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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시대 개막했는데…움추리는 저축은행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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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시대 개막했는데…움추리는 저축은행업계

업계 최초·유일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한 웰컴저축은행
저축은행업계 "수익성 불투명…막대한 투자는 부담"
저축은행업계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저축은행업계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스템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탓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대열에 합류한 회사는 웰컴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자사 모바일 뱅킹 앱 '웰컴디지털뱅크'에 맞춤형 부채 관리와 비대면 중고상품 안심 거래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웰컴저축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디지털 강화' 전략 덕분이다. 웰컴저축은행은 2018년 저축은행 최초로 모바일 플랫폼인 '웰컴디지털뱅크'를 출시한 이후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웰컴디지털뱅크의 다운로드 수는 270만 명,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약 31만 명, 가입 고객 수는 약 90만 명을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번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서 디지털 성장세도 이어나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업 구조가 마이데이터로 당장 수익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웰컴은 디지털 서비스를 주요 전략으로 삼은 만큼 차별화된 개인화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저축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신중한 모습이다. 웰컴을 제외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저축은행은 전무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이 규모를 키우는 신사업 진입의 일환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 특히,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거래자 수는 약 140만 명 정도다. 이는 시중은행 영업 본부 1개가 거래하는 고객 수준이다. 심지어 저축은행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도 심하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은 물론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어쩌면 디지털 신사업을 필두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언감생심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경우 이른바 데이터를 공유해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 사업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며 아직 마이데이터 시장도 초기 단계라 수익성도 불투명하다. 처음부터 이 시장에 진입하고자 막대한 투자를 하기에 부담감만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시장에 뛰어든 웰컴저축은행은 디지털 기반이라도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 저축은행들은 이 같은 준비도 안 된데 다가 다양한 계열사도 없어 쉽지 않다. 우리 같은 저축은행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는 방법은 그나마 핀테크 업체 등과의 협업이라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사업 특성상 당장 마이데이터 진출 자체가 성패를 가를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저축은행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단 서민금융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