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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갈등으로 번진 '김남국 코인'…게산협·게임학회 '입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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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갈등으로 번진 '김남국 코인'…게산협·게임학회 '입씨름'

국회의원 '위믹스 대량 보유' 논란…학회 "P2E 로비 의혹, 진상 밝혀라"
위메이드, 명예훼손으로 학회장 고소…협회 "업계 향한 모욕 멈춰야"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왼쪽)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왼쪽)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뉴시스
현직 국회의원이 게임사가 발행한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했다는 이른바 '김남국 코인' 논란의 불똥이 산업계와 학계 사이 갈등으로 번졌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게산협) 소속 업체가 한국게임학회장을 고소한 가운데 협회와 학회가 서로를 비판, 반박하는 입장문을 연달아 내놓았다.

게임학회는 18일, 게산협과 위메이드를 성토하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위메이드가 위정현 학회장을 형사 고소한 것에 대해 '충격적인 사태'라고 평하는 한 편 "협회가 위메이드의 고소를 기다렸다는 듯 학회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위메이드는 이보다 하루 전인 17일, 서울경찰청에 위정현 학회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위 학회장은 그간 확인되지 않은 의혹, 소문, 추측,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사의 정상적 기업 활동을 부도덕한 이미지로 덧씌워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게산협은 위메이드의 발표 직후 "(게임학회가) 모욕적 언사로 게임산업 폄훼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위 학회장은 '게임업계가 국회에 입법 로비를 하고 있다'는 실체 없는 의혹으로 산업 전반에 대해 모욕적 언사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위메이드는 이달 5일 국내 매체 보도로 시작된 '김남국 코인' 논란에 있어 중요한 코인으로 거론되는 위믹스를 발행한 업체다. 해당 보도에 의하면 김 의원은 지난해 기준 12억원, 올해 기준 15억원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것과 달리 2022년 초, 최고 거래가 기준 60억원 수준인 약 80만개의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사진=위메이드이미지 확대보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사진=위메이드

게임학회는 10일, 이번 논란을 '위믹스 사태'라고 일컫는 내용의 성명문을 공개했다. 학회는 당시 성명문을 통해 "코인과 P2E(Play to Earn)에 관한 일련의 사태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P2E 업체와 협회·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무성했던 만큼 이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며, 코인·P2E와 현 게임 산업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보유하고 거래했던 코인으로는 위믹스 외에도 넷마블의 '마브렉스(MBX)', 카카오게임즈 '보라(BORA)' 등 국내 게임사들의 코인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학회 성명문이 공개되자 위메이드는 '로비설'에 즉각 반발했다. 사측은 게임학회의 최초 성명문 발표 직후인 11일 "오히려 학회 측에 2020년부터 각종 학술대회에 다섯 번에 걸쳐 총 2800만원의 후원금을 제공했다"며 역공에 나섰다.

또 15일에는 장현국 대표의 명의로 "위믹스를 특정 의원에게 불법 지원하거나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행위에 민·형사상의 조치를 포함한 엄정한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18일 입장문에서 "국내 대다수 분야 주요 학회에서 분기·반기 별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선 관련 기업에 후원금을 요청하는데, 이를 마치 뇌물로 해석할 수 있는 입장문을 내놓았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또 "이른바 '돈 버는 게임'인 P2E의 확산은 2000년대 후반 게임산업을 초토화에 가까운 위기로 몰아넣었던 '바다야이가' 사태를 되풀이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게임이 긍지와 자랑이 아닌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P2E와 게임 산업은 분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위믹스 공식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위믹스 공식 홈페이지

위메이드·협회와 학회의 신경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위정현 학회장은 그간 정부 부처와 기업을 막론하고 게임 관련 이슈에 있어 가감 없는 비판을 해온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하다. 게임사 경영진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비판이 다소 지나치다'는 반감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직 국회의원이 규제 회색 지대인 코인 시장에 투자한 사실을 도의적으로 비판하는 것 이상의 문제 제기는 수사 기관 발표가 있은 후에도 할 수 있었다"며 "확인된 정보 이상의 부정적 인식이 번지는 것은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 악화, 나아가 불특정 다수 이용자·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코인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 만인 지난 14일, 김남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진 탈당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1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김 의원의 논란에 관해 업비트·빗썸 등 거래소에서 거래 내역 등 자료를 압수 수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을 발족하고 16일 첫 회의를 개최했으며 오는 19일에는 위메이드 본사를 직접 방문해 장현국 대표를 접견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된 업체들 중 넷마블은 12일 "당사는 김 의원을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MBX에 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 측은 19일 "당사는 이상거래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외부에 알린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