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앤캐시 성공모델 주목

공유
0

러시앤캐시 성공모델 주목

한국 정서 읽은 나름의 채권관리, 마케팅으로 '승승장구'

[글로벌이코노믹=부종일기자] 일본계 자금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한국시장에서 고전했던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위상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금융회사들은 자금을 빌려주겠다며 줄을 서고 있고 가교저축은행 네 곳 모두를 인수하겠다는 이 회사를 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 뒤에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 지속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 적절한 스포츠마케팅 등 한국인과 한국 시장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낸 인사이트(INSIGHT), 즉 통찰력이 숨어 있었다.

7일 러시앤캐시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 진출 초기에 '일본계 대부업체 자금'에 대한 세간의 편견으로 인해 무척 고생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앤캐시는 지금은 그 위상이 무척 높아져 있다.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자금을 대고 싶다’며 이 회사에 문의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저축은행을 통해 자금을 빌려야 했던 러시앤캐시는 이제 36개 저축은행과 농협중앙회, 신한캐피탈,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흥국생명보험 등 업종을 망라한 차입처를 보유하고 있다. 영업실적이 좋다보니 2009년 12.5%에 달했던 차입금 이자율이 2012년 10.5%, 지난해에는 9.8%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초기에는 자금 조달이 안돼 각 금융유관기관들이나 제3금융권까지 기웃거리던 러시앤캐시에 이제는 서로 돈을 대주고 싶어 한다”며 “영업력도 좋고 채권관리도 뛰어나 연체 및 회수불능 비율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영업채널도 우수한 편이다. 이 업체의 지난해 하반기 실행액 기준 반복대출 비중은 67%를 차지한다. 반복대출의 경우 중개인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기존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율 등 거래실적이 존재해 회수율이 높다. 즉 대출자산의 질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러시앤캐시 재무 지표(단위 억원, %)




2009.09

2010.09

2011.09

2012.09

2012.06

2013.06

당기순이익

1,194

1,451

949

934

2,416

994

총자산

12,954

16,433

20,955

14,959

16,012

18,366

자기자본

5,724

7,198

8,224

9,166

10,662

10,226

연체율

2.7

3.8

5.4

10.0

10.1

8.2

운용수익률

46.2

44.4

40.0

36.3

37.0

33.6

ROA

10.3

9.9

5.1

5.2

17.4

8.0



영업이익율도 매우 높다.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던 FY2012(2011년 10월~2012년9월)에도 영업이익 1117억원을 내며 전년(892억원)보다 25%(225억원) 증가했다. 2금융권 전체의 불황 여파로 FY2013에는 영업이익이 955억원으로 떨어졌지만 자기자본은 9월말 기준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캐피탈회사는 현대캐피탈이 유일했다.

러시앤캐시의 2012년말 연체율은 8.6%, 2013년에는 14%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 23%에 비해 매우 안정적이다. 여기에는 러시앤캐시 특유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2010년부터 불의의 사고, 실직 등의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돕기 위해 고객서포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고객 신용평가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며 "저축은행에도 별로 없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무직 혹은 휴직, 장기입원, 장애 발생, 생활보호대상자가 됐을 경우 최소 3개월부터 완불 때까지 금리를 낮춰(19%) 적용하는 것이다. 2463건(대출잔액 92억3200만원)이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혜택을 받았다.

또한 채무상환 불능자의 경우 채무상환 불가능으로 판단된 날부터 이자계상을 중지하고 대출원금 상환연기 조치에 들어간다. 이 역시 혜택받은 건수가 2만5777건, 대출잔액도 793억원이나 된다. 대출 후 10년내 완제(완불)를 못하는 고객은 이자 계상을 중단하고 상환금 전부를 대출원금에서 차감한다. 대출 건수 510건, 대출잔액 8억5200만원이다.

이같은 조치로 인해 과거 폭력배를 동원해 채권을 추심하는 대부업체의 어두운 이미지를 많이 희석했다는 평가다.

러시앤캐시는 대부업계의 리딩컴퍼니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대부업법 상의 상한금리가 아닌 29.9% 이하 금리를 지난해 7월부터 적용해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회사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소비자금융 선두업체의 이같은 조치는 타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도 독특하다.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배구단'을 지원하는 것 외에 지난해까지 4회째 운영된 농아인야구대회를 매년 지원했다. 이 야구대회가 모티브돼 '글러브'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농아인야구국가대표팀을 지난 2012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남녀 필드하키 국가대표, 여성 프로복서 최현미 선수 등은 후원자가 없어 전전긍긍할 때 이 회사 최 윤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던 이종격투기 UFC 파이터 김동현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장학재단(배정장학회) 사업도 활발하다. 최 회장이 일본계 대부업체 'A&O 인터네셔널'을 인수한 2004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모두 1999명에게 50여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매년 행복나눔등록금 캠페인을 벌여 전국 대학생 50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2013년부터는 매년 100명씩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하다 보니 공부 시간이 모자라 공부는 조금 못하는, 가정형편도 최하위 계층은 아닌 학생들이 그동안 장학금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장학회를 운영하며 캠페인을 하게됐고 호응이 좋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기업의 고배당, 먹튀 논란 속에 최윤 회장은 지난 2007년 7월 직원들과 언론 앞에서 ‘한국에서 얻은 이익을 단 한푼도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현재까지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일본계 자금이라는 논란 역시 초기에 투자받은 일본자금를 모두 상환한 후 이후에는 일본계 자금 대신 자기자본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경영하고 있어 현재는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 러시앤캐시는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19일 진행한 저축은행 인수 입찰에 예성·예주·예신·예나래저축은행 등 매물로 나온 4개 가교저축은행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예비입찰서를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자 입장에서 러시앤캐시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대부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희석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을 인정한다”며 “한 곳이라도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한다면 금리인하 여력까지 생겨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계 대부업체라 무조건 나쁘게 보지 말고 특유의 채권관리 시스템과 현지화 노력 같은 것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 홍보 담당자는 “최 회장 가족은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3대를 지켜오고 있을만큼 조국사랑이 남다르다”며 “이제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