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 보복으로 해석되는 아이폰 사용 규제책을 발표했다. 공공 기관 직원들이 직장에서 아이폰 및 기타 외국 브랜드 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일부 중앙 정부 직원들은 아이폰 등 외국 기기를 집에 두도록 지시를 받았다. 이 조치 외에도 중국은 아이폰 금지를 더 많은 정부 기관과 국영기업까지 확대했다.
이 보도 이후 애플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 주가는 조치 후 200조 원 이상 사라졌다. 최신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큰 충격을 받았다.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가 총액도 2조 달러대로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이 향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제조 운영과 판매 부진을 메울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중국 스마트폰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아이폰이 점유율을 잃게 되면 그 몫을 차지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
애플에 중국 시장은 비할 데 없이 중요하다. 중국은 애플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애플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또한, 중국은 애플 제품과 서비스의 주요 제조 허브이기도 하다.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기기 조립 공장 가운데 대략 90%가 중국에서 가동한다. 서킷 보드, 유리 패널, 배터리, 케이블, 충전기 등 납품업체 가운데 대략 50%가 중국에 있다.
애플의 전체 글로벌 매출에 대한 대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포함)의 기여는 미주와 유럽에 이어 세 번째다. 2022 회계연도에 중국에서 대략 742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전 세계 수익의 18.8%에 해당한다.
2022년에 애플은 중국에서 4800만 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 이는 중국에 출하된 전체 스마트폰의 16.8%였다.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는 애플의 중국 시장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해에 중국은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21.2%를 차지했다.
2023년 2분기 동안 중국에서 약 1010만 대의 아이폰이 신규 판매되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1% 증가한 수치였다. 이 수치는 애플의 전체 글로벌 판매량의 약 23%를 차지한다.
IDC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5.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와 경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는 애플의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기관과 국영기업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민간 분야에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애플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 타격을 주고 애플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애플이 중국을 떠나려는 이유와 난항을 겪는 까닭
많은 서구 기술 기업과 마찬가지로 애플도 세계의 공장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에서 검열과 관련된 문제를 겪어 왔다.
그간 애플은 시장점유율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중국에서의 사업을 항상 긴장되게 했다.
2022년 11월 애플은 “원치 않는 파일 공유 방지”를 이유로 중국 사용자의 에어드롭(AirDrop) 사용을 제한했다. '모두' 옵션을 10분으로 제한하는 변경 사항을 도입했다.
AirDrop은 애플 기기 간에 파일 공유기능으로 '모두'를 선택하면, 다른 사용자의 요청이 오지 않아도 누구나 파일을 공유할 수 있어, 시위나 집회 등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자주 사용됐다.
중국 정부는 중국 시위자들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면서 이 기능에 민감했다. 애플은 이런 사정을 인식하고, 중국에서만 이 기능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외에 애플은 중국에서 게임 및 팟캐스트를 포함한 콘텐츠 관련 서비스에 엄격한 규칙과 지침을 시행한 이력도 있다.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 내용과 표현에서 중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고, 중국 정부 승인을 획득해야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팟캐스트도, 중국 정부의 검열 기준을 미준수하면 삭제하거나 차단당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봐왔다.
애플은 중국이 요구하는 데이터 보안 규정이 애플 고객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어 우려해 왔으며, 비판도 받았다. 이는 애플이 중국을 떠나도록 압박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애플이 중국을 떠나려 한 가장 큰 이유는 2022년 10월 코로나 발생으로 정저우에 있는 애플 생산 허브가 중단된 것이었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추적인 생산 현장이었다. 이 사건으로 애플은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된 것을 인정했고, 보완책을 강구해야 했다.
이에, 애플은 중국 밖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 제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인도와 베트남에서 아이폰 생산 비중이 전체 생산능력의 30~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2023년 초 애플은 중국 내 공급업체에 향후 몇 년 동안 연간 아이폰 생산량의 최소 20%를 인도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 간부와 수많은 최첨단 연구소의 이전을 말한다.
