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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11)-무역보험공사]뇌물 받고 부실 보증·심사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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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11)-무역보험공사]뇌물 받고 부실 보증·심사 수행

[윤리경영 대해부(11)]-한국무역보험공사 편

뇌물 받고 부실 보증·심사 수행…'청렴경영' 말뿐

부패 영향 평가 등 수많은 지춤 불구
제대로 된 윤리헌장도 없어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옥

[글로벌이코노믹=김백건 한국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장]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로 약칭됨, 이하 무역보험공사)는 수출과 수입보험을 전담, 운영하는 무자본 준정부기관이다. 1968년 수출보험법이 제정되고 1969년부터 대한재보험공사가 수출보험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1977년부터 이 업무를 담당했다. 1981년 수출보험법이 개정되었고, 1992년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설립되었다. 2010년 한국수출보험공사는 한국무역보험공사로 개칭되었다. 무역보험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을 적용해 보자.

미사여구의 비전, 미션, 경영이념 등 제시하지만 윤리경영 의지 없어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무역보험공사의 비전(vision)은 ‘무역과 해외투자의 희망 SMART KSURE’이고, 미션(mission)은 ‘무역과 해외투자를 촉진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 한다’이다.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이념, 핵심가치, 4대 전략방향이 있다. 경영이념은 신뢰경영(Trust management), 미래경영(Future management), 열린경영(Open management)이다. 핵심가치는 ‘3P·R·I’로 고객성장(Partnership), 최고지향(Professional), 열정중시(Passion), 상호신뢰(Respect), 원칙준수(Integrity)다. 4대 전략방향은 무역투자정책의 핵심 인프라(Infra), 무역투자금융의 허브(Hub), 무역투자협력의 파트너(Partner), 무역투자지원의 마스터(Master)다.

무역보험공사의 단기경영전략은 무역선도 기능 강화, 무역보험 기반강화, 중소·중견기업 수출역량 강화, 고객만족 경영 및 사회적 책임이행 등 4가지다. 무역선도 기능 강화는 신흥 시장별 차별화된 지원전략 실시, 신흥시장 진출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플랜트수주·해외자원개발 활성화와 인프라를 통해 실현된다. 무역보험 기반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무역보험 기금확충 및 수지균형 달성, 전사적 리스크 관리체계 고도화, 사업부문별 선별적 지원을 통한 양질경영 등이다. 중소·중견기업 수출역량 강화는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지원, 중소·중견기업 직접지원 확대, 중소·중견기업 수출기업화 견인이 가능해야 한다. 고객만족 경영 및 사회적 책임은 고객 체감형 CS(Customer Satisfaction) 지원체계 구축, 고객지향적 제도 개선, 청년 일자리 창출 기여 및 사회형평채용 강화로 이행된다.

공사의 경영목표는 ‘내실 있는 성장과 전략적 지원인프라 구축’이다. 경영전략은 양적 팽창 억제 양질경영 지향, 신흥시장 및 전략적 특수시장 지원 확대,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지원, 플랜트수주·해외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전사적 리스크 관리체계 고도화, 무역보험기금 확충 및 수지균형 달성, 고객만족경영 강화 및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이다.

전임 사장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후 내부승진을 통해 2011년 취임한 조계륭 사장은 ‘무역기업의 미래와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윤리경영은 기업의 소명이자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한다. 사장이 임명한 상임이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사가 내부 승진을 해 다른 공사에 비해 전문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전임 사장 시절 뇌물을 받고 조선소 부실보증, 수출입기업 부실심사 등의 사건으로 처벌이나 감사원의 징계권고를 받은 직원이 너무 많다. 미사여구(美辭麗句)로 비전, 미션, 경영이념, 전략과제, 경영목표 등을 제시하지만 윤리경영의 의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명확한 윤리헌장 없고 제도는 있으나 비리적발 못해




Code(윤리헌장)=무역보험공사는 다양한 윤리경영 관련 규정 및 지침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서비스헌장, 임직원행동강령, 윤리경영원칙, 윤리경영실천규정, 골프 및 사행성 오락관련 행위기준에 관한 운영지침, 내부공익신고자 보호 및 보상에 관한 지침, 직무관련자에 대한 임직원 행동지침, 임원직무 청렴 계약제도 운영지침, 성희롱 예방지침, 부패영향 평가요령, 직무관련 범죄고발요령 등이 있다. 많은 지침을 제정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윤리헌장은 없다.


▲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증진을 위한 수출 유관기관장 회의
공사는 윤리경영의 원칙으로 법과 윤리준수, 고객과 임직원 존중, 건전한 조직문화유지, 사회적 책임을 제시한다. 법과 윤리준수를 위해 정직과 신뢰유지, 인격과 창의 존중, 법령 및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고객과 임직원을 존중하는 것은 고객 중심경영 실천, 고객이익 보호, 임직원의 삶의 질 향상으로 달성한다. 건전한 조직문화는 공과 사의 엄격한 구분,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평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 관계 구축으로 조성된다.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신뢰받는 공기업 구현, 사회공헌 적극실천, 친환경 & 공정거래를 지향하면서 구축한다.

