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는 외국계 펀드 이사회 장악 빌미
재계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 간섭과 경영효율성 저하로 경제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5일 이와 관련 “개정안 내용은 ‘대기업 옥죄기’로 변질됐을 뿐 당초 재벌개혁 취지인 고용·투자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악화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개정안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기업경영 간섭과 노조 이기주의를 허용한 셈으로 경영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개정 상법’에는 ▲다중대표 소송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전현직 임직원의 이사 취임 제한 기간 연장 등이 담겼다.
재계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서는 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외이사의 경우 최대 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반면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각 1인 또는 복수의 후보자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수 있게 했다. 위원회는 조합과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 각 1인은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김 대표는 “노조의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재계는 “노조 이기주의에 이사회가 끌려다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기업이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정안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노리는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경영권에 개입할 빌미를 준다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외국계 펀드가 악의적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후 하락한 회사 주식을 매입한 뒤 소송을 취소하는 식으로 단기차익을 노릴 위험성도 너무 크다.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한 뒤 증거 열람을 빌미로 자회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을 손에 넣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개정안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강제한 것은 결국 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한 대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의 경우 최대주주 이외의 우호적 지분확보가 어려워 외국계 펀드의 이사회 장악에 적극적 대응이 힘들어진다.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뽑을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도록 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소다.
전경련에 따르면 외국계 펀드가 연합해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할 경우 이사 1명과 감사위원 3명 등 모두 7명의 이사진 중 4명을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도 있다.
실제 우리 기업이 외국계 투기자본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사례는 많다. 지난 1999년 SK텔레콤과 타이거펀드, 2003년 SK와 소버린, 2006년 삼성물산과 헤르메스, KT&G와 칼 아이칸 등 외국계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국내 기업이 수조원을 투입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삼성과 엘리엇이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전경련은 “상법 개정으로 성장동력에 투입할 자금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대거 몰릴 수 있다”며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에는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소액주주들이 원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역시 소액주주들의 투표 참여를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적지 않다. 주주총회장에 오지 않은 주주들이 온라인상에서 학인되지 않은 소문만을 갖고 투표를 하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고 본인확인절차에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중투표나 주주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이 투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법 개정안에 앞서 더민주 최운열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자법·대리점법·대규모유통업법·하도급법 등 5개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까지 김 대표 연설 후 보름도 안 돼 경제민주화 관련 6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던 안과 비슷하다. 당시 경제단체들이 반발해 개정안 추진이 유보됐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120명에다 30명이 더 동참하면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어 재계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유은영 기자 yesor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