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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자유•평화를 위한 뜨거운 몸짓 춤꾼들이 그리는 진정한 '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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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자유•평화를 위한 뜨거운 몸짓 춤꾼들이 그리는 진정한 '춤판'

[나의 신작연대기(32)] 이경은(현대무용가)...이경은 안무의 '올 더 월즈(ALL THE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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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어둠을 헤친 시작은 점이었다/ 점의 에세이는 원(圓)이었다/ 면으로 입체감을 실었다/ 느린 원심력으로 몸의 고향을 떠올렸다/ 몸을 밀어 우주로 미끄러져 갔다/ 작은 원이 커지자 밝은 빛이 따라온다/ 비스듬히 피어오르는 지구별에 관한 기억/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자/ 무릎 꿇어 반기는 수직 수평의 기하/ 빛나거나 반짝이는 세상/ 어두움은 사라진 지 오래/ 숫자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고/ 내가 우주가 되고 우주가 내가 되어/ 흰색이 다양한 색상을 감싸는/ 온통 춤 세상의 서사가 쓰인다/ 진공에 피는 별빛

리케이댄스 현대무용단(예술감독·안무: 이경은)이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2024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인 '올 더 월즈(ALL THE WORLD’S)'를 총 4회(금·일요일 1회, 토요일 2회 ) 공연했다. 이 작품은 춤추는 사람과 이들이 만나는 세상을 사유하며 춤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다가간다. 스토리 라인은 ‘온몸이 눈’인 초감각의 소우주들이 다차원을 지향하며 가치를 전복하고 유연하게 변신해 ‘나’를 다차원으로 확장하고 세상 또한 멀티버스로 바꾼다. '올 더 월즈'는 긴 조사·연구 단계를 거치는 텍스트 전 단계를 거쳐, 조율과 통합의 빡센 연습 단계를 거쳐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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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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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올 더 월즈'는 ‘갇힌 눈’, ‘차원 이동’, ‘춤 세상’, ‘멀티버스’로의 탐험을 모색하며 상상력을 확장한다. 무용수들을 결정하고 제목을 정한 자유로운 춤, 춤추는 자유를 이야기하며 ‘자유’의 의미와 의지적 춤 자유의 가치를 추구한다. 춤을 추면 온 세상이 놀이터가 된다(ALL THE WORLD IS A DANCE). 이경은의 프리즘에는 세상 모두가 춤을 추는 것처럼 비추어진다. 춤 사유는 우주적 깊이를 가져간다.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 ‘춤으로 열어가는 자유인’은 자유로운 확장성의 상징인 신비로운 우주로 진입하고 춤꾼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평화로운 지구촌의 새벽을 꿈꾼다. 평화스러운 우주는 우리의 희망인 빛이며 그 빛은 개화로 여겨진다.

사람들 모두가 춤추는 세상, 평화로운 지구촌 새벽 꿈꿔


공연은 현대무용과 스트리트댄스가 어우러져 폭발적인 에너지를 창출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 ‘울플러’로 참여해 톱 배틀러의 면모를 보여준 BABYSLEEK(베이비슬릭)과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 팀인 ‘애니메이션 크루’의 BaraBoomBa(바라붐바), 현란한 움직임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하우스댄서 Ko-c(코씨)와 김미리, 김영은, 김현주, 정범관, 강승현, 나정민, 김혜윤에 이르는 열 명(남성 셋)의 무용수들이 출연, 현란하고 겁 없는 매력의 춤을 선사하면서 ‘리케이댄스’ 브랜드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했고, ‘온 세상이 춤’임을 입증했다. 춤은 각자의 개성, 스타일, 사운드 등에 대한 이해에 따르는 편차인 ‘도전의 시작’을 알리며 재해석 기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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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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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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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안경모의 글과 드라마투르그(극작술 연구)는 우주를 유영한다. 무용수들은 자신으로 향하는 춤에서 나아가 평행우주에서 또 다른 춤을 발견하고 교류하는 진전의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이 발현되고 확장되며 다차원의 ‘나’로서 무한 변신한다. 작은 빛에서 궤도는 행성을 꿰고 내적 세계는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가 된다. 다중우주 춤 세상에서 펼쳐지는 현대무용, 스트리트댄스, 한국무용 등 무용수들의 각기 다른 춤 호흡은 비로소 하나의 호흡이 된다. 걸음, 몸짓, 시간에 걸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터져 나오는 무용수들의 춤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온몸이 눈’인 감각 덩어리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초감각의 순간을 경험한다.

현대무용•스트리트댄스 조화 폭발적 에너지 무대에 가득


이경은은 현대무용이 가져야 할 주도적 독창성, 움직임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해 내는 차별화된 안무력, 무수한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기교, 국제적인 춤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안무가다. 그녀는 데뷔작 '흔들리는 마음'(1996)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독립안무가로서 자신의 기량을 연마해온 이경은은 동아일보에서 ‘가장 유망한 차세대 안무가’(2003)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 저명한 무용상을 휩쓸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 1월에는 미국 뉴욕 페럴먼 퍼포밍아트센터에서 열린 ‘모션·매터 스트리트댄스 페스티벌’의 초청으로 '브레이킹 Breaking'을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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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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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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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안무의 '올더월즈'(ALL THE WORLD’S)


'올 더 월즈'는 갈래별 최고의 진용이 함께해 러닝타임 한 시간 분량의 작품의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안무는 중력을 느끼며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에 분절과 이음, 왜곡과 착시가 있었음을 반복하고 있었다. 영상 디자이너 김장연과의 협업으로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차원의 이동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리케이댄스의 멀티버스 춤 세상에 깊은 몰입감을 더했다. 음악의 경우, 국악 작곡가 이태원이 동서양의 감각을 조율해 내며 우주 기행과 같은 감각적이고 신비한 무대를 창조해 냈다. 조명 디자이너 류백희는 넓은 스펙트럼의 미묘한 색 배합에서 변주에 이르는 섬세한 빛을 구사하며 빛, 사운드, 움직임의 조화를 일구어 냈다.

무용수의 각기 다른 춤호흡 비로소 하나의 호흡이 된다


리케이댄스는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대중적 재미와 예술적 의미를 창출하고 주제와 오브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오고 있다. 예술감독이자 안무가 이경은은 인물에 따라 각기 다른 신체가 구성하는 입체적 움직임, 예술 본연의 책무와 시대가 추구하는 주제, 장르가 다른 무용수, 장소가 다른 무대 등에 지속적 관심을 두고 이질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미학적으로 안무하고 있다. '올 더 월즈'는 자연과 이성의 아날로지로서 절대적 움직임과 냉정한 정신의 고결함을 보여주었다. 고도의 진지성으로 관객을 압도한 작품에 이어 공연에 관한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한 관객과의 대화는 유익한 일면이었다. '올 더 월즈'는 춤의 진성성에 접근한 수작(秀作)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