Compliance(제도운영)=윤리경영을 총괄하는 윤리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청렴경영, 투명경영, 나눔경영, 소통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사회, 운영위원회, 감사가 독립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장이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 이사회, 자산운용 중요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금융자산운용위원회 등 주요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체의 수장을 겸임하고 있어 독립성이 취약하다.

제도로서 준법감시인, 부패영향평가, 뇌물비 공여확인서 징구제, 청렴 옴부즈만 등을 운영해 업무 중 발생 가능한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준법감시인은 법무실 소속으로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는지 점검한다. 금융업무를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지식경제부 산하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점도 지적 받는다. 이런 지적에 대해 내부부정행위나 부실을 감시하기 위해 내부 통제시스템도 갖추고 있으며, 지식경제부 감독, 감사원 감사 등으로 내부 부정을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각종 내부 비리행위가 반복되고 있어 제도운영에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발적으로 청렴동아리 만들었지만 부실한 의사소통으로 손실 늘어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홈페이지를 보면 매년 수십 차례의 윤리경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윤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자가진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윤리경영실천 자기점검 체크리스트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현재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잠재적 부패연루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입사원, 직원 연수 등에서 윤리경영 및 행동강령 교육을 실시하고 사이버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사이버 교육은 윤리경영의 소개, 기업윤리시스템, 기업윤리 핵심강령, 윤리실천매뉴얼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최근 비리행위로 조직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청렴동아리 ‘하하하(河下夏)’를 만들었다고 한다. 명칭은 ‘K-sure를 물처럼 깨끗하고(河), 아래와 함께 나누며(下), 일에 대한 열정(夏)을 가진 조직, 희망의 웃음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외부에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면 칭찬을 받아야 한다. 비리가 일부 직원에 한정된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뇌물을 받지 않아도 전문성 부족, 불성실한 업무로 인한 부실보증도 다른 형태의 비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금융업무 불구 지경부 소속에 금감원 '감독 사각지대'


전문성 부족·사업 방만 운영에 부실보증 등 문제 심각
순자산 2조원 5년 만에 절반 줄어 재정건정성도 빨간불


▲ 차세대 무역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특수시장 지원확대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보험업은 리스크(risk)를 얼마나 잘 예측하고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수출입보험의 업무는 ‘조사-인수-보상-사후관리’로 구분된다. 보험 가입 대상 기업이 일정한 요건을 구비했는지 확인하고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에 대한 신용조사를 한다. 수출업체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수입업체는 해외 지사, 해외 신용조사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등급 평가를 해야 한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입 업체의 리스크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손실을 입는다.

감사원은 2010년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여 중소 조선소의 선수금 환급보증(RG)을 해주면서 한도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등 위험 관리를 부실하게 해 최대 8877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관련자 6명은 징계하고 53명은 주의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대외여건이 악화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임 유창무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번개미팅, 등산 등을 자주 했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조선업계 부실보증으로 인한 손실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고객만족 위해 노력하나 불평 끊이지 않고 손실과 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무역보험공사의 이해관계자는 고객, 국민, 임직원, 정부, 환경, 협력업체 등이다. 고객은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처리,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국민은 국민주주로서 알 권리를 주장하고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이행하라고 주문한다. 임직원은 공사의 투명한 의사결정과 경영정보 공유를 기대한다. 정부는 정보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보고하라고 요구한다. 환경은 저탄소 녹색경영을 요구하고 환경성 심사를 강화한다. 협력업체는 외부계약 절차가 투명하기를 원한다.

공사는 1999년부터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내부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단계만족, 사회적 만족, 전반적 만족 3개 차원으로 구분하여 11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또한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산하기관은 고객만족도 조사가 의무로 되어 있다. 고객만족도는 경영진과 직원의 성과급 지급과도 관련성이 높아 최우선 관심사항이다.

홈페이지 자료를 참조하면 2006년~2008년 3년은 만족도가 ‘미흡’한 수준이었으나 2009년~2011년 3년은 ‘양호’하다고 한다. 2010년 고객만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4C운동을 벌였다. 4C는 고객 중심 서비스 강화(Customer), 수출선도 기능 강화(Capability), 사업운영 혁신(Competitiveness), 조직·문화 혁신(Culture)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공사의 서비스가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는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는다.

