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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사든 절반 이상이 하만 브랜드"…삼성전자, B&W까지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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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사든 절반 이상이 하만 브랜드"…삼성전자, B&W까지 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 마시모 오디오 부문 인수
B&W·데논·마란츠·폴크 등 유명 브랜드 포함
하만, 명실공히 세계 최대 오디오 기업으로
하만이 6일(현지시각) 바우어앤윌킨스(B&W)를 보유한 마시모의 오디오 부문 인수를 발표했다. 이미지=하만이미지 확대보기
하만이 6일(현지시각) 바우어앤윌킨스(B&W)를 보유한 마시모의 오디오 부문 인수를 발표했다. 이미지=하만

삼성전자가 2017년 세계적인 음향 솔루션 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을 인수했고, 그 하만은 2025년 5월 6일,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와 함께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하만은 아니, 삼성전자는 전세계 주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사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때만 해도 선뜻 믿기지 않았다. 하만에는 하이파이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명실공히 세계 최대 오디오 & 음향 기업이기 때문이다. B2C용 브랜드를 제외하고 국내에 잘 알려진 브랜드만 살펴보면 JBL, 하만 카돈, AKG(아카게), 인피니티(Infinity),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레벨(Revel), 아캄(ARCAM), 렉시콘(Lexicon)이 있다.

하만 인터내셔널 산하 오디오 브랜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JBL, 하만카돈, AKG를 포함해 정말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하만이미지 확대보기
하만 인터내셔널 산하 오디오 브랜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JBL, 하만카돈, AKG를 포함해 정말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지=하만


이 중 국내에도 잘 알려진 JBL은 '비운의 천재가 만든 아메리칸 사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BOSE)와 더불어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이며 보급형 소형 기기부터 하이엔드급 초대형 기기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다.

JBL은 창업주 랜싱의 이름을 딴 기업이지만 처음에는 랜싱 매뉴팩처링이었다. 그러다 극장용 음향시설을 만들던 알텍과 합병해 알텍 랜싱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랜싱은 회사에서 퇴사하고, 상표권마저 잃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본따 JBL을 만들었다.

JBL의 가장 유명한 모델 '4312' 북쉘프 스피커 중 4312E 모델. 사진=하만이미지 확대보기
JBL의 가장 유명한 모델 '4312' 북쉘프 스피커 중 4312E 모델. 사진=하만


JBL은 펄프 콘 우퍼를 사용하고 12인치 이상의 대구경 유닛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인 모델 '4312'는 카페 등 매장에서 적어도 몇 번쯤은 봤을 만큼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고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마크레빈슨은 오디오 엔지니어이자 녹음가, 아마추어 뮤지션인 마크 레빈슨의 이름을 본딴 브랜드다. 마크 레빈슨은 1972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했으나 경영 부진으로 회사와 상표권이 하만에 넘어가게 됐다. 과거 마크 레빈슨 본인이 LG전자의 오디오 컨설턴트로 일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LG전자는 휴대폰 음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뛰어난 오디오 개발자인 마크 레빈슨을 3년간 설득했으며, 그 결과 마크 레빈슨이 개발에 참여한 '랩소디 인 뮤직LG-LB3300)'폰을 만들었다.

천재 개발자로 이름을 날린 마크 레빈슨 본인이 LG전자와 협업해 '랩소디 인 뮤직LG-LB3300)'폰을 만든 것은 하이파이 분야에서 꽤 유명한 얘기다. 마크 레빈슨은 이렇게 번 돈으로 자신의 또 다른 브랜드를 설립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천재 개발자로 이름을 날린 마크 레빈슨 본인이 LG전자와 협업해 '랩소디 인 뮤직LG-LB3300)'폰을 만든 것은 하이파이 분야에서 꽤 유명한 얘기다. 마크 레빈슨은 이렇게 번 돈으로 자신의 또 다른 브랜드를 설립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사진=LG전자


어쨌든 마크 레빈슨 본인은 이후 첼로 오디오, 레드로즈 뮤직을 설립했으나 모두 잘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초창기 마크 레빈슨의 튜닝이 들어간 오디오 브랜드 '마크레빈슨'은 당시 놀랄 만큼 뛰어난 음향 성능으로 단숨해 하이엔드 오디오 1군 브랜드로 떠올랐다. 마크레빈슨은 모둔 부품을 선별해 사용하고 모든 전기적 특성을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장인정신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모든 제품 간 편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민감한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 감성의 영역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로 하이엔드 사운드 분야를 개척했다.

