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부터 대형 공연까지, 기분 전환 위한 새로운 소비 패턴 확산"

CNBC는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불안한 시기일수록 작은 사치품부터 콘서트 같은 대형 경험까지 아우르는 기분 전환 소비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특이한 소비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 립스틱 효과를 넘어선 새로운 소비 패턴
‘치료노믹스’는 기존 '립스틱 효과'의 확장된 개념으로 일종의 심신이 지친 자신에 대한 ‘위로 소비’로 해석된다. 립스틱 효과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처음 기록된 용어로, 경기 침체기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 판매가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개념은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 공격 이후 에스티 로더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필 헌트의 소매 분석가인 존 스티븐슨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립스틱 효과는 기본적으로 재정적 압박을 받을 때 자신에게 작은 간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며 "새 드레스나 의상을 살 여유가 없지만 언제든지 새 립스틱을 구할 수 있고, 새 소파를 살 여유가 없지만, 담요나 쿠션을 구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노믹스’는 이런 작은 위안 소비를 넘어 더 큰 경험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스티븐슨은 "‘치료노믹스’는 립스틱 효과보다 거의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며 "일상 생활비를 줄이고 슈퍼마켓에서 자체 브랜드를 더 많이 구매하지만, 같은 이유로 주말에 오아시스 콘서트를 보기 위해 500~1000파운드(약 90~ 180만 원)를 지출한다"고 말했다.
◇ 전통적 인생 이정표 변화가 트렌드 견인
소매 분석 회사 칸타르의 수석 이사인 메러디스 스미스는 "틱톡에서 Z세대가 '리틀 트릿 컬처(Little Treat Culture)'라고도 부르는 치료노믹스의 부상은 '죄책감' 없이 삶에 기쁨의 순간을 주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미스는 결혼, 주택 소유, 직장 성취, 은퇴와 같은 인생의 전통적인 이정표가 이제 "거의 모든 살아있는 세대"에서 다르게 보이거나 "더 이상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재창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큰 '이정표'를 축하하는 것에서 더 많은 '작은 성취'를 축하하는 것으로 전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40세 이전에 집을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치료는 환영받는 휴식이자 이정표가 지나갔을 때 환경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파트너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결혼식과 베이비 샤워를 축하하는 대신 이별 파티, 개 생일, 웰빙 중심의 치료 루틴 등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성인 버전으로 즐기는 '키덜팅(Kidulting)'으로 눈을 돌렸으며, 이는 "레고의 성인용 제품을 급격히 발전시켰고 일부는 키트에 최대 1000달러(약 139만 원)를 지출하는 것을 보았다"고 스미스는 말했다.
◇ 소비자 신뢰 하락 속에서도 지속될 전망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는 시대에 ‘치료노믹스’ 트렌드가 번성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의 GfK 소비자 신뢰 지수는 7월 -19를 기록해 6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7월 소비자 신뢰도가 소폭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자 신뢰 수준은 "작년의 놀라운 수준보다 낮다"고 컨퍼런스 보드의 글로벌 지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파니 기샤르가 지적했다.
칸타르의 글로벌 경제 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40년에 비해 현 시대를 '큰 불확실성' 시대 중 하나로 선언했다"고 스미스는 전했다. 칸타르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향후 5~8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이것은 ‘치료노믹스’가 적어도 앞으로 3~5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강력한 징후를 제공하지만, '리틀 트릿 컬처'의 추세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지리적 및 문화적 틈새시장에 따라 더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각형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충동구매는 줄이되 비용과 소비 경험, 제품의 장기적 가치를 모두 고려한 전략적 소비를 하는 패턴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발표한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도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와 '토핑경제' 등 작은 만족과 개인 맞춤형 소비를 추구하는 키워드들이 주요 트렌드로 선정돼 치료노믹스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