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규모 있는 학교보다는 수업시수가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업무는 업무다. 시골의 작은 학교라고 공문배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역교육청의 공문에 도교육청의 공문, 기타 학교 일에 정말 몸이 견뎌내기 힘든 교직생활이다.
특히 2015년에는 우리학교로 순회를 오시는 선생님과 다른 학교로 순회를 나가시는 선생님들로 시간표는 시간표대로 업무는 업무대로 남은 선생님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바라만 볼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바쁜 와중에도 서로서로 배려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여러 선생님들의 협조로 아직 학교는 행복하다. 이 행복에 숟가락 하나를 덤으로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교사는 행복하고 발걸음을 학교로 옮기게 되나 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누가, 언제 나에게 전해 준 편지인지도 모른다. 이 편지를 전한 아이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마음을 모아 고민하고 고민해서 적은 편지일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안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접고, 편지를 꺼내 컴퓨터 자판 위에 놓고 읽어 보았다. 아이들이 지난 2월, 1년 동안의 정을 그리며, 번호 순서에 따라 하고 싶은 말들을 한 줄씩 적은 것이었다. 정성을 다해 편지를 완성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동안, 2014년 1학년 2반 부담임으로, 국어 담당으로 아이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묵직함이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더 잘 해 줄 걸,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그 친구들과 올 해 담임으로 국어 담당으로 만나게 되었다.
아이들도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거기에 전입생 소현성, 조하은까지 자식 둘을 더 얻었다. 이 정도면 참 행복한 교사가 아닐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늘 웃고 웃으며, 배우고 익히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우리로 하나가 되니 말이다.
우연하게 발견한 편지 한 통이 이렇게 사소한 감정까지도 감동으로 몰입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올 해에는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사소한 내용이라도 편지를 써서 전해볼 생각이다. 시간이 얼마나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 빨리 종회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7교시 마침 종이 치면, 서둘러 2학년 교실로 달려가야겠다. 그리고 만나는 아이들마다 ‘안녕, 안녕’을 외치며, 신나게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싶다.
아이들이 “울 쌤 왜 저러시지?” 하며 의아해 할 수 있도록......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