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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한국경제 저성장 국면 진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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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한국경제 저성장 국면 진입했나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한국경제가 올해 2%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상반기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연간 3%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하반기 경제가 더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지난 40년간 성장률이 3%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차례뿐이다.

내년에도 저성장을 피하지 못하면서 ‘L자형’ 경기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L자형 경기는 바닥권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을 잘못 내려 정책 대응에 실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 3% 달성 힘들듯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4%
-상반기 성장률 2.6%, 예상치 2.7% 밑돌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수출입 등 둔화 조짐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나며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저(上低下低) 형태의 모습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로 3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 대비 성장률은 0.4%로 전분기(0.9%)에 크게 못 미친다.

상반기 성장률은 2.6%로 한은의 예상치(2.7%)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0%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지난 40년간 성장률이 3%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차례뿐이다.

지난 1980년 경제성장률이 -1.9%로 첫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외환위기가 휘몰아친 1998년에는 -5.7%로 가장 낮았다. 또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 성장률이 2.8%였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2.3%, 2009년 0.3% 등이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등이 모두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와 내년 경제 전망도 낙관하기 힘든 실정이다.

민간소비는 1분기만 해도 작년 4분기보다 1.0% 증가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공포가 가시화된 2분기에 증가율이 0.5%에 그쳤다. 국민들이 지갑을 본격적으로 닫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투자도 부진했다. 설비투자는 1분기 10.3% 증가에서 2분기 -6.4%로 대폭 감소했다. 기업들이 세계경기의 암울한 전망 때문에 위기관리 경영을 하면서 투자를 줄인 탓이다.

작년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은 2분기에 0.6% 줄었다. 수입도 1.7% 감소해 부진한 내수 경기를 반영했다. 무역수지는 흑자지만 전체 규모가 줄어든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가 상저하저(上低下低)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경기 역시 회복이 더디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8% 아래로 내려갔다.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가시화되면서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3% 성장률 달성이 쉽지는 않은 것이라는 보인다.

심지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대외경기 악화 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8%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L자형 경기 흐름 우려 고조


-한국경제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 지속전망
-미국경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0% 하향
-중국경제 성장률 8% 전망, 경착륙 가능성

올해 뿐 아니라 내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게 나오면서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오랫동안 머무는 L자형 경기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 중 가장 비관적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3.8%, 주요 투자은행(IB)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 KDI는 4.1%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이들 전망치는 상반기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여전히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의 흐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L자형' 경기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L자형 흐름은 경기가 바닥권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유럽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L자형 경기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럽 전역의 은행 부실과 글로벌 신용위기, 극심한 경기침체로 발전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MF는 이미 한국을 세계 경기둔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

정부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는 것은 대내외 경기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7.6%로 3년 만에 처음으로 7%대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8%로 전망하면서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것도 한국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IMF는 이달 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4월만 해도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최대 2.9%로 봤으나 지난달에는 2.4%로 내렸다.

진정되는 듯하던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 큰 위험이다.

가계부채를 비롯한 국내 경제 문제도 무시 못할 악재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전망 ‘오판’ 비난


-금통위 "유럽위기·미국경기·물가 진단 오류"
-한은의 경기진단 및 정책적 대응능력 의문
-물가지표 오류 따른 통화정책 신뢰도 하락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3.0%의 달성도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의 경기 진단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한은이 지금까지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을 잘못 내려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가 연초부터 예고됐음에도 한은과 정부가 하반기 전망을 너무 밝게 봐 정책적 실기를 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달 13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3.7%로 예상했던 것을 4월 3.5%로 내리고 또다시 하향조정한 것이다.

한은은 올 초까지만 해도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경제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은 1분기에 비해 반토막 나며 당초 전망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상당수 금통위원이 "한은이 유럽 재정위기·미국 경기·국내 물가지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과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상당 부분 개선됐고 리먼 사태와 비교하면 가계부채가 심화한 것 외에 실물부문에서는 큰 변동이 없다"며 긍정론을 고수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더는 경기 악화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예고없는 깜짝 인하에 코스피가 41포인트나 빠지고 채권값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문제를 놓고도 엇박자를 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한 달 뒤 열린 금통위에선 1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리는 등 중심을 잡지 못했다.

한은이 분석하는 물가지표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강도도 높다.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등 공식 지표물가가 기조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지 못하거나 체감물가와 괴리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지표가 물가 경계감을 약화하고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대외 설득력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