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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악평론가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서 인정받는 이유는 독자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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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악평론가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서 인정받는 이유는 독자성 때문”

[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지난 2월26일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KMA)’ 시상식이 서울에서 열렸다. 이미 여러 언론들이 보도한 대로 BTS(방탄소년단)가 5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그중 올해의 아티스트상과 최우수 팝송상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을 본 일본의 대중음악 평론가가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이유로 독자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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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많은 음악시상식이 있다. 상을 결정할 때는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에 대한 기여도나 차트의 성적, 팬 투표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KMA는 1회부터 일관되게 음악 그 자체가 좋은가 여부만이 판단기준이다. 선정위원에는 평론가나 방송관계자, 이벤트프로듀서 등 각 업계의 톱클래스들이 참여한다. 그런 프로 중의 프로들이 BTS를 3개 부문에서 높게 평가한 것은 K-POP 역사에 남을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MA에서 아이돌적인 인기를 지닌 아티스트가 중요한 상을 받는 것은 과거에는 소녀시대나 빅뱅을 꼽을 정도다. 그런 까닭에 매스컴이 BTS만을 들먹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상식에서 주목할 만 한 포인트는 또 있다. KMA를 통해 일본 청취자들이 알고 싶은 것은 단지 인기만을 좇아서는 알 수 없는 한국 대중음악의 ‘독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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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가장 두드러진 장르는 1990년대부터 천천히 숙성시켜 온 ‘한국형 힙합’이다. 2018년에는 본고장 미국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둔 스타일로 개성을 어필한 아티스트가 눈에 띄었다. ‘Tang-A’로 최우수 랩&힙합음반상을 수상한 ‘뱃사공(Bassagong)’은 미국 남부의 R&B와 컨트리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를 배경으로 한 느긋하고 여유로운 랩을 구사한다. 최우수 랩&힙합곡으로 선정된 ‘XXX’의 간주곡도 인상적이다. 듣는 사람을 플로어에서 춤추게 한다는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클래시컬한 인트로에서 출발 해 인더스트리얼 풍의 트럭에서 풍기는 불온한 분위기는 힙합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곡 만들기라고 하면, 발매 직후에 일부의 팝 마니아로부터 절찬을 받은 공중도둑의 ‘Crumbling’이 곧바로 머리에 떠오른다. 옛 좋은 시절 유럽영화의 OST를 듣는 듯한, 그러면서도 제철의 인디록이나 일렉트로팝 같기도 하다. 온화한 흐름만 생각했는데, 가끔 폭력적인 면을 보이는 예측 불가능한 악곡이 펼쳐지기도 한다. 상업노선과는 반대로 나아가는 이 아티스트의 작품을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으로 다루다니, 역시 KMA 다운 선택이다.

그렇다고 혁신·실험적인 사운드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KMA에서는 스트레이트 한 록일지라도 의지가 있으면 정당하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 격이 ‘라이프 앤 타임(LIFE and TIME)’이다. 최우수 록 음반을 수상한 이들의 노래 ‘Age’는 3피스밴드의 가능성을 추구한 음반으로 2018년 한국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한 장이다. 록의 다이너미즘을 해치는 일 없이 여백의 미를 의식한 노래와 연주는 헤드폰으로 들어도 라이브로 체험해도 좋은 것이 변하지 않게 마무리 되어 있는 것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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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의 한국의 R&B는 힙합과 완만하게 링크하면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룩해 왔다. ‘Your Home feat.Xin Seha’로 최우수 R&B&Soul곡으로 선택된 ‘수민(SUMIN)’은 전형적인 R&B를 억제하면서도, 1980년대의 시티팝, EDM등도 접목하고 있는 신진기예의 여성 아티스트다. 이신진기예의 여성 아티스트는 소리 저편에 무한한 우주를 느끼게 하는 사운드 메이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비슷한 지향의 ‘제이 클래프(Jclef)’가 발표한 flaw, flaw(최우수 R&B&Soul 음반상 수상)도 함께 들으면 한국의 R&B에 포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KMA는 재즈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맞춘다. 이성지는 10년 이상 경력의 여성 피아니스트로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한국 재즈계의 리더다.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 음반’이 된 ‘SING OF APRIL’은 피아노 트리오에 현악기를 더한 서정정인 악곡이 늘어선 의욕작. 이전 그녀와 인터뷰 했을 때 “나 밖에 할 수 없는 음악을 재즈라고 하는 골조를 이용해 표현하고 싶다”라고 말했지만 이번 곡에서 겨우 그 생각이 형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주목 주를 몇 개 픽업했지만, 몇 곡만 들어도 한국의 대중음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MA 공식사이트에서는 역대 수상자나 악곡도 소개되어 있다. K-POP의 깊은 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청취자들은 지금 당장 체크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