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둔 바이든표 경기부양 프로젝트는 미국 중앙은행이 고수하고 있는 초저금리 기조를 등에 업고 현재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원활히 이뤄진 결과 탄력을 받을 경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보여준 경기부양 효과
바이든 정부가 역대급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미국 제조업계에 화력을 집중하고 유동성을 흘러 넘치게 할수록 유럽과 아시아의 관련업계도 연쇄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례를 지켜보고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대응 경기부양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도미노 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아울러 예견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추가 경기부양책에 따라 미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지급하고 있는 1인당 600달러(약 68만원)의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이미 경기부양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즉각 소비 가능한 현금이 시중에 대규모로 풀리면서 지난 1월 현재 미국의 수입액은 2210억달러(약 249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내 수요가 크게 증가한 만큼 미국내 관련 업계도 즐거운 표정이지만 미국에 주요 물품을 공급하는 주요 수출국들이 모두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바이든 대통령의 역대급 경기부양책에 따라 1400달러(약 158만원)의 지원금이 지난달말부터 미국인들에게 풀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관을 지냈던 크리스틴 포브스는 WP와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의 효과가 미국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가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의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미 노동부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내 새로운 일자리는 91만여개가 생겨났고 실업률도 코로나 이전 수준인 6% 선으로 떨어졌다.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코로나 백신 접종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결과가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옥스포드이코노믹스 “글로벌 경제 회복, 미국 역할 아직 커”
미국의 이같은 경기회복 움직임에도 전세계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미국이 떠맡는 역할은 중국보다 여전히 클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을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경제전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내놓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WP는 전했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 경제를 중국이 아직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내놓은 전망의 주된 근거다.
국제적인 돈의 흐름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WP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신흥경제국에서 미국으로 되돌아온 자금의 규모는 무려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가 넘는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방향을 튼 투자자들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을 ‘양날의 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UC버클리의 모리스 옵스트펠드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내 수요가 증가하면 미국의 수입국들이 수혜를 보게 되지만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장기금리를 끌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금리 측면에서 우려를 제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행한 연설에서 “이런 추세라면 미국과 중국의 경제 회복세와 개발도상국간 회복세가 현격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선진국 경제와 후진국 경제의 격차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더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