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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소프트파워↑… 인식은 여전히 '게임뇌 이론'에 갖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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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소프트파워↑… 인식은 여전히 '게임뇌 이론'에 갖혀

지난달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국제대회 'MSI'에서 우승한 SKT T1. 팀의 키플레이어인 '페이커' 이상혁이 축구 황제 '호나우도'에게 우승컵을 시상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국제대회 'MSI'에서 우승한 SKT T1. 팀의 키플레이어인 '페이커' 이상혁이 축구 황제 '호나우도'에게 우승컵을 시상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소프트파워(정보과학이나 문화 ·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가 커지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우리나라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의 인식 개선과 꾸준한 투자가 이어져야 e-스포츠 강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SK텔레콤은 자사 SNS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 대중 939명을 상대로 ‘게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0%는 “게임은 중독성이 심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속설은 모리 아키오 일본대학 문리학부 교수의 ‘게임뇌이론’이 언론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며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2002년 발표된 ‘게임뇌이론’은 게임을 많이 하면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지고 자극만을 찾게 된다고 주장해 당시 큰 이슈가 됐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연구결과의 과학적 정당성이나 근거, 객관성 등에 의심을 받으면서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 도호쿠(東北) 대학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게임의 종류와 연령, 게임에 대한 대처 방법 등에 따른 뇌의 연구 결과가 전혀 없었다“면서 "게임 뇌라는 것은 미신이나 단순한 망상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재까지도 각종 언론이나 정부기관들에서 ‘게임뇌이론’에 바탕을 둔 주장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학계를 중심으로 오히려 게임이 지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16년 미국 콜롬비아 대학과 프랑스 파리 데카르트 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을 적당히 즐기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더 똑똑하고 학교 성적도 좋다. 실험 결과 일주일에 5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약 20%의 어린이가 게임을 하지 않는 아이에 비해 지적 기능이 1.7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 성적도 1.88배 더 높았다. 또한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뛰어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 좋은 것으로 관찰되는 등 사회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선 2015년 뇌의학자인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해 RTS(Real Time Simulation‧실시간 전략 게임)가 시각 등 지각 학습효과를 용이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 지식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능력인 고위인지능력이 RTS 게임 이용자에게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부터 프로게임단 'SKT T1'을 창단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SK텔레콤. 이미지 확대보기
2004년부터 프로게임단 'SKT T1'을 창단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SK텔레콤.

해외에선 이미 e스포츠가 하나의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으며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e스포츠는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또 유명 축구 구단과 스타 선수들이 앞다퉈 e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다. 스페인 축구클럽 발렌시아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하스스톤, 로켓리그, 피파 게임단을 창단했다. 프랑스 축구클럽 PSG, 독일 축구클럽 살케04, 터키 축구클럽 페니르바체, 베식타스 등도 롤 프로게임단을 신설하거나 인수했다. 또 브라질 축구 영웅 호나우두는 1월 브라질 프로게임단 CNB 지분의 50%를 매입했다. FC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역시 e스포츠 투자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인 e-스포츠 강국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e스포츠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SK텔레콤의 게임단 ‘SKT T1’은 게임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롤드컵’을 석권해 세계 최강의 팀으로 꼽힌다. 축구로 따지면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급이다. SKT1은 2004년 게임단 창단 이후 꾸준히 지원해 오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 경기에는 해외 팬들이 직접 와서 시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 SKT1의 스타플레이어 '페이커'는 축구황제 '호나우도'에 버금가는 전설적인 존재다. e스포츠가 또 다른 한류를 불러올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북미 등 해외팀의 투자가 증가하고 성장세가 가팔라져 한국팀과 해외팀 사이의 실력 차이가 빠른 속도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