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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의 '심(心)-다스리다', 전통 춤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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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의 '심(心)-다스리다', 전통 춤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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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류 부정놀이춤(정경화 장혜수)
11월 19일(일) 저녁 다섯 시,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정경화 류프로젝트(예술감독·연출·안무 정경화 鄭景化) 주최, 국립무형문화원·한국문화재단·아트디자인랩·숨 무용단·김숙자 춤 보존회 후원의 「심(心)-다스리다」가 공연되었다. 일곱 갈래의 춤에 장혜수, 김현정이 의기투합했고, 황지민(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재학)이 마음을 더했다. 춤은 ‘부정놀이춤’(김숙자류), ‘즉흥무’(강선영류), ‘산조춤’(황무봉류), ‘승무’(김숙자류),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살풀이춤’(한영숙류), ‘태평무’(강선영류)로 이루어져 있었다.

「심(心)-다스리다」는 한영숙류 1편, 김숙자류 2편, 강선영류 2편, 황무봉류 1편, 김수악류 1편의 춤을 수용한다. 한국의 대표적 명인·명무의 일곱 갈래 전통춤 가운데 정경화는 ‘부정놀이춤’(장혜수와 이인무), ‘산조춤’(독무), ‘교방굿거리춤’(독무), ‘태평무’(독무)를 추었다. 연구 정진의 정경화와 호흡을 맞춘 무력(舞力) 내공의 장혜수는 ‘살풀이춤’(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이수자, 미친(美親) 여유의 김현정은 ‘학연화대합설무’(국가무형문화재 제40호) 이수자·‘석전대제 문무일묘’(국가무형문화재 제85)의 전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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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류 부정놀이춤(정경화 장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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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류 즉흥무(김현정)


각 갈래의 춤은 정경화에 의해 춤의 성격을 규정하는 사자성어를 부여받는다. ‘부정놀이춤’(김숙자류)=심중유심(心中有心, 마음을 다스리다), ‘즉흥무’(강선영류)=존심양성(存心養性, 마음을 바로 세우다), ‘산조춤’(황무봉류)=허기평심(虛氣平心, 마음을 비우다), ‘승무’(김숙자류)=충의지심(忠義之心, 마음을 충실히 하다),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동심동력(同心同力, 마음을 같이하다), ‘살풀이춤’(한영숙류)=정심성의(正心誠意, 마음을 가다듬다), ‘태평무’(강선영류)=평심서기(平心舒氣, 마음을 펼치다)

이효수·예원·신의상실이 담당한 한복의 화려함에 연주단(음악감독, 유인상)의 악기 편성은 장구(정부교), 아쟁(이관웅), 피리(이정훈), 대금(홍석영), 가야금(김나영), 구음(어연경), 타악(고령우, 임지울)으로 익숙한 조화의 현장음을 구사했다. 연출이 움직임과 정(定)위치, 등·퇴장 구사, 자연스러운 조명, 공연을 이끌어가는 팀 웍이 전통의 계승과 보존에 꼭 필요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통춤의 볼륨을 높이면서 미적 심도를 가질 수 공간 찾기란 어렵다. 한국문화의 집은 전통춤 세 사람의 춤꾼에게 아주 적합한 무대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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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봉류 산조춤(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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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류 승무(장혜수)


부정놀이춤(김숙자류): 춤: 정경화·장혜수, 무굿에서 맨 처음 추는 절차다. 오귀 물림, 부정 가심의 놀이가 독립되어 전통무용으로 자리 잡은 춤이다. 부정놀이는 요령을 울리며, 붉은색 의상을 입고 붉은 갓을 쓰고 부정을 털어낸다. 부정놀이춤은 잡귀·잡신을 몰아내 군웅 오실 터를 닦는 발놀음 춤이다. 가락은 부정놀이장단, 섭채, 부정놀이, 반서름, 조임채, 넘김채, 자진 굿거리, 당악의 순서로 진행된다. 오른손에 요령과 노랑 천, 왼손에 큰 부채를 운용하면서 열정과 냉정 사이의 춤은 안정되고 여유로운 일면을 보여주었다.
즉흥무(강선영류): 춤: 김현정, 춤꾼의 즉흥성, 여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우아한 격조의 춤이다. 수건을 들고 춘다고 하여 ‘수건춤’,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운다고 하여 ‘입춤’이라고도 한다. 압도적 구음이 빼어난 맵시의 춤과 어우러져 슬픔을 침화시킨다. 수건춤과 맨손춤을 오가며 감정의 음계를 구사한 춤은 한과 조응하는 포용성을 갖고 슬픈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김현정의 즉흥무는 존중의 품격을 소지한 춤으로 ‘살풀이춤’의 아름다운 변주를 보여준다. 매혹스러운 몸짓이 차가운 얼음을 녹일 듯한 치명적 유혹을 소지한다.

