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0일(토)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사)한국전통춤협회 후원으로 전통무용가 김은희(밀양검무보존회 회장)의 「나의 스승, 나의 춤」이 공연된다. 김진미(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사회로 스승 박금슬의 <춤동작>, 이매방의 <입춤>, <살풀이춤>, <승무> 그리고 김은희의 발굴 복원작 <밀양검무>와 새로운 신작 <운초 북놀음>, <김은희 즉흥무> 총 일곱 편이 공연된다.


김은희는 계사년 밀양 출생으로 유년 시절부터 두드러진 춤 재능을 보여 왔으며, 밀양여중 시절 스승 박금슬을 만나 춤의 기본을 이루었고 경북예고로 이어진다. 박금술은 밀양아리랑 원형을 발굴하여 극무용으로 탄생시킨다. 김은희는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승무>와 <살풀이춤>을 이수하고 전통춤을 완성했다. 불타는 청년 시절, 그녀는 창작과 전통을 오가면서 꾸준히 자신의 춤의 향방을 모색하다가 전통춤 연구와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영남 춤꾼 김은희는 1988년부터 조선 영조 때의 밀양 출신 기녀 운심(雲心)의 검무를 복원해 왔고, 현재까지 지속적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문헌과 구전, 다른 지역 검무를 비교하면서 우직하게 일군 그녀의 노력은 <밀양검무>를 우뚝 서게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검무기』(1769)에 상술된 ‘검무’를 바탕으로 당시의 춤사위를 연구하고 고증을 통해 무예적 춤사위, 무구, 장단, 의상 등 조선 후기 검무의 특징을 살린 <밀양검무>를 복원해 냈다.


공연의 막을 여는 작품 <운초 북놀음>은 세 개의 북으로 별달거리-터벌림-엇모리-자진모리 -휘모리 장단을 연주하며 다양한 리듬에 음악적 요소와 춤이 가미된 새로운 작품이다. 흥겨운 가락과 깊은 울림의 북소리는 신명과 환희를 선사한다. 두 번째 작품은 박금슬의 기본무 <춤동작>을 작품화한 것이다. 박금슬은 구전의 전통 춤사위 용어를 정립, 기본동작 훈련을 위해 상·하체 동작, 전체 동작, 굿거리춤, 입춤, 살풀이춤 등 체계적인 단계로 기본무를 구성하였다. 이번 공연에서 김은희는 스승의 <춤동작>중에 ‘상·하체 동작’과 '박금슬류 살풀이춤'을 예시한다.
이매방 춤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입춤>, <살풀이춤>, <승무>가 이어진다. 김은희는 이매방 선생 타계(2015년) 이후 영상 속 이매방 춤의 원형을 지속해서 탐구해왔고, 이번 공연에서 <승무>와 <살풀이춤> 완판을 선보인다. 방 안에서 사방을 돌면서 춤추고, 음양의 원리가 명확히 드러나며, 원형과 태극선의 이매방류 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액자 무대화’ 춤이 아닌 원형무대의 개념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그녀의 춤이 무용사에 공식 기록되는 셈이다.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밀양검무>는 김은희의 존재를 부각시켜온 춤이다. 이 춤은 운심(雲心)이 '밀양응천교방'에서 익힌 검무로 한양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춤이다. 두 명의 무용수가 두 손에 긴 칼을 들고 서로 마주하여 날렵한 춤사위로 공격과 방어를 하고 마지막에 칼을 던지고 끝나는 무술적 성격의 쌍검무이다. 평화로운 세상을 영위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춤이다.
공연의 마무리 작품은 운초 춤의 근간이 되는 박금슬의 기본과 이매방류 춤의 원리가 담긴 것으로써 그녀만의 개성과 색깔을 담아 이번 춤 인생 60년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만든 <김은희 즉흥무> 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삶의 희로애락을 내고, 달고, 맺고, 푸는 기경결해(起耕結解)의 춤 호흡으로 표현하여 깊이와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랜 내공과 연륜이 담겨있는 이 춤은 추면 출수록 그 깊음이 전해지는 김은희 춤 인생의 귀결이다.

운초 김은희는 현재 밀양검무보존회 회장,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회장, 사)한국전통춤보존회 부이사장직을 맡아 일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춤에 관한 이론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를 운영하며, 박금슬 선생의 춤동작 기본과 이매방 선생의 작품들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춤추고 가르치고 연구하며 깨우친 우리춤 움직임 원리를 쉽게 풀어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김은희, 곁눈질하지 않고 전통 춤밭을 일구어온 억척 춤꾼이다. 고희의 언저리에서 조망하는 전통춤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수련 과정이 길고, 첩첩산중의 고수들이 포진해있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 그녀는 제한된 틀 안에서 ‘춤과 진실’에 관한 방대한 여름 미토스를 빚어 왔다. 자신의 개성과 삶의 광륜(光輪, 빛의 수레바퀴)을 드러내는 「나의 스승, 나의 춤」은 스승을 기리고 섬기는 고운 심성과 춤에 관한 지칠 줄 모르는 애정을 보여줄 것이다. 건승을 기원한다.
◇출연(김은희 강미선 김민정 김현화 김희원 노한나 박미향 빈주연 손여림 신미경 안나영 유재성 이나영 이다경 이미나 이종진 정미래 최지혜 최진영 하서정 한지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