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 4년 전 퇴짜 맞은 경제민주화, 재점화시키는 더민주
더민주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과 대대적인 세제 개편 등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제민주화 과제 34개를 지난 24일 확정·발표했다.
특히 법인세 정상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해소 등은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접은 것이다. 김 전 대표는 4년 전 퇴짜 맞은 경제민주화 카드를 야당 측에서 다시 꺼낸 것.
더민주가 꺼낸 34개 경제민주화 과제의 대부분은 김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마련한 공약들이다. 이 중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집단소송제 확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당시 공약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현 정부 들어 입법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이 입법화되면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남발하는 등 정상적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연구소를 설립해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입법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일각에선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19대 대선까지 끌고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더민주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재벌 기업에 호의적이던 새누리당도 재벌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20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재벌개혁에 대해 강도 높은 국회 연설을 진행했다.
정 원내대표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 3세들이 편법 상속과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며 “탈법, 편법적인 부의 세습,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불법적 부의 증식,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는 반드시 규제돼야 할 대기업의 비정상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상속·증여세법’ 개정방향을 밝히며 “일부 재벌 기업의 도를 넘어선 일탈이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의 삶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 주기 규제 대상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단일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법상 규제 대상은 재벌 총수 가족의 소유지분이 30% 이상인 상장회사와 20% 이상인 비상장회사다.
정의당의 경우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선도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당선 수락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최우선 해결과제는 경제민주화”라며 “정의당은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으로 1차 분배과정인 노동시장과 2차 분배과정인 복지에서 정의와 상생이 실현되는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제위기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재벌기업을 겨냥한 경제민주화 및 개혁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이 막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기업 활동을 지원할 법안이 아닌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법안 등이 추진되고 있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기업 투자여건을 마련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상 기업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재계, 다시 부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우려감 표시
정계에 다시 불어온 경제민주화 바람에 재계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 시작부터 무더기로 규제 입법이 예고된 현 상황에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규제 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양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위축시킬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올 하반기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많다”며 “특히 야당에서 내놓은 경제민주화 법안은 단기적 문제가 아닌 장기적 이슈라는 점에서 향후 저성장 극복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와 고용은 불확실성이 낮아야 확대되는데 지금과 같은 환경이면 확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정당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경제민주화만 고집하기보다는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국가경제를 걱정해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6월 국회에서 만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당시 박 회장은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 주장에 기업들이 불안을 느낀다. (기업들을) 옥죄지 말아달라”며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입법은 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창출은 누군가 투자를 해서 사업을 벌여야 가능한 것”이라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표가 독과점의 횡포를 막기 위해 적절한 제어를 한다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한다”며 “그 말에 아무도 반대하지는 않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하에선 장사도 안되고 취직도 안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경제민주화에 관해 강연을 진행했다.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나 재벌해체가 아닌 탐욕을 제어하기 위한 규율을 확립하고 이를 지키자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적 발상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쪽은 특정한 제도를 통해 불편할 수 있고, 재벌개혁이나 재벌해체라고 하는데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규율을 제대로 확립해 그것을 지키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로 경제인을 옥죄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호승 기자 yh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