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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플은 어떻게 시총 3조 달러를 넘어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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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플은 어떻게 시총 3조 달러를 넘어섰나

애플의 시총이 역사상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의 시총이 역사상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설은 신화가 된다. 애플의 주가가 6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193.97달러에 마감하며 시가 총액이 사상 최초로 3조 달러(약 3957조 원)를 넘어섰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월 장중 3조 달러를 넘은 적 있었다. 하지만 종가 기준으로 3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76년 4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운 지 47년 만의 일이다.

애플은 이날 2.31% 상승했다. 3조 달러라는 새 이정표는 전 세계인의 삶을 바꿔 놓은 아이폰의 지속적인 영향과 탄력성을 의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1976년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가정집 차고에서 퍼키 컴퓨터 회사로 시작한 애플의 가치는 오랜 경쟁자인 구글의 약 두 배, 과거 1인자 엑손 모빌의 7배가 됐다.

이 거대 기술 기업은 소비자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기술을 둘러싼 중국과의 서방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연초 대비 거의 50% 상승했다. 애플은 2018년 1조 달러에 도달하기까지 42년이 걸렸다. 2년 후인 2020년엔 2조 달러 고지를 밟았다. 그리고 3년 후 마침내 3조 달러라는 신화를 새로 썼다.

애플을 가장 큰 지분 중 하나로 꼽는 시노부스 트러스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댄 모건은 "엄청난 현금 흐름과 거대한 고객 기반으로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애플은 투자자들의 안식처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라고 추켜세웠다.

아이폰의 위력


애플의 힘은 연간 판매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에서 나온다. 애플은 2007년 제품 출시 이후 20억 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아이폰 출하량이 더 이상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애플은 2019년 프로 라인업을 도입해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전체 판매액을 끌어올렸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부수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대형 기술 경쟁업체보다 훨씬 빠르게 반등할 수 있었다.

애플은 오랜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시총 레이싱을 벌여 왔다. 워싱턴주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2021년 2조 달러를 기록했고, 잠시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등극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올해 들어 40% 이상 상승했으며, 수년 내에 등장한 신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 받아온 챗 GPT를 개발한 OpenAI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턱밑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치는 약 2조 5000억달러다.

애플도 시련과 위기는 있었다. 가까이는 지난해 11월 중국의 코로나19 규제 속에 하드웨어 제조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휴가 시즌에 접어들어 아이폰 프리미엄 모델이 주춤하면서 애플의 주식은 거의 30%나 하락했다.

올 들어 애플은 10년 만에 세 번째로 연속적인 분기별 매출 감소를 보고했다. 애플은 4월 1일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948억 달러의 매출을 보고했다. 하지만 임원들은 인도, 인도네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성장하는 아이폰 사업을 강조해 달아나려던 투자자들의 마음을 붙들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아이폰은 진정한 글로벌 제품이며, 우리는 현재 신흥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발도상국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애플은 공급망을 중국에서 인도와 베트남과 같은 곳으로 이전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했다.

애플이 3조 달러 고지에 올라선 것은 스티브 잡스 이후 47년 만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3조 달러 고지에 올라선 것은 스티브 잡스 이후 47년 만이다.


신화는 계속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이미 확보한 국가에서 겪고 있는 둔화를 상쇄할 것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UBS는 최근 애플의 선진국 시장 성장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UBS 분석가 데이비드 보고트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기존 3대 시장 성장이 장기적인 아이폰 성장을 한 자릿수 중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만큼 크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애플의 신화 창조는 흔들리지 않는다. 애플 주가는 잠시 주춤거렸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후 나머지 기술주들과 함께 반등했다.

이달 초에 발표된 비전 프로를 통해 애플은 많은 경쟁업체, 특히 메타 플랫폼의 Quest 제품군과 함께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애플의 헤드셋 데모는 애플 팬들, VR 애호가들, 그리고 많은 분석가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투자 은행 TD 코웬의 선임 연구 분석가인 크리쉬 샌카르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비즌 프로는 필수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통합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애플만이 실현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라고 썼다.

비즌 프로는 당장 상당한 재정적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대중적인 시장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이르면 2025년 더 저렴한 미래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의 시총이 2025년 4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전망은 전망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보여준 애플의 약진에 비추어 보면 4조 달러 고지는 불가능한 높이가 아니다. 애플의 신화는 진행형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