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알제리 ‘가라 제빌렛’ 철광석 산지 열린다… 中, 아프리카 자원으로 ‘가격 결정권’ 탈환

글로벌이코노믹

알제리 ‘가라 제빌렛’ 철광석 산지 열린다… 中, 아프리카 자원으로 ‘가격 결정권’ 탈환

中 철도건설공사, 사하라 사막 관통 950km 철도 핵심 교량 완공
기니·알제리 등 아프리카 공급망 다변화… 호주·브라질 의존도 낮추는 ‘전략적 헤지’
국영 중국철도건설공사가 PK330 다리의 선로 부설을 완료했다. 사진=CRCC이미지 확대보기
국영 중국철도건설공사가 PK330 다리의 선로 부설을 완료했다. 사진=CRCC
중국이 알제리 사하라 사막의 거대 철광석 매장지를 깨우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 주도한 대규모 철도 인프라가 완공됨에 따라, 수십 년간 방치됐던 알제리의 철광석이 중국의 철강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는 호주와 브라질이 주도해온 철광석 가격 결정권에 대항하려는 중국의 ‘자원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2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 사하라를 가로지르는 950km 철도… “기술적 난관 극복”


중국철도건설공사(CRCC)는 최근 알제리 남서부 틴두프 주의 가라 제빌렛(Gara Djebilet) 철광석 광산과 북동쪽 산업 허브 베샤르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의 핵심인 'PK330 다리' 건설을 마쳤다.

섭씨 50도에 달하는 고온과 움직이는 모래언덕 등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야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등 정교한 공법이 동원됐다.

1950년대 발견 이후 기술적 한계로 멈춰있던 가라 제빌렛 광산은 1월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연간 200만~400만 톤 생산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5000만 톤 규모로 확장될 계획이다.

◇ 호주·브라질 독점 타파… ‘가격 수용자’에서 ‘제시자’로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철광석 조달을 확대하는 배경에 '지리경제적 위험 관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기니의 시만두 프로젝트, 시에라리온의 톤콜릴리 광산에 이어 알제리까지 확보하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아프리카산 물량이 호주나 브라질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시장 점유율 10~15%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거대 공급업체들이 가격과 조건을 내세워 중국을 압박할 능력을 약화시킨다.

기니 시만두 등에서 나오는 고품질(철 함량 65% 이상) 광석은 중국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전환에 필수적인 원료다.

◇ 미래 전망: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 공고화


알제리에서 생산된 철광석은 내년 1분기 중 오랑 시의 토샬리 철강 단지에 도착해 현지 가공을 거친 뒤 지중해 항구를 통해 수출되거나 현지에서 소비될 예정이다.

호주(시장 점유율 50~55% 예상)의 비용 효율성을 완전히 뛰어넘기는 어렵지만, 아프리카 프로젝트는 중국에 중요한 ‘보험’이자 전략적 헤지 역할을 한다.

에너지 포 그로스 허브의 W. 주데 무어 펠로우는 "중국은 이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을 수용하는 쪽이 아니라 제시하는 쪽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알제리 가라 제빌렛 프로젝트의 성공은 중국-아프리카 관계가 단순한 인프라 지원을 넘어 고도의 자원·안보 협력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방대한 자산을 자국 가치사슬에 내재화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독보적인 자율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