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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최저법인세 '2023년 시행’ 빨간불 켜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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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최저법인세 '2023년 시행’ 빨간불 켜진 이유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미국을 비롯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주도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돼왔던 이른바 ‘글로벌 최저법인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국적 기업들에 최저 15% 세율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전세계 130여개국이 지난해 합의하면서 이르면 내년 중 시행될 것이란 기대가 널리 퍼졌으나 최근들어 장애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법인세 시행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음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별 성과 없이 끝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 발언에서 확인된다.

그는 “지난해 이뤄진 합의대로 글로벌 최저법인세가 시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초 합의대로 글로벌 최저법인세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음을 사실상 확인해준 것.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글로벌 최저법인세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 재무부 장관 입에 이같은 발언이 나왔을까.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글로벌 최저법인세가 지난해 합의대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반대 입장 굽히지 않고 있는 헝가리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첫 번째는 헝가리 때문이다. 이미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온 아일랜드와 헝가리 등 일부 국가들이 법인세 하한선을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처음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에 130개가 넘는 국가가 합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일랜드는 이행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을 전제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헝가리도 입장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한때 비쳤지만 결과적으로 아직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는 12.5%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헝가리는 이보다 낮은 9%를 유지하고 있다. 낮은 법인세율로 그동안 자국 경제를 키워왔는데 최저법인세를 적용받게 되면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반대 논리였다.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일은 올해 안에 최종 합의가 이뤄진 뒤에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과 OECD는 헝가리를 설득하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반대 국가를 설득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코먼 OECD 사무총장 "2024년 이후 시행 가능성"


두 번재는 과세권 배분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글로벌 최저법인세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시사하면서 기술적인 문제에 관한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언급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필라2에 관해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필라1의 기술적인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당초 기대한 것과 달린 글로벌 최저법인세는 내년이 아니라 2024년 이후에나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130여개국이 지난해 의견을 모은 글로벌 최저법인세의 도입 방안은 크게 두가지로 이뤄져있다.

필라2로 불리는 한가지는 최소 15% 이상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하는 것이 골자이고 필라1로 불리는 다른 한가지는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한다'는 전제아래 새로운 이익 배분 기준을 수립하는 것인데 필라1과 관련한 협상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는 게 코넌 사무총장의 설명이었다.

필라1과 필라2 모두에 대해 관련국들이 합의를 이뤄야만 시행이 가능한데 필라2의 시행은 합의한 나라들이 자국내 입법 조치를 통해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합의가 수월한 반면. 필라1의 시행은 이해 당사국들간 국제적인 합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져야만 가능한 문제라 합의가 어려운 차이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내 야당의원’ 맨친의 반대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 미 상원의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 미 상원의원. 사진=로이터

세 번째는 미국 공화당의 반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 상원의원 때문이다.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최저법인세가 미국에서 시행되려면 미국 헌법상 국제 조약에 속하기 때문에 미 상원 의원의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데 미 상원의 현재 의석은 민주당이 50석, 공화당이 50석으로 똑같이 나눠갖고 있다.

현재 미 상원의 의석 분포로 보면 공화당 쪽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민주당 쪽에서는 아무 것도 통과시키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는 뜻인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민주당 쪽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민주당 중진의원이지만 ‘여당내 야당의원’으로 불리면서 바이든표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맨친 의원이 글로벌 최저법인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맨친 의원은 지난 15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국제적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관련 법안이 상원에 제출될 경우 반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전체가 반대 입장을 진작부터 밝힌 가운데 민주당 중진의원인 맨친까지 반대 대열에 가세하면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