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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달라진 OTT 위상, 영화제·시상식이 먼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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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달라진 OTT 위상, 영화제·시상식이 먼저 알아봤다

부산영화제 넷플릭스 비중 역대 최대…HBO·왓챠 작품 소개
시상식 내 OTT 비중 점차 늘어날 듯…코로나19 달라진 위상

지난 7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서 넷플릭스 '지옥'이 처음 공개된 가운데 주연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유아인, 김현주, 이레, 양익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서 넷플릭스 '지옥'이 처음 공개된 가운데 주연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유아인, 김현주, 이레, 양익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외 영화제에서도 OTT 오리지널 작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보수적이었던 영화시장이 OTT 콘텐츠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15일 폐막하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총 7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상영했다. 이는 역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많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넷플릭스 작품은 한국영화 ‘낙원의 밤’, ‘승리호’, 외국영화 ‘파워 오브 도그’, ‘신의 손’, ‘패싱’,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마이네임’ 등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OTT 시리즈를 소개하는 ‘온-스크린’ 섹션을 마련하고 넷플릭스 시리즈를 처음으로 상영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규모가 위축된 탓에 한국영화 ‘사냥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넷플릭스 작품을 상영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더 킹: 헨리 5세’와 ‘두 교황’, ‘결혼이야기’, ‘내 몸이 사라졌다’ 등이 초청됐으며 2018년에는 ‘로마’와 ‘카우보이의 노래’가 부산에서 소개됐다. 이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넷플릭스 영화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유일하다.

최근 5년 중 2020년을 제외하면 부산국제영화제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온-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HBO 태국 시리즈 ‘포비든’과 HBO아시아 오리지널 ‘온 더 잡: 실종자들’이 공개됐다. 또 최희서, 박정민, 손석구, 이제훈이 연출자로 참여한 왓챠 오리지널 ‘언프레임드’도 처음 상영했다.

그동안 세계 영화시장에서는 극장 상영이 목적이 아닌 넷플릭스 영화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봉준호 감독 ‘옥자’의 경우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당시 현지 영화인과 극장사업 관계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멀티플렉스 3사와 넷플릭스 간의 협의가 성사되지 못하면서 ‘옥자’와 ‘로마’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직전까지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극장 진출은 쉽지 않았다. 2019년 넷플릭스가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두 교황’, ‘더 킹: 헨리 5세’ 등을 극장에 걸기 위해 멀티플렉스와 다시 협의에 들어갔으나 극장 상영 후 VOD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홀드백 기간을 두고 이견이 맞지 않아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들 작품을 상영하지 않았다. 당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메가박스에서만 상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개봉영화의 제작환경이 위축되면서 상황은 엇갈렸다. 멀티플렉스 3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문을 열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측도 일정 기간 홀드백을 두기로 하면서 넷플릭스 영화들이 극장에 소개됐다.

특히 CGV는 ‘NETFIC’ 기획전을 통해 넷플릭스로 넘어간 한국영화 ‘승리호’, ‘사냥의 시간’, ‘새콤달콤’, ‘제8일의 밤’, ‘낙원의 밤’ 등을 상영했다.

이처럼 변화된 분위기는 시상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5월 열린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승리호’, ‘콜’이 후보에 올라 각각 영화예술상(‘승리호’)과 여자최우수연기상(전종서 ‘콜’)을 수상했다. TV부문에서도 ‘스위트홈’, ‘인간수업’ 등이 후보에 올랐으며 ‘인간수업’에 출연한 박주현은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해외에서도 이 같은 반응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로마’가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타는 데 그쳤다. 또 평단의 호평을 받은 ‘카우보이의 노래’는 각색상과 의상상,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으나 무관에 그쳤다.

2020년에는 ‘아이리시맨’이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무관에 그쳐 ‘넷플릭스 패싱’ 논란은 더 커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아이리시맨’ 외에 ‘두 교황’과 ‘결혼이야기’,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가 후보에 올랐다. ‘결혼이야기’의 로라 던은 이때 여우조연상을, ‘아메리칸 팩토리’는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요 부문은 ‘노매드랜드’와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미나리’가 가져갔지만, ‘맹크’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나의 문어 선생님’ 등이 성과를 거뒀다. ‘맹크’는 촬영상과 미술상을,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의상상과 분장상, ‘나의 문어 선생님’은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에서도 넷플릭스의 기세가 대단하 가운데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 ‘완다비전’이 마블 시리즈 처음으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역시 에미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가 급성장하면서 보수적인 시상식과 영화제가 이들에게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OTT 경쟁이 거세지면서 각 회사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을 준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비대면 시대 속 성장한 OTT의 기세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꺾이진 않을 것”이라며 “극장과 OTT가 공생하면서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