하지만, 이전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중국에 준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중국이 갖추고 있는 생태계를 인도나 베트남은 아직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광범위한 현지 부품 공급업체 네트워크,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운송 인프라, 고급 통신 시스템 및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단기간에 갖추기가 어렵다.
중국은 잘 정립된 생태계 덕분에 중국이 글로벌 스마트 폰 제조에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것이다. 샤오미(Xiaomi), 오포(Oppo), 비보(Vivo)와 같은 중국의 브랜드는 중국 내 이런 잘 갖추진 시스템 때문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애플의 중국 이탈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애플의 중국 내 자국 공급업체를 압박해 중국 밖으로의 생산 이전 움직임을 억제하려고 한다.
이런 변화는 중국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중국의 관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애플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애플의 점진적 생산 이동에 대한 불만을 표명함에 따라 애플은 중국 내에서 아이폰 생산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갈등은 애플의 복잡한 공급망에 직접적이고 즉각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내 공급망의 불안은 결과적으로 아이폰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규제로 애플이 중국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면, 이는 애플의 사업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판매량 축소뿐만 아니라 제조되는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을 잃을 수 있다. 아직 이를 대체할 국가나 지역은 없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조치는 애플의 중국 시장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아이폰 금지와 화웨이의 선전
전문가들은 중국의 아이폰 규제가 미국의 중국 기술 기업 제재에 대한 전략적인 보복 조치인지 아니면 개인 정보 보호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의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차원에서 단행된 것인지를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아이폰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면,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장기적으로 애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당장 출시될 아이폰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아이폰 15시리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화웨이는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CCP)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제재를 받았으며, 여전히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중국 공공 직장에서 아이폰을 금지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화웨이의 최근 메타 60 및 메타 60 프로 스마트폰 출시와 일치한다. 특히, 메타 60 프로는 트리플 후면 카메라 설정, 견고한 배터리 등 인상적인 기능을 자랑하며 SMIC의 칩으로 구동된다.
하웨이 메타 60 시리즈의 놀라운 기능은 아이폰 모델에 대안을 제공하며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점점 더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화웨이 최신 기기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도 화웨이의 매력적인 제품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화웨이는 다른 기업에 비해 우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지원은 규제 이점, 중요한 자원에 대한 접근 또는 정부 지원 이니셔티브를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 산업 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2년에 중국에서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정부와 본사인 선진으로부터 약 300억 달러의 국가 자금을 지원받아 이미 2개의 기존 칩 제조 공장을 인수했으며 3개를 더 건설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부활은 화웨이의 경쟁력에 대한 증거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인해 2020년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화웨이는 2023년 2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6%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며 중국 내 상위 5대 스마트폰 공급업체에 진입했다. 화웨이는 공격적인 제품 출시 전략과 중국 정부의 지원, 중국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로 과거 영예를 찾아가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2022년 2분기 7.3%에서 2023년 2분기 1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전면 금지하기 전에 화웨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20%,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40%라는 놀라운 점유율을 차지했다.
애플의 아이폰 사용 금지가 전면적이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애플의 아이폰 판매는 격감할 것이고 그 점유율을 화웨이나 샤오미 등이 차지할 것이다.
향후 전망
중국 정부 기관과 국영기업 내에서 아이폰 사용 금지는 미·중 관계는 물론 중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압박이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규제 방향은 미국과의 갈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 관여할 경우 서로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 분야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공공 기관에 대한 애플의 아이폰 사용 금지가 민간 부문으로 전이될 경우에 파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는 중국도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될 수도 있다.
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3조 달러 가치를 돌파한 바 있고, 수많은 기관·개인 투자가들, 애플의 기기를 사용하는 고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애플의 주가 하락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글로벌 이미지는 더 악화될 것이며, 중국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를 검토할 것이다.
애플도 전 세계 제조 허브이자 중요한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규제 방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중국 친화적 제품 개발 등에 착수할 수도 있다. 애플에 단기적으로 선택의 여유가 없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관련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과 세계 1위 기업으로서 글로벌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애플은 앞으로 다양한 조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의 생산 차질은 삼성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