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투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거래소는 각 증권사에 세 가지 안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정규장 시간을 오전 9시에서 8시로 앞당기고,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 운영 방식, 둘째는 오전 8시부터 30분 프리마켓 개장 후 시가단일가를 거친 뒤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을 연장하는 방식, 셋째는 프리마켓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는 방식이다. 모든 안에서 정규장 이후 애프터마켓 운영은 공통이다.
이어, 29일에는 각 회원사에 설문조사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설문 마감은 당초 지난달 31일이었으나 업계 요청으로 8일까지 연장됐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전산 개발 난이도가 낮고 준비 기간이 짧은 '오전 8시 정규장 개장'안(1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증권사 관계자는 "프리마켓 없이 오전 8시에 바로 정규장을 여는 방식이 IT·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크게 손보지 않아도 돼 현실적으로 무난하다"고 말했다.
반면, 사내 노사 관계가 민감하거나 근로시간 조정 부담이 큰 일부 회사들은 '프리·애프터마켓 신설'안(2안)을 택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출근 시간을 앞당기는 건 영업, IT, 결제, 리스크 관리 등 전 부서에 영향을 미친다"며 "차라리 프리·애프터마켓을 신설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다수 증권사들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ATS(대체거래소)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몇 달 안에 시행하려면 기술적·인적 준비가 부족하다”며 “속도를 내다가 시스템 오류라도 나면 신뢰도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E증권사 관계자는 "1안은 노사 합의 문제가 있고 2안은 증거금 해제·체결관리 등 개발 난이도가 높다"며 "각 안의 장단점을 거래소 측에 모두 전달했고, 시행 전 인적·물적 리소스를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방침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전산 테스트 부족, 인력 운용 부담, 시스템 오류 시 신뢰도 타격 등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논의를 촉발한 넥스트레이드의 급성장은 절대적 원인으로 꼽힌다. 넥스트레이드는 3월 출범 이후 거래시간 12시간·수수료 인하 전략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7월 기준 거래대금 비중은 32%에 육박했다.
특히 넥스트레이드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 원대에 달하며 한국거래소 수준의 45%가량을 차지했다. 실제 장외 거래대금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는 등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강하게 불거졌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 운영은 노동자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했고, 12일 반대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사옥에는 "ATS에 점유율 내주고 거래소는 끝났다" 등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도 내걸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 수렴 이후 규제 및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회원사들과 협의하면서 내부 안을 마련해 금융당국과의 최종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6개월 이내 시행이라는 속도전 압박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편 미국과 영국, 나스닥 등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한국거래소의 움직임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
이처럼 대체거래소의 급성장과 이에 따른 제도적 충돌, 내부 노조의 저항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한국 증시 시장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편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2016년 장 마감 시각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미룬 이후 10년 만의 변화가 된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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