Transparency(경영투명성)=2005년에 제정된 윤리경영 실천규정에 경영의 투명성 확보 및 고객의 경영참여 확대를 통한 고객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홈페이지 등을 통한 경영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공시의 내용은 일반현황, 경영현황, 예산관리, 자산운용 등이다. 일반현황은 CEO의 경영철학 및 이념, 연혁, 무역보험제도 개요 등이다. 경영현황은 경영목표 및 사업계획, 운영위원회 및 이사회 의사록, 외부감사보고서 등이고, 예산관리는 예산 및 결산에 관한 내용이다. 자산운용은 일반개요, 자금운용 계획, 자산운용 현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경영투명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0년과 2011년 국정감사 자료를 활용했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미국 써킷시티(Circuit City) 파산직전 보험한도 증액 및 수출보증 추가 등과 관련하여 전문성 부족과 인수의 부적절성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 SLS조선보증과 관련하여 손실 과다 및 관련비리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소재 규명, 중소조선사 관련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데 심사의 전문성과 신속 공정한 관리 등 개선 방안을 마련, 대기업 대비 저조한 중소 기업 지원비중의 확대 및 적절한 보험상품 개발, 보험료 인하 등 중소기업 이용률 증가대책을 강구, 해외 미회수 채권 회수율 저조와 심사부실에 대한 개선방안과 종결채권에 대한 대응방안 수립 등이 있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중소 조선사 지원과 관련한 특혜 및 외부압력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 손실 과다 및 규정 미준수 등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 문화수출보험 관련 특혜의혹을 규명하고, 심사기준의 부적정성, 보증심사 및 사후관리의 부실 등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 채권규모 급증 및 회수실적 저조에 대한 적극적 관리대책 마련, 기금배수 급증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의 지적을 받았다.

2010년과 2011년 국정감사 지적 사항을 보면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분야의 공정성·투명성 향상을 위해 무역보험공사의 청렴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우수’ 등급을 받았다. 2012년 6월 대법원은 신용등급을 임의로 높여 SLS조선에 수출보증보험을 발급해주고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간부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2012년도 국민권익위원회의 무역보험공사 청렴도 평가가 어떨지 기대된다.

무역보험공사의 부채는 2009년 1조2000억 원이었으나 2010년 1조5000억, 2011년 1조6000억 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7년 2조원 규모이던 순자산이 2009년 1조7000억 원, 2010년 1조1000억, 2011년 1조원으로 줄어들고 있어 개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2010년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의 손실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기금고갈 우려가 나오는 있는 실정이다.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로 임원들의 독립성이 낮은 점이 지적된다.



무역 2조 달러 달성 위한 초석 되기 위해서는 부실보증, 직원부패 해소해야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역량이 부족한 인사가 공기업의 경영진으로 임명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임원인사를 위해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서류함기법, 발표, 역할연기, 집단토론 등의 평가기법이 동원된다. 서류함기법은 서류함에 있는 미결서류 중 우선순위를 선정해 처리하는 것이다. 발표는 위기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역할연기는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를 설득하도록 한다. 집단토론은 입장이 다른 본부장간 토론을 통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평가한다. 이런 방법으로 역량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낙하산 인사보다 더 심각한 이슈는 부채증가다. 무역보험공사를 포함한 토지주택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주택금융공사,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 8개 기관은 손실이 발생하면 법률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구분 회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분 회계제도는 공기업 부채 가운데 국가 책임 부문과 공기업 책임 부문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의 상환 책임도 명확해지고, 방만한 운영을 한 공기업에는 구조조정이나 경영 효율화 등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무역보험공사의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막대한 규모의 손실로 기금고갈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현 조기륭 사장이 솔선수범해 임금을 반납하고 고졸채용을 늘이는 등의 경영혁신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의 혈세를 펑펑 낭비하고 있는 공기업 혁신이라는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변화는 없다. MB정부도 정권 초기 정치권이나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없애고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천은 미약했다.

무역보험공사는 무역이나 그 밖의 대외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담보하기 위한 무역보험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무역과 해외투자를 촉진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대외수출입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실정에 비춰 그 역할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의 숙원과제인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수출기회를 늘려야 한다. 현재처럼 부실보증사고나 내부직원의 부패가 지속되면 안 된다. 제한된 기금으로 내실 있는 경영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8-Flag Model로 측정한 무역보험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



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무역보험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과 같다. 경영혁신 노력과 낙하산 인사를 배격하고 주요 경영진이 내부승진을 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윤리경영 수준은 낮다. 리더십, 윤리헌장, 윤리교육프로그램, 이해관계자 배려, 사회가치 존중 등의 영역은 보통수준이지만, 제도운영, 의사소통, 경영투명성은 낙제점이다. 윤리경영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운영이 부실하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조직전체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부실보증 규모를 키웠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더구나 일부 직원들은 이 기회를 악용해 비리를 저질러 도덕불감증이 조직 내부에 만연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윤리경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구비하고 있었지만 비리행위가 내부감사가 아니라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되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실에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지만 조직내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감사실이 내부비리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다면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윤리경영위원회의 위원은 이사들이고, 위원장이 사장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이사회에 불과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리경영위원회가 왜 존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전임 사장도 직원들의 부패와 부실보증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화이트칼라의 범죄는 내부고발에 의해서만 적발이 가능하고, 부패예방은 직원들의 양심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윤리경영을 중시하는 조직들이 내부고발시스템을 가장 먼저 정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직원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청렴동아리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활동내역은 파악하기 어려워 평가하지 못했다. 청렴동아리 활동이 언론보도용이 아니라 실제 직원들 스스로를 보호하고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려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무역보험공사의 윤리경영을 진단하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은 것은 청렴동아리 활동뿐이다.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