이 마크레빈슨 사운드에 반한 일본 렉서스는 과거 카오디오 독점 계약을 맺고 렉서스 주요 모델에 탑재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이후로는 벤츠 S 클래스, BMW 7 시리즈, 아우디 A8 등 세계의 명차들이 마크레빈슨과 손 잡았다.

천재 스피커 개발자라 불리는 로렌스 디키가 설계한 B&W 노틸러스. 인클로저를 없애고 고음/저음/중음 스피커 유닛을 튜브 형태로 길게 느린 독특한 디자인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사진=B&W이미지 확대보기
천재 스피커 개발자라 불리는 로렌스 디키가 설계한 B&W 노틸러스. 인클로저를 없애고 고음/저음/중음 스피커 유닛을 튜브 형태로 길게 느린 독특한 디자인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사진=B&W


이처럼 막강한 오디오 파워를 자랑하는 하만이지만 그래도 아직 아쉬운 제품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이번에 새롭게 인수한 B&W(바워스앤윌킨스)'는 국내에서도 팬이 무척 많은 브랜드다. 단지 '인기 있다'를 넘어 하이엔드 시스템을 꿈 꾸는 이들 상당수가 거쳐가는 입문기이자 또 누군가가 정착하는 '오디오의 끝판왕'이기도 하다.

B&W는 오디오 업계에서도 꽤 독특한 브랜드다. 우선 디자인이 하이엔드 오디오스럽지 않다. 가장 상징적인 제품은 '노틸러스(Nautilus)'다. 노틸러스는 일반적인 사각형이나 원통형 구조가 아닌 달팽이를 닮은 인클로저를 갖췄다. 누가 봐도 단번에 노틸러스를 알아보게 된다. 여기에 고음/중음/저음을 담당하는 스피커 유닛을 긴 튜브 구조로 만들었다. 이 튜브는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인데, 유닛의 불필요한 공명과 왜곡을 줄여준다.

역설적으로 B&W 노틸러스는 인클로저를 없앤 듯한 디자인으로 당대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었다. 이 이후 스피커 디자인의 다변화가 본격화됐으니 B&W가 현대 오디오에 끼친 공은 무척 지대하다 할 수 있다.

또 방탄 소재에 쓰이는 가볍고 고탄력인 신소재 케블라(Kevlar)를 스피커 유닛에 적용한 것도 B&W가 대표적이다. 듀퐁이 만든 케블라는 가볍운데다 탄력도 상당했는데 이것이 유닛의 응답속도에 이상적이어서 B&W 고급 모델의 우퍼 유닛 소재로 채택됐다. 다만 현재는 케블라에서 더 발전한 컨티넘(Continunm) 콘 유닛을 사용하늗데, 금속을 증착해 직조한 합성 섬유 재질의 컨티넘 콘 유닛은 기존의 노란색 케블라콘을 대체할 만큼 무게와 강성이 뛰어나 이제는 B&W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컨티넘 콘 유닛의 색상은 실버 색상이다.

현재 B&W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인 시리즈 800 시그니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사진=B&W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B&W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인 시리즈 800 시그니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사진=B&W


B&W는 고급 모델의 트위터에 다이아몬드를 가공해 적용했다. 일반적인 알루미늄 트위터는 2만 Hz까지의 소리 특성은 우수하지만 그 보다 고음역으로 가면 음이 들뜨거나 왜곡이 발생하곤 한다. 이에 B&W는 탄소와 가스를 플라즈마 안에서 고온으로 가열해 매우 얇은 탄소 서리(다이아몬드 크리스탈)를 생성해 트위터에 부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는 굉장히 견고하고 깨끗하고 명료한 음을 특징으로 한다.