산조춤(황무봉류): 춤: 정경화, 신무용가 황무봉은 이 춤에 ‘선율을 타고’, ‘잔영’, ‘회상’, ‘정금에 담은 여인상’, ‘연인’ 등의 부제(副題)를 붙였다. 철가야금 반주의 다채로운 리듬이 진청색과 보랏빛 마음의 여인을 흔든다. 춤은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멋들어진 춤은 아담한 무대와 만나 늘 같은 듯 다른 다양한 움직임을 선사한다. 해설이 없어서 춤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 산조춤은 신무용의 형태미를 강조하며 섬세한 몸짓으로 여성성을 돋보이게 한다. 의상, 반주, 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춤은 이른 마무리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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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정경화)


승무(김숙자류): 춤: 장혜수, 장혜수의 승무는 검정 승복에 붉은 띠를 두르고 속세의 정을 떼는 서늘한 마음을 전개한다. 장단에 따른 춤사위의 다양함이 돋보이며, 장삼은 합 장단에만 뿌리고 그때 늘 왼발이 들려있다. 상체를 굽히는 많은 동작은 승려가 허락을 얻을 때 굽히고 읍하는 모양에서 따온 것이다. 춤에 대한 진정성과 진지함이 두드러진다. 가락은 삼현 육각에 맞추어 염불 가락, 도돌이, 타령, 자진 타령, 굿거리 순으로 진행된 후 북을 치고 나서 살풀이장단으로 끝맺는다. 장혜수는 춤추되 놀이하지 않는 평상심을 보인다.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재구성·춤: 정경화, 춤꾼 김수악은 고종황제 시절의 궁중무희 최완자·김옥민·김녹주 등에게 교방굿거리춤을 사사하여 굿거리춤과 소고 가락을 덧붙여 춤을 만들었다. 그때가 1940년대였다. 이 춤은 사계절을 춤 여덟 마루로 구성하고 한⸱흥⸱멋⸱태를 정⸱중⸱동으로 고루 표현한다. 정경화는 배주옥(진주교방굿거리춤 1기 이수자)에게 전수한 이 춤을 꽃피는 새 동산의 신명 춤으로 만들었고 날라리의 분위기로 확장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인 이 춤으로 정경화는 숙성과 기교의 절정감을 보였다.

살풀이춤(한영숙류): 춤 김현정: 무대 춤으로 구성된 이 춤은 남도 무무(巫舞)의 영향을 받아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김현정은 절대 미감의 살풀이춤의 미적 승급을 가져온다. 백색 전통춤의 내적 신비 요소의 모든 동요(動搖)를 표현한다. 보통의 몸짓에서 번지는 비범한 춤의 기량은 한과 비애를 풀어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키기에 흡족하다. 주변의 시선과 주목을 다 앗아가는 치명적 유혹의 무기(巫技)는 신(神)의 관심을 끌 만하다. 많이 흔들리고 떨어야 연기가 아니다. 밤이 깊어져 갈수록 빛을 발하는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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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류 살풀이춤(김현정)


태평무(강선영류): 춤: 정경화 상궁: 황지민, 공작의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격조의 춤이다. 정경화의 태평무는 왕십리 당굿의 무속 장단과 어울려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였다. 중후함과 경쾌함을 겸비한 춤사위와 유연하게 절도를 지향한 발 디딤새는 신명과 기량을 과시하였다. 미적 형식에서 완벽성을 견지한 춤은 공간 활용과 극성 강화로 간절한 기도의 춤이 되었다. 음악은 진쇠 장단을 비롯하여 낙궁, 터벌림, 올림채, 도살풀이 등 다양한 가락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경화는 2023년에 개인 공연 「re:turn 회복하다」(서강대 메리홀), 「修身(수신) 바로서다」(광무대), 「心(심)-다스리다」(한국문화의 집」에서 예술감독·츨연, 김숙자 30주기 추모 공연에서 「도살풀이춤」(남산국악당) 출연, 2023년 전승지원사업 기획공연 「설레임」에서 ‘도살풀이춤’·‘부정놀이춤’(한국문화의 집) 출연, 임현선의 인문 춤 예술 “Ask & Talk”에서 ‘부정놀이춤’(두리춤터 블랙박스)에 출연, 성신여대 숨무용단 정기공연 지도,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이탈리아 제53회 Festival Dei Cuori에서 공연지도·안무·출연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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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류 태평무(정경화)


한국전통춤을 떠받치고 있는 중추인 정경화(정경화 류 프로젝트 대표,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강사)는 선화예중⸱고, 이화여대 무용과, 성균관대 무용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동덕여대·대전대·동국대·충남예고 등에서 강의 경험을 소지한 무용가이다. 그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전수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2호 정읍농악(설장고) 전수자이다. 성신여대 성재형 ‘숨’ 무용단 상임이사로서 무용문화포럼 ‘안무가상’과 한국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심(心)-다스리다」는 춤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유쾌한 여정이었다. 신께 올리는 기원의 춤과 계절과 분위기에 조응하는 일곱 편의 춤은 영적인 것과 동물적인 것의 중간 지대에서 인간이 꺼낼 수 있는 몇 개의 정형화된 패를 보여주었다. 익숙한 상징도 정경화 같은 무용수에 따라 의미를 달리한다. 제명(題名)도 마찬가지이다. 부단한 노력으로 춤의 순환을 이어가며 계절의 미토스(Mythos)를 써내는 정경화는 욕심으로 가득 찬 세상을 아름다운 풍경화로 만든 화가이며 몸 시를 써낸 시인의 품성으로 의미 있는 춤을 진설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