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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말레이시아·홍콩·필리핀 아프리카돼지열병 잇단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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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말레이시아·홍콩·필리핀 아프리카돼지열병 잇단 발병

음력설 앞두고 돼지고기 값 '껑충'

태국 사뭇쁘라칸의 팍남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가격표를 붙이는 모습. 사진=방콕포스트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태국 사뭇쁘라칸의 팍남시장의 한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가격표를 붙이는 모습. 사진=방콕포스트 캡처
태국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병하고 있다. 음력설을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이 ASF 확산 여파로 폭등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ASF가 발병한 태국은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의 가격이 최근 몇 개월 새 폭등하자 태국 정부가 긴급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2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포스트 등 태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태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당 230밧(약 8200원) 정도로 치솟았다. 1년 전 ㎏당 150밧(약 5300원)에서 35% 뛴 가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가격의 두배에 가까운 260밧(약 93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 농업부는 돼지고기 가격 인상은 지난해 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한 식당 영업 재개 및 무격리 입국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 등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달말 음력 설을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태국 정부는 이같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자 이달 초 돼지고기 수출을 석달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전국의 냉동 창고에 몰래 비축된 돼지고기가 있는지 '수색'에 나섰다. 태국 정부가 이처럼 긴급 수색에 나선 것은 남부 송클라주의 한 냉동 창고에서 200톤이 넘는 돼지고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돼지고기 공급이 ASF로 대량 폐사되면서 공급부족으로 국민들이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돼지고깃값 인상의 한 요인으로 비난받는 불법적인 돼지고기 비축에 대해 태국 정부가 대응조치에 나선 것이다.

◆대체제로 등장한 악어고기 가격도 상승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태국 국민들은 대체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부 차이야품주 주민들은 매해 제사 공물로 바치던 돼지머리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올해는 대신 구운 생선에 초를 꽂아 올리는 가정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 곳 주민들은 예년 돼지머리 가격은 500∼600밧(약 1만8000∼2만1000원)이었는데, 최근에 800∼1200밧(약 2만9000∼4만3000원)가량으로 거의 두 배로 올랐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태국 관광지에서 맛 볼 수 있는 악어고기가 돼지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나콘파톰주의 한 악어농장 주인은 최근 페이스북에 악어 고기를 1㎏당 105밧(약 3700원), 30㎏ 구매 시 ㎏당 70밧(2500원)에 판매한다는 광고 글을 올렸는데, 악어고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악어 고기 가격은 50~100바트에서 ㎏당 80~190바트로 올랐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악어 고기는 최근 ㎏당 약 250바트의 소매 가격으로 판매된 돼지고기보다 여전히 훨씬 저렴하다.

태국 돼지 사육자 협회(Swine Raisers Association of Thailand)에 따르면 태국의 농장 돼지 가격은 1월 2일 ㎏당 약 105바트(Baht)로 1년 전보다 약 33% 더 비쌌다.

◆ASF 확산에 지난해 10월까지 15만여마리 살처분


태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료 가격 상승에 ASF 우려까지 겹치면서 양돈 농가가 대거 폐업했다. 태국은 2021년 중반부터 돼지고기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2021년 3월과 10월 사이에 최소 15만9000마리의 사육 돼지가 살처분됐다.

태국농업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에 돼지 1800만 마리가 태국 내수 시장에 공급됐지만 올해는 1500만 마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으로 설을 앞두고 돼지 고기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부족해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태국 정부는 지난 11일 공식적으로 라콘파톰지역의 도축장 샘플에서 ASF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태국의 ASF발생은 지난해 12월 애완용 미니돼지의 폐사 원인을 조사한 카셋삿 대학에서 ASF로 진단을 한데 이어 이 결과를 부인해왔던 태국정부도 결국 도축장 등 조사결과 ASF가 나왔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하지만 태국에 ASF가 발생했을 것이란 소문은 1년여전부터 계속있었다.

지난해 12월15일 태국으로부터 태국산 소세지가 소포로 대만에 도착하였는데 검역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 대만 정부가 검사한 결과 ASF 양성반응이 나왔다.

해외 전문가들은 태국정부의 ASF부인에도 태국내에 ASF오염이 많을 것으로 의심하였고 소시지 생산날짜 등을 계산하면 최소 지난해 여름 이전에는 태국에 ASF가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동남아시아에서 ASF가 베트남에 이어 양돈이 많은 태국까지 감염되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양돈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