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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기자의 재계通] 현대중공업의 '정주영 향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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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기자의 재계通] 현대중공업의 '정주영 향수' 왜?

작년 사상 최대 적자 등 위기 속 권오갑 사장 등 '정주영 정신' 꺼내들어



▲권오갑현대중공업사장
▲권오갑현대중공업사장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관객 대부분은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왕회장' 고(故) 정주영 회장의 젊은 시절 장면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겠지만, '현대맨'이나 요즘 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는 '또 다른' 감회로 다가올 법하다.

요즘 '질풍노도'를 항해 중인 '글로벌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009540)에 '정주영 향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라는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된 '구원투수'인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최근 해양 및 플랜트사업본부 통합) 총괄회장이 고 정 회장과 인연이 특별하고, 권오갑 사장은 요즘 중요한 때마다 '정주영'을 불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의 경우 요즘 '앉으나 서나' 정주영 예찬론자가 된 모습이다. 권 사장은 사장으로 기용된 직후인 지난해 9월16일 현대중공업 사내 인트라넷에 “고() 정주영 창업자님께서는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백사장 지도만으로 선박을 수주하여 현대중공업을 창업하셨다"고 운을 뗀 뒤 “현대중공업을 창업하신 고() 정주영 창업자님과,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을 생각하면서 현대중공업 구성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직원들에게 '정주영 정신' 재무장을 주문했다. 권 사장의 고 정주영 회장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권 사장에게 있어서나 현대중공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때'에 고 정주영 회장을 꺼내 든 것. 실제로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저울질 하던 '급박한' 시기였던 지난해 9월23일 새벽에 회사 정문에 나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전하는 호소문에도 어김없이 '정주영'을 넣었다. 그는 이날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 열정과 신념으로 창업하셨고 여러분이 땀과 열정을 쏟아 우리나라의 자랑으로 발전해온 현대중공업, 현중 가족 여러분의 삶의 터전인 현대중공업을 제가 잘 경영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했다"며 파업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권 사장의 '고 정주영 회장 사랑'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신년사에서 "정주영 창업자님께서는 자본, 기술, 경험도 없으셨지만 이렇게 훌륭한 회사를 만드셨습니다."라며 "자신감을 갖고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2015년을 만들어 나갑시다."고 밝혔다. 최길선 총괄회장도 고 정주영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영원한 현대맨'으로 통하는 최 총괄회장은 고 정 회장이 지난 1972년 현대중공업 창립 멤버로 출발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현대중공업의 영화를 이끌었다.
▲생전현대중공업을찾은고정주영회장(왼쪽)
▲생전현대중공업을찾은고정주영회장(왼쪽)
이렇게 권 사장이 '앉으나 서나', 중요한 시기마다 고 정주영 회장을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에서 경영진을 교체하고 비상경영 체제를 꾸린 상황에서 정주영 회장은 세상에 없지만 '현대중공업의 상징'이자 '부적'과도 같은 역할로, 직원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이자 '정신적 지주'로 여전히 마음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권 사장이나 최 총괄회장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경영진들로 뼈 속까지 '현대맨'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정주영'에 대한 사랑이 다른 범현대가보다 각별한 이유는 대주주 정몽준 회장의 아버지 정 회장에 대한 애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지난 2011년 고 정주영 회장의 창업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 등의 범현대가와 함께 6000억원 가량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고 정주영 회장의 '탄생 100주년'이라는 시기적 특수성도 한몫 한다. 현대중공업이 위기 때 한데 뭉치게 만들 수 있는 힘은 역시 고 정주영 회장의 창업정신과도 맥이 닿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올해가 왕회장의 탄생 100주년이고, 왕회장의 추진력 등은 오늘의 현대중공업 상황에서 정서적인 힘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에서 정주영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