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바닥 뚫은 원·엔 환율···원인은 일본 저금리 기조
‘잃어버린 20년’ 극복 위한 아베노믹스, 저성장의 ‘늪’으로
바닥은 ‘아직’, 추가 하락 우려···한국 수출 악영향 우려도
‘잃어버린 20년’ 극복 위한 아베노믹스, 저성장의 ‘늪’으로
바닥은 ‘아직’, 추가 하락 우려···한국 수출 악영향 우려도
이미지 확대보기미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엔화가 연일 추락하고 있다.
최근 미 연준에서 공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선 가운데, 오히려 일본에서는 통화 완화기조를 내세우며 양국간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엔화의 가치하락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일 대비 7.2원 하락한 989.59원에 마감했다. 원·엔 환율이 종가 기준 1000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12월 14일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지난 23~25일 장중 1000원대로 떨어졌지만 마감 때는 1000원선을 복구했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연속 지정가 매입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국채가 시장에서 팔리게 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올라간다. 그러나 해당 조치를 통해 일본 정부는 장기금리 변동폭의 상한을 0.25%로 억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완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친 것.
문제는 이런 일본의 완화적 기조와 통화 긴축을 가속화하고 있는 미국과 극명히 대비되며 역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최소 오는 5~7월 새 최소 두차례 이상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미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달 초 115엔선에서 등락하던 엔·달러 환율은 29일 기준 전일 대비 1.46엔 오른 123.54엔으로 마감했다. 특히 전날에는 장중 125엔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15년 12월 6년 만의 최고치다.
◆‘잃어버린 20년’ 극복 위한 아베노믹스, 저성장의 ‘늪’으로
그렇다면 일본은 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려 하는가? 그 해답은 아베 전 일본 총리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아베노믹스’에서 찾을 수 있다.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2년 집권과 동시에 연간 수십조엔의 국채를 발행하고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도달할 때까지 대규모 자금을 풀었다. 말 그대로 ‘일부러’ 엔저를 유도한 것. 이를 통해 수출 기업의 실적을 개선하고 개인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것이 아베 내각의 계획이었다.
당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란 표현처럼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이 이어졌던 만큼, 아베노믹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아베노믹스는 ‘잃어버린 20년’을 ‘잃어버린 30년’으로 만들었다. 버블 사태를 겪은 일본 경제는 극도로 침체된 상태였다. 국민들은 소비와 대출을 꺼리고 저축을 선호했으며, 기업 역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아베 내각이 푼 막대한 자금은 시장이 아닌 고스란히 은행으로 흘러들어갔고, 해당 자금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해외로 향했다. 특히 엔화 수요가 줄어들자 해외 투자 등 자금 유출은 더욱 가속화됐고, 다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바닥은 ‘아직’, 엔·달러 추가 하락 우려···한국 수출 경쟁력 악영향 우려도
문제는 이마저도 최저점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1조1887억엔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연속 적자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기업 등은 대금 지급을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해야 한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수입물가는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노지 마코토 SMBC닛코증권 수석 전략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5~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극도의 엔저에도 일본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5일 열린 의회 연설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통화완화정책은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일본이 수출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였지만 현재는 일본기업들의 해외 수익이 주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제 구조상 엔화 약세는 전반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만큼 통화 완화 기조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주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앨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엔화 가치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엔저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엔화 가치가 폭락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 실제로 아베노믹스 이전 2010년대 초반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로 상승하자 국내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까지 엔저 영향을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하반기까지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업종별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석유,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거나 추가로 확대된 산업은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투자 집행이 지연되는 점 역시 철강·기계 등 업종의 피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진단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