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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탄력받는 카카오뱅크, 영역 확장으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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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탄력받는 카카오뱅크, 영역 확장으로 ‘재도약’

‘먹튀’ 논란에 도마에 오른 ‘혁신’···협소한 상품군과 매몰된 영업 전략
비대면 주담대 출시로 포문 연 확장···‘카뱅’스러운 혁신으로 ‘정면돌파’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지난해 8월 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는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지난해 8월 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는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잇단 악재로 추락했던 카카오뱅크가 최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고신용자 중심의 신용대출에 매몰됐던 기존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 대출로 새로운 대출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닮은 인터페이스부터, 통신요금납부내역이나 소비패턴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 평가 모델을 대출에 적용시켜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같은 ‘카카오’스러운 방식이 기존 인터넷은행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을지 금융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반토막이 났다가 지난 4일 기준 23조원을 돌파하며 금융 대장주 KB금융(23조9090억원)에 근접했다. 이는 최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과 대선 같은 이슈 탓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시총 33조를 돌파해 5개월간 금융 대장주로 등극했던 화려했던 과거 이력과 비교하면 썩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다. 실제 올해 초만 해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신년사에서 “우리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탄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취임사에서 “금융 시가총액 1위라는 본래의 위치로 반드시 복귀하겠다”며 카카오뱅크를 겨냥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수장들까지 나서서 카카오뱅크를 인식할 정도로 카카오뱅크의 위상은 한때 대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 평가가 무색 할 정도로 최근 들어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수직 하락세가 돋보인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 컸던 탓이다. 지난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이 9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44만 주를 블록 딜 형식으로 팔아 치우면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일 31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한 달 만에 24조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주가 하락의 계기가 ‘먹튀’ 논란에서 비롯됐다고 하나 그 중심엔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 한다. 그동안 ‘혁신’에 가려져 적정 가치 대비 월등한 평가를 받던 카뱅의 주가가 이제야 그 실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고신용자 대출 위주의 급성장···규제에 막혀 성장 멈춰


카카오뱅크는 처음부터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 확대 전략을 펼치며 성장해왔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2분기 말 신용대출잔액은 3조17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8%나 성장했다. 당시 신규 취급액 기준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은 10.6%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직장인 사잇돌 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핵심 비즈니스모델이 막힌 결과 카뱅의 4분기 순이익은 36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4%나 급격히 줄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며 건전성도 하락했다. 고신용자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선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대두 됐다. 실제, 지난 1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1060조2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781조원) 비중은 73.67%로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278조1000억원, 26.23%)의 세배 규모다. 시장의 ‘파이’ 규모가 다른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지점 없이 비대면으로 운영된다. 비용적 측면에서 크게 절감돼,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 혜택이 가능하다.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대환대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역시 경쟁을 위해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게 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쇄신의 시작···안주 멈추고 주담대와 기업대출로 확장 모색


카카오뱅크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실행 화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뱅크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실행 화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본격적인 쇄신에 나선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2일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주담대 상품의 경쟁력을 위해 대화형 인터페이스란 차별성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카카오톡과 유사한 인터페이스에 고객이 정보를 입력하면 한도 조회가 이뤄진다. 서류 제출부터 심사, 실행까지 한꺼번에 진행된다. 서류 제출 부담을 최소화했으며, 기존 대화를 찾아보며 대출 과정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는 등 편의성도 높였다.

여기에 최저 2.989%(변동금리, 14일 기준)란 파격적 대출금리로 고객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상품을 아파트 외 다세대, 다가구, 단독 주택 등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카뱅은 올해 하반기에 자영업자 대상의 소호(SOHO) 대출을 출시해 기업 대출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지난달 9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개인사업자용 수신, 대출 상품 두 가지를 동시에 출시해 기업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카뱅의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 자금과 사업 자금의 구분이 어려운 소상공인이 직관적으로 각 계좌를 관리·운용토록 하는 것에 초점 맞췄다. 특히 지점 방문이 어려운 개인사업자를 위해 100% 비대면으로 가능토록 서비스도 구현했다.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쉽고 편한 대출 절차를 밟도록 사용자 환경(UI)도 구현했다.

◆쇄신의 핵심, ‘카카오다움’···“경쟁력 입증할 기회 될 것”


이같은 쇄신의 핵심 요소는 기존 카카오뱅크가 보인 ‘카뱅’다움이다. 당초 증권가에서 카뱅의 목표주가를 낮춘데는 소수의 상품에 집중된 제한적 비즈니스 모델과, 시중은행과 별 차이 없는 영업 방식 이었다. 특히 작년 가계대출 규제에 성장 여력이 극히 제한된 점, 비대면을 제외하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이 부족한 점 에서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사진=뉴시스]

이에 절치부심한 카뱅이 출시한 주담대는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상 천외한 방식은 은행 대출이 아닌 ‘카카오톡’을 연상케 했다. 주담대의 특성상 고객 긴장감이 크지만, 카톡을 닮은 주담대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고객에게 친숙함을 느끼도록 해준다. 말 그대로 ‘카카오’다운 방식이다.

자체 신용평가모델(CSS) 역시 카뱅의 강력한 무기다. 지난해 6월 카뱅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량을 늘리고자 새로운 CSS를 도입했다. 해당 CSS는 금융이력에 매몰된 평가모형과 달리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납부정보 ▲카카오선물하기, 카카오T 등 자사 플랫폼 정보 ▲머신러닝기술 등을 적극 활용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들에게 새로운 금융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카뱅의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은 2분기 10.6%에서 3분기 13.4%로 확대됐다.

이같은 방식은 오는 하반기 출시될 자영업자 대출에도 적용된다. 카뱅은 자체신용평가모델을 통해 ▲가게 단골 숫자 ▲입지 조건 ▲소속 상권의 성장성 ▲객단가 등 유·무형 요소도 신용평가에 반영한다. 보다 세밀한 대출심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이는 대출 심사에 어려움 겪는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여타 은행에 비해 높은 성장성과 플랫폼에 강점을 지녔다”며 “증권 거래 및 리테일 대상인 연계 대출 시장의 성장성은 직전 2년 대비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히려 이럴 떼 카카오 플랫폼의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