현재 B&W 오디오를 옵션으로 추가하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하만으로서는 B&W를 인수함으로써 홈 오디오와 더불어 카오디오 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데논을 대표하는 AV 리시버 'AVR-A10H'은 무려 채널 당 150W의 출력으로 13.4채널을 전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돌비 애트모스 DTS:X, 아이맥스 인핸스드, 오로 3(AURO-3) 등의 규격을 지원하고 8K 고해상도 영상도 전송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진=데논이미지 확대보기
데논을 대표하는 AV 리시버 'AVR-A10H'은 무려 채널 당 150W의 출력으로 13.4채널을 전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돌비 애트모스 DTS:X, 아이맥스 인핸스드, 오로 3(AURO-3) 등의 규격을 지원하고 8K 고해상도 영상도 전송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진=데논


하만이 인수한 또 다른 브랜드 중 데논(DENON)과 마란츠(MARANTZ)도 눈여겨 볼 만한 브랜드다. 데논은 1910년 일본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어원은 전음(電音), 전기음향기기를 일컫는다. 데논의 전신인 일본 콜롬비아 주식회사는 1910년에 설립돼 축음기와 음반을 제조했는데, 의외로 설립자는 프레드릭 휘트니 혼(Frederick Whitney Horn)이라는 미국인이었다.

데논은 주로 방송계를 위한 디스크 레코더 제품을 개발했고 일본 내 최초로 LP 발매, 세계 최초 PCM(Pulse-code modulation,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 방식의 디지털 녹음기 개발 등의 기록을 보유했다.

본래 B2B 제품이 주력이었지만 2002년 마란츠와 합병했으며, 때마침 불어닥친 DVD와 홈씨어터 붐에 힘입어 돌비 디지털, THX 프로세싱을 탑재한 AV 앰프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당시만 해도 분래형 앰프(프리앰프, 파워 앰프)가 대새였지만 데논은 프리앰프와 라디오 튜너, DAC(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 등을 모두 결합하고 5.1채널 이상의 파워 앰프를 탑재하는 등으로 홈씨어터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데논의 특징은 전 채널에 직렬 디스크리트 구성의 파워 앰프를 적용한 강력한 구동력이었다. 홈씨어터 초창기에 저음의 수요, 멀티채널의 임팩트가 상당했던 만큼 데논 앰프는 AV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됐다.

같은 회사 소속의 브랜드인 마란츠는 데논과 정 반대로 1953년, 미국의 공학자인 사울 B. 마란츠(Saul Bernard Marantz)가 뉴욕에서 설립했으나 이후 창업자 은퇴 후 일본 지분이 늘어나며 일본 기업이 됐다. 마란츠는 초기 LP 레코드 녹음 상태가 좋지 않자 스스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프리앰프를 개발했다. 그런데 이 제품의 음질이 너무 좋아 주변에서 앞다퉈 주문했고, 그 결과 마란츠라는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이후 마란츠는 여러번 인수합경을 겪었지만 데논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반 AV 앰프의 인기, 고급형 SACD(슈퍼 오디오 CD) 플레이어 출시 등의 성공을 거두며 데논과 더불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고급 오디오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데논이 직선형의 간결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면 마란츠는 보다 완곡한 디자인에 LED 인디케이터 등으로 디자인적으로 훨씬 세련된 인상이다.

하만은 수많은 명차에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은 B&W 오디오 시스탬을 탑재한 애스턴 마틴 DB12다. 사진=B&W이미지 확대보기
하만은 수많은 명차에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은 B&W 오디오 시스탬을 탑재한 애스턴 마틴 DB12다. 사진=B&W


이제 하만은 B&W,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의 브랜드를 더해 세계 최고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명실공히 글로벌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실제 오디오 전문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고르든, 절반 이상은 하만 산하의 브랜드일 정도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