머지 모델 S, 모델 X, 그리고 사이버트럭을 '기타 모델'로 묶어서 발표한다. 머스크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야심작 사이버트럭의 성적표가 이 '기타 모델' 항목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올해 2분기 '기타 모델'의 인도량은 약 1만 400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1500대 이상을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52%나 급감한 수치로, 사실상 '붕괴' 수준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2분기 사이버트럭 판매량은 약 5000대에 그쳐 연간으로는 2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2년 전 머스크가 "2025년까지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목표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2024년 연간 총판매량 역시 4만 대 미만에 머물렀다.
◇ 약속 뒤집은 가격·성능, 신뢰도 추락

사이버트럭의 판매 부진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8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에 이르는 높은 가격표가 가장 큰 장벽이다. 이 가격은 최초 공개 당시 약속했던 3만 9900달러(약 5000만 원)에서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이 때문에 미국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잦은 품질 문제와 리콜 사태도 신뢰를 깎아내렸다. 출시 1년 반 만에 8차례의 리콜이 발생했으며, 가속 페달 고착 결함, 주행 중 외장 패널 이탈 문제, 와이퍼 및 카메라 등 핵심 부품의 결함이 반복해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약 4만 6000대에 이르는 대규모 리콜을 하기도 했다. 당초 약속했던 500마일(약 805km)과 달리 소유주들이 보고한 실제 주행 거리는 약 200마일(약 322km)에 불과했고, 출시가 계속 미뤄지던 주행 거리 연장 장치는 2025년 온라인 옵션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등 제품 자체의 문제점도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기이한 디자인도 판매에 걸림돌이 됐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얻은 외관이 초기에는 화제가 됐지만, 실제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오프로드 성능이나 적재공간 등 전통 픽업트럭 구매층이 중시하는 기능 면에서 포드, GM, 리비안 등 경쟁 모델보다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판매 부진은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미판매 재고는 1만 대를 넘어서 그 규모가 약 8억 달러(약 1조 원)에 이른다. 중고차 가격 방어도 실패했다. 출시 1년 만에 중고차 가격은 45% 가까이 폭락했으며, 한때 테슬라가 자사 사이버트럭의 중고차 보상 판매(트레이드인)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 위기의 테슬라와 머스크를 향한 엇갈린 시선

사이버트럭은 차량 외 논란에도 휩싸였다. 일론 머스크의 트럼프 행정부 참여 등 정치 행보와 맞물려 사이버트럭이 '극우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여기에 머스크 스스로 "우리는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처럼, 소비자 요구와 동떨어진 제품 개발 방식도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사이버트럭의 부진이 당장 테슬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겪는 큰 혼란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리비안, 포드, GM 같은 기존의 강력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동시에, 유럽과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는 BYD 같은 중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라는 지위를 BYD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BYD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72만 1000대에 그친 테슬라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러한 위기에도 월스트리트의 테슬라 충성파들은 여전히 머스크에게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머스크는 자신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쇼맨'이자 '선지자'이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약 17% 하락했지만, 지난 5년간 거의 300% 상승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다. 이들에게는 머스크가 제시하는 'AI 기반의 자율주행 유토피아'라는 미래 비전이 자동차 판매라는 핵심 사업의 부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머스크의 약속과 예측은 늘 기대를 밑돌았고, 그의 야심작 사이버트럭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가장 최근의 실패 사례로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