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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맨친 의원, ‘슈퍼부자들 구세주’ 떠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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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맨친 의원, ‘슈퍼부자들 구세주’ 떠오른 이유

미국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정치인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을 담은 약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이 상원의원 한명 때문에 사실상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를 더욱 분노케 하는 이유는 그가 공화당 소속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민주당 소속이라서다. 문제의 인물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의 조 맨친 상원의원.

현재 미국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의석을 똑같이 분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맨친 의원의 선택이 법안의 통과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는데 맨친 의원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분명히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어진 백악관의 설득을 거부한 셈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그에게 커다란 정치적 패배를 안겨준 맨친 의원의 소신 행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평가받는 맨친 의원은 진영 논리를 거부하는 성향에다 지역구도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가 몰려 있는 배경을 반영해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해온 주요 법안에 잇따라 비토권을 행사하는 소신 행보를 보이면서 ‘상원의 왕’, ‘바이든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의원’ 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여당의 분열상을 즐기게 된 공화당이 반색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른바 ‘맨친의 소신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있다. 부자들에 불리한 정책을 고집해온 민주당에 익숙한 미국의 내로라하는 부자들 사이에서도 맨친 의원이 ‘구세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가재건 법안에 억만장자와 대기업 경영진을 비롯한 고소득층을 겨냥한 부유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들어있어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맨친 의원 덕분에 큰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

◇미국 최상위 부유층 “안도의 한숨”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을 통해 연소득 1000만달러(약 120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누진 소득세를 부과는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6400억달러(약 762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해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안정망 확충 등에 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자산가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커다란 논란을 불렀고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에 이목이 쏠렸으나 민주당 소속 맨친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법안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

블룸버그는 “법안이 상원에서 그대로 처리됐다면 미국 최상위 0.1% 부유층의 자산이 향후 10년간 줄어들뻔 했으나 결국 그런 상황은 오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억만장자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자산운용업체 BDO의 스티븐 윈터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안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이 미국 국민에게 아주 확실한 성탄절 선물을 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성향 싱크탱크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의 칼 데이비스 조사국장은 “빈부 격차를 크게 해소하는데 상당히 기여를 할 것으로 보였던 법안이 좌절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부유층 자산 어느 정도인가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명단에 따르면 미국의 부유층이 현재 보유한 자산은 지난해 초 대비 4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미국 억만장자 169명의 자산을 합치면 3조5000억달러(약 4170조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미국 하위 50% 계층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최상위 1% 부유층의 자산이 미국 전체 자산의 32%에 이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말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한편, 국가재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부자들은 최근 들어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 과세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자산을 줄이려는 의도에서다.

블룸버그는 “미국 억만장자들은 지난해 대비 두배 이상 빠른 속도로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처분하면 법안에 담긴 누진 소득세를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