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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3D 반도체 '양면 냉각' 기술 공개…발열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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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3D 반도체 '양면 냉각' 기술 공개…발열 문제 해결

AI 반도체 성능 발목 잡는 '열'…칩 뒷면 냉각으로 돌파구
TSMC와 차세대 패키징 경쟁 본격화…2026년 상용화 목표
IBM은 흑연 시트 등을 활용해 반도체 칩을 바닥면에서 효율적으로 냉각하는 패키지 구조를 제안한다. 출처=IBM이미지 확대보기
IBM은 흑연 시트 등을 활용해 반도체 칩을 바닥면에서 효율적으로 냉각하는 패키지 구조를 제안한다. 출처=IBM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열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칩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폭증하는 발열을 잡지 못하면 기술 혁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분야에서 열 제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 IBM이 칩의 위아래 양쪽에서 열을 빼내는 혁신적인 3차원(3D) 패키징 기술을 공개해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IBM이 최근 주요 학회에서 발표하고 실용화를 추진 중인 기술의 핵심은 '양면 방열 기구'다. 이름 그대로 반도체 칩의 표면뿐 아니라, 패키지 기판과 맞닿는 뒷면에서도 열을 식힐 수 있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드는 개념이다. 이 기술은 차세대 AI 반도체의 표준이 될 3D 실장 구조에서 발생하는 오랜 발열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평가된다. 특히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의 핵심 파트너인 IBM이 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도체 패키징 시장 구도 변화를 예고한다. 일본 IBM 도쿄 기초연구소 연구팀이 열전달 모델링과 패키지 설계로 개발을 이끌었다.

3D 실장의 아킬레스건, '샌드위치' 칩의 열


생성형 AI의 방대한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현재 시장은 시스템온칩(SoC)과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인터포저라는 중간 기판 위에 수평(2D)으로 넓게 배치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AI 모델이 고도화할수록 더 높은 연산 성능과 효율이 필요해지면서,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칩을 집적하고자 SoC 위에 HBM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실장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D 실장의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바로 아래층에 놓인 SoC의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는 것이다. 3D 구조에서는 HBM과 패키지 기판 사이에 SoC가 샌드위치처럼 갇힌다. 이 때 위에서는 방열판(히트싱크)이나 냉각판(콜드 플레이트)으로 열을 식힐 수 있지만, 아래쪽은 열이 빠져나갈 길이 사실상 막혀 고온에 시달린다. 이렇게 칩 내부에 열이 갇히면 성능 저하는 물론, 오작동이나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3D 실장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다.

IBM, '양면 방열'로 발열 문제 정면 돌파


IBM의 양면 방열 구조는 바로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기술이다. 칩 뒷면과 연결된 패키지 기판에 흑연 시트(graphite sheet)와 같은 고성능 방열 재료를 넣어 패키지 기판 쪽으로 열을 신속하게 빼내는 새로운 경로를 설계했다. 이를 통해 칩 상하단 양쪽에서 효율적인 열 관리가 가능해져 3D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설계 최적화를 위해 유한요소법(FEM) 시뮬레이션과 AI 기반 열전달 예측 모델까지 동원하며,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후면전력공급네트워크(BSPDN) 구조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열 흐름과 국부 과열(핫스팟) 문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3D 칩 냉각 기술 경쟁에 뛰어든 것은 IBM뿐만이 아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 역시 액체 냉각, 미세 채널, 나노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IBM은 이 기술을 2026년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고성능 AI 가속기와 슈퍼컴퓨터용 칩 패키징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므로, 첨단 열 관리 기술이 미래 반도체 기술 패권의 흐